이것은 러브 스토리는 아니고 일종의 지나친 열광팬들의 스토리라고나 할까요. 직업상 자주 들리는 로스앤젤레스의 웨스트우드라는 동네에 가면 묘한 공동묘지가 있어요. 이곳은 서울의 명동만큼이나 붐비는 도심지 중앙인데도 불구하고 고층빌딩 뒤의 주차장 사이에 숨어있는 아주 작은 초미니 묘지네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묘지들 가운데 가장 방문객이 많은 곳이라네요. 여기가 인기인 것은 미국인들의 Sweetheart, 매릴린 먼로가 누워 있기 때문이죠. 매릴린 외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이 누워 있지만 대다수는 매릴린을 보러 오는 것이라네요.
다시 말하면 미국에 그만큼 푼수없는 남자들이 많다는 얘기가 아니겠어요? ^_^ 수많은 푼수들이 이미 반세기 전에 자살로 세상을 떠났던 여인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거에요. 나도 1주일 전에 이곳의 옆 빌딩에 갔다가 매릴린이 잘있는가 다시 들려 보니 평소와 달리 화환들이 널려있질 않겠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어서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 물어봤죠. "이게 다 웬꽃들이야? 누가 결혼하냐?" "응, 엊그저께가 매릴린 제사날이었거든" 사망 49주기였다는군요.
그 사람은 열성팬인지 매릴린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더군요. 그녀의 묘소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데 나도 모르던 얘기를 많이 들려주더군요. 나도 '푼수 of the 푼수'로 잘 알려진 플레이보이 잡지 사장, 휴 헤프너가 매릴린 묘의 주변에 자신의 묘자리를 사두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어요. 알고 보니 매릴린 바로 옆자리더군요. 매릴린의 산소는 개인주택이 아니고 벽에 칸막이를 하고 여러층으로 만든 일종의 아파트같은 형태거든요. 그런데 휴 헤프너가 매릴린 옆방에 눞겠다고 입이 딱 벌어지는 1백만불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그 자리를 예약했다네요. 딱 관 하나 들어갈 협소한 장소가 1백만불이라니... 휴헤프너의 엄마가 살아 있었다면 이 친구 종아리 깨나 맞았을거예요. "이 미련 곰텡아, 그런 쪼그만 자리에 1백만씩이나 내며 바가지를 쓰니? 당장 회초리 꺾어오니라!"
그런데 '진짜' 세기적인 푼수는 이 친구가 아니고 매릴린 바로 위층에 누워있는 '리챠드 판쳐'라는 친구였어요. 이 친구는 매릴린 바로 위층에다 자신의 묘지를 구입했는데 거금을 내서 투자한 만큼 본전을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그가 관에 누울 때는 똑바로 눕히지 말고 얼굴이 관의 밑바닥을 향하도록 눕혀달라고 해서 그렇게 뉘어졌다네요. 죽어서까지 이게 무슨 고생입니까? 아무리 열광팬이라도 그렇지....죽어서라도 매릴린을 바라보겠다는, 애처롭다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좌우간 믿지못할만큼의 푼수 남자들이 매릴린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날 찍어둔 사진 몇 장 소개합니다. 매리릴 먼로 외에도 이 묘지에 누워있는 다른 왕년의 스타들, 누운 자리를 찍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불세출의 철학자, "김세레나"라는 시악시가 이런 말을 남겼죠. "낙양성.... 영웅호걸이 그 누구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도 한번 가면 저기 저 모냥 될 터인데" 사실이죠. 이 묘소를 와보면 그것이 실감납니다. 인생이라는게 별 것도 아닌데.... 여기 이 사람들도 생전에는 인기관리를 위해 서로 시기, 질투, 권모술수 다 동원해 이 자리까지 왔으나 결국에 남긴 것이라고는 조그만 묘자리 "딸랑" 한 개네요.
