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시
/ 정성수
친구여
최초의 새해가 왔다.
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저 설레이던 우리들의 젊은 날
한마디 유언도 없이
시간 너머로 사라졌다.
스스로 거역할 수 없었던
돌풍과 해일의 시절
소리 없는 통곡과
죽음 앞에서도 식을 줄 모르던 사랑과
눈보라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영혼들
지혜가 오히려 부끄러웠던 시대는 갔다.
친구여, 새벽이다
우리가 갈 길은 멀지 않다.
그믐날이 오면 별이 뜨리니
술잔이 쓰러진 주점을 빠져나와
추억의 무덤 위에 흰 국화꽃을 던지고
너와 나의 푸른 눈빛으로
이제 막 우주의 문을 열기 시작한
저 하늘을 보자
지치지 않는 그 손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또 다른 길 위에
오늘도 어제처럼
투명한 햇빛은 눈부시리니.
- 시와 음악에서 옮겨옴-
1월의 기도 / 윤보영
https://www.youtube.com/watch?v=cFND42i0P4s
날씨 참 좋다
해넘이도 볼 수 있으련만...
비극적 참사 앞에선 자숙해야겠지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톡보내고 난 뒤 쌀씻어 안치고 익은김치 넣어 청국장을 끓였다
밥이 되는 사이 운동
꾸준하게 운동하여 아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
갈치 한도막 구워 아침을 먹었다
청국장도 맛있다
추운 겨울엔 얼큰한 김치 청국장이 잘 어울린다
동물 챙겨 주러 나갔다
날씨가 포근해 물이 얼지 않았다
병아리장엔 수돗물을 떠다 미강을 버무려 주었다
닭장엔 연못에서 물을 떠다 주었다
싸래기와 미강만 먹여서인지 알을 낳지 않는다
사료를 사다 먹여 볼까?
어제 강진에서 가져온 엔케이 비료를 병아리장 옆으로 옮겨 놓았다
비온다는 예보 있으면 마늘밭에 뿌려 주어야겠다
집사람이 메주가 어느 정도 말랐으니 걸어 놓아야한단다
큰방에다 걸대를 만들어 메주를 양파망에 넣어 걸어 두면 된단다
창고에서 걸대 받침대를 꺼내오고 받침대에 꽂을 철봉을 찾아 닦았다
집사람은 양파망에 메주를 넣고 짚을 묶어 같이 넣어 준다
메주가 잘 발효하려면 짚이 있어야한단다
짚에서 나온 효소균이라야 메주가 맛있게 뜬다고
집사람은 잘도 하는데 난 하는게 서툴다
그거 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퉁생이 먹지만 못하는 걸 어쩌나
난 일하는 게 항상 어설프다
힘도 들고 하기 싫어 더 그런지 모르겠다
메주를 걸어 놓고 청소까지 깨끗하게 했다
집사람은 라디에터를 가져다 틀어 놓는다
일주일만 말리면 잘 뜰거란다
메주에 곰팡이가 예쁘게 피면 수돗가 시렁에 걸어 두면 된다고
참 알기도 잘하고 일도 잘한다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
12월달 지역상품권을 집사람이 바꾸지 않았다
내년엔 상품권 혜택도 없어진다니 오늘이라도 상품권을 바꾸면 좋겠다
집사람에게 같이 나가자고
택시를 불러타고 신협으로
집사람 몫의 100원짜리 택시가 꽤 남았다
오늘까지 쓰지 않으면 없어져 버린다
기사님에게 남은 횟수를 다 끊으라고
고맙단다
무효되느니 요즘 같이 어려운 세상 택시기사님께 좀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지
신협에서 상품권을 바꾼 뒤 월삲형님이 택시를 기다리고 계시길래 우리가 불러 같이 왔다
집사람은 파크볼 치는 지인이 점심을 같이 먹자 했다며 구장에 간단다
파크볼 치며 자기에게 잘해주어 고마웠던 손여사와 김여사에게 년말이니 닭이라도 한 마리 주었으면 하기에 닭두마리를 잡아 주었다
내게 잘해주었던 사람에겐 고마운 마음을 갖고 나도 보답하고 싶은게 삶의 윤활유 아닐까?
고구마와 쑥떡으로 점심을 때웠다
큰누님 전화
년말이고 소식이 궁굼해서 전화했다며 내년에도 좋은 일만 있으란다
아이구 정신도 총총하시지
내가 먼저 안부 물어야하는데 누님이 꼭 먼저 물어본다
큰형님 작은형님들과 동생 안부까지 묻는다
항상 형제들 생각이 나신다고
나이들면 떨어져 사는 형제들이 더 그리운지 모르겠다
새핸엔 틈 내어 한번 가겠다고
주연이 전화
문자로 안부 전하기보다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단다
아이구 고맙구나
남교에서 가르쳤던 여제자다
지금까지 잊지 않고 때가 되면 전화해주며 안부를 물어 준다
샘 연세가 어떻게 되시냐고
내년엔 일흔 다섯이라니 와 벌써 그렇게나 되셨냔다
그래 나도 어떻게 이리 나이 먹은지 모르겠다
넌 몇이나 되냐니 쉰이 훌쩍 넘었다고
어릴적 모습만 생각나는데 벌써 그리 되었구나
애들도 내년이면 졸업이라며 모두들 제 갈길을 가고 있단다
엄마 아빠도 아직은 건강하게 계셔서 고맙기만 하다고
모두들 제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고 살아갈 수 있으면 감사할 일이 겠지
내년에도 기쁜 일만 가득하고 광주에 오게 되면 얼굴 한번 볼 수 있는 기회되었음 좋겠다고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있어 삶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일이다
큰애 전화
엄마생신 때 