이것을 바라보면서 인생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희준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인생은 종말에는 하숙생처럼 빈손으로 떠나야만 한다는데... 그렇다면 무엇이 의미있는 인생이란 말인가? 사람들이 알아주는 대단한 것을 쟁취해야만 최고일까?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행복하지 못하고 종말에는 손가락질 받으며 죽어가는 것일까?
나 자신의 결론으로는 그런 잘난 인생보다도 더 의미있는 인생이란 사람으로 태어난만큼 사는 동안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연한 말같겠지만 사실은 그게 그렇게 쉬운 얘기는 아니지요. 그래서 세상에는 형태는 사람 모습같지만 그 행위는 짐승같은 사람들이 참 많은 것이죠.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일까요? 오늘도 그것을 생각해 보는 중입니다.....
분홍색 장미 뒤가 매릴린 먼로의 산소, 바로 그 위가 매릴린을 바라보겠노라고 뒤집혀 누워있는 리챠드 판쳐(Richard Poncher)의 산소. 매릴린 왼편에 무수한 여인들의 립스틱 프린트로 커버된 곳이 휴 헤프너가 아직 사용하기 않고 비워둔 묘지.
미국에는 꽃값이 상당히 비쌉니다. 먹도 쓰도 못하는 이런 화환이 한 개에도 5-6백불은 충분히 되련만 떠나간 매릴린에게 아낌없이 바치네요. 49주기에 이정도라면 50주기에는 이 동네가 꽃으로 뒤덮힐지도 모르겠네요. 맨끝에 화환은 멀리 독일에서 보내온 것이라네요. 열성팬도 이정도면 좀 지나치다고 해야할까? 이게 다 주현미씨의 노랫말처럼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가 아니겠어요. 똑똑한 애들은 절대로 이딴 짓은 안하지! ^_^
그 예쁜 나탈리 우드 역시 일단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묘소에는 꽃 한송이조차 없고 딸랑 동전 몇개 뿐.... 동전은 무엇을 의미하는건가 모르겠네요. 아마도 미국인들의 미신인것 같은데...
그 아름다운 목소리의 '페기 리'도 이런 화강암 테이블 한 개 딸랑 남겨 두고 떠나갔네요.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그녀의 심장을 남겨두고 왔다"(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는 노래를 부르더니만....
나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 묘비는 바로 '도나 리드'의 묘비였습니다. 한국에서 도나리드 쇼를 본 기억이 나네요. 그녀의 신랑이 도나리드를 추모하며 묘판에 "내사랑 도나리드"라고까지 적으면서 사랑의 표시를 하며 그녀의 묘판 밑에 자신의 자리를 남겨두었네요. 나중에 자신도 세상을 떠나면 그녀의 묘소에 함께 묻히기기를 원했던 모양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가 누워야 할 때가 훨씬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가 나타나지를 않는 것입니다. 아마 재혼을 한 모양이지요? 이것을 보면서 이것이 바로 인간의 의리의 한계라는것을 생각해봤습니다. 젊은 남자에게 수절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떠날 때는 울고불고 했을 그녀의 남편이 세월이 흐르며 맘이 변했다는 것, 그것이 인간의 한계라는 것,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80세가 넘어서까지도 해외 공연까지 다니며 왕성하게 음악 활동을 하던 모습이 유튜브에 넘치도록 많이 흘러다녀서 아직도 살아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Somewhere my love의 주인공, 레이 카니프(Ray Coniff)가 이미 9년전에 별세하여 이곳에 누워 있더군요.
그 잘 생긴 가수 '딘 마틴'의 묘소에는 딸랑 2송이의 꽃 뿐이련만.
이 묘지에 유일하게 한국인의 묘지도 있었어요. 젊은 나이로 떠난 청년의 묘지인데 그의 부모들이 이렇게 묘비에 적었네요. 아마 크리스천 부모였는가봐요. "영원히 살리라!" 이것이 크리스천의 최대의 소망이라고 할 수 있겠죠. 영원히 살리라..............
생각해보니 위에 열거한 세련된 푼수들의 수준까지는 못되어도 나도 약간은 끼가 있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따지고 보면 나 자신도 몇 년전에 매릴린과 사진을 찍은 것이 있었네요. 매릴린이 "원경오빠, 제발 사진 좀 한 장 같이 찍게 해주라."하며 간청을 하쟎아요? 그래서 마지 못해 찍게 해준 사진이죠....(에, 저 거시기..... 사실은 용무가 있어 할리우드에 갔다가 유명인들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박물관이 개업하는 날이었는데 손님유혹 차원에서 그날 하루만 매릴린의 모형을 밖에 진열해 놓았네요. 다른 관광객들은 그냥 얌전하게 그녀의 옆에 서서 사진들을 찍고 있었지만 나는 관리인에게 매릴린 좀 잠시 만져봐도 괜찮겠느냐고 정중하게 물은 후 어깨동무하며 찍은 것입니다.^_^ )
첫댓글 마리린몬로가 남자들에게 인기가있기는 많이 있엇나 봅니당 ..으로 도배를 해서 몬로의코를 납짝하게 ..미롭고 재밌게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당
전 나타리우드가 더 좋던데..
담에 혹 갈기회됨 나타리우드무덤에
넘
두 샥시가 공통점이 있어요.
떠난 과정이 석연치 않아요.
나탈리 우드는 바다에서 요트를 타며 휴가를 즐기던 중에 바다에 빠져 사망했는데
신랑 로버트 왜그너가 떠밀지않았나 하는 혐의가 있었지만 경찰조사는 무죄로 종결됐는데
나탈리의 가족들은 로버트를 지금도 의심하고 있어요.
마릴린도 잘 나가던 배우로 자살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
정계의 인물(케네디 대통령과 케네디의 동생과 동시에 데이트를 했다는 소문)과 친했던 이유로
정계의 음모에 의한 타살의 의심이 제기 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 수사를 막았다는 소문도 ...
결국 두 사람 다 예쁜 죄 하나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어쨋든 가버렸네요.
도심에 이런 미니 묘지가 있다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구요 사진 잘 보았습니다.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사진 한장이 아쉽네요.
글쎄요, 서울의 소규모 주유소 2개를 모아놓은 정도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초미니이죠. 이곳의 정상적인 묘지는 50만평, 1백만평정도가 보통입니다. 남아도는게 땅인 나라이기 때문에...
아, 그렇군요. 그정도 크기에 저렇게 생긴 묘지라... 대충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아마도 처음에는 옛날 서울의 강남이 논밭이었을 때처럼 땅값이 쌀 때는 큰 규모의 묘지였다가
도시가 들어서며 땅값이 올라가자 땅을 떼어 팔아서 일어난 현상같네요.
지금은 로스앤젤레스가 뉴욕 다음으로 미국 제2의 대도시가 되었지만
여기에 묘지가 조성되던 1920년 당시만 해도 인구 20만의 미니도시였거든요.
우리 집 근처에도 Yesterday Once More를 불렀던 카펜터의 묘지가 있는데 여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요.
묘지를 관리하는 회사가 땅값이 오르자 여기 저기 떼어 팔면서 과거의 묘지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호텔이 지어지고 있네요.
그렇군요, 유명한 카펜터즈 멤버 중 누군가의 묘가 강원경님의 댁 근처에 있군요. 혹시 남매 중 거식증으로 사망한 카렌 카펜터의 묘가 아닐까요
그렇죠. 그 샥시죠. 원래는 여기서 한시간쯤 떨어진 곳에 묻혔었는데 오빠 리챠드가 이 근처 살기 때문에 동생을 자주 찾아보기 쉽게 자기 곁에 두고 싶다고 이곳으로 이장해온 것입니다.
아, 그랬군요. 카펜터즈의 노래는 지금도 가끔 듣는데 목소리가 정말 좋았었지요....
카펜터즈의 노래가 좋죠.
카펜터즈의 노래를 너무나 좋아해서 밤낮 카펜터즈의 노래를 입에 담고 다니던 고등학교 때 동창생 소녀가 생각나네요.
"우린 이제 시작이야"(We've Only Just Begun) 같은 노래는 지금도 미국인들의 결혼식 노래에서 빠지지 않고 꼭 불리는 애창곡이죠.
정작 그 노래를 부른 본인은 '못다핀 꽃 한송이'처럼 인생을 시작해 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가버렸지만...
생전에도 수많은 남자들의 관심 속에서 살았던 마릴린몬로, 죽어서도 남자들 틈바구니를 벗어나지 못하는군요. 그 녀도 홀로 편히 쉬고 싶어할텐데 암튼 미녀를 향한 남자들의 극성이라니. 그나저나 강원경님의 재밌는 글솜씨와 더불어 편안한 인상, 정말 반가운데요.
네, 박선생님.반갑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마릴린의 잘못이 아니라 전적으로 푼수 남자들의 탓 아니겠어요? 팬들의 극성이 좀 지나치네요.^-^
마릴린 먼로 위쪽에서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엎드려 고생하고 있는 리처드 판쳐보다, 마지막 사진 너무 너무 저렴하고 편하게 보이네요. 먼로와 원경 아자씨 너무 잘 어울린다. 먼로 저승에서 후회하고 있을 듯
그래요. 완전 무료였어요.
사진까지도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부탁했구요.
마릴린의 모형이 플래스틱은 아니고 약간 폭신한 것으로 보아 실리콘으로 만들었나봐요.
실물과 똑같이 정교하게 만들었네요.
그리고 판쳐라는 사나이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거짓말 아닐까 했는데 사실이라네요.
아무리 팬이라도 그런 멍청한 짓이 어디 있겠어요?
판쳐라는 사람은 푼수 올림픽 대회라도 열린다면 꼭 금메달 받을겁니다.^-^
재미있고 특히 리차드 이야기는 우습게 잘 읽었습니다. 그 친구 사진있으면 얼굴한번 보구 싶네요
아마도 나랑 비슷하게 생기지 않았을까 ? . 담에 LA 갈 기회 있으면 관광차 한번 가구 싶습니다.
한 번 가보세요. 흥미있는 장소예요.
그러나 인터넷으로 위치를 일일히 파악해 놓고 가야 할겁니다.
다 그게 그것 같아서 분간하기란 쉽지 않죠.
매릴린의 묘소만은 관리사무실에서 바라보면 맞은편에 꽃이 꽂혀있는 벽이라 찾기 쉽죠.
열성팬들이 지난 49년간 하루도 끊이지 않고 꽃다발을 갖다 놓는다는 군요. 정성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요.
마릴린 몬로 (19261962) 모형 매우 정교하군요. 가슴의 핏줄까지..
넉넉한 글체, 자주 대하면 좋겠습니다. 반갑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옛날에는 양초같은 것을 녹여 만들어서 화재가 나면서 다 녹아버리는 영화도 있었죠.
자연스런 모습도 아니었고...
이제는 반 영구적인 재료를 써서 이렇게 만져봐도 지장이 없을 정도네요.
그리고 너무나 똑같이 만들어서 실제 인물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 입니다.
우선 강원경님
휴 헤프너는 마릴린 먼로가 보이는 쪽 옆으로 돌려 눕혀라고 유언장에 쓰겠구먼유;;
욜여사님, 반가워요. 그동안도 잘있었나요.
맞아요. 이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죠.
다만 너무 오래 옆으로 누워 있으면 옆구리가 좀 결릴거예요.
그것을 대비해서 유언장에 신신파스까지 붙여달라고 써놓는게 좋겠지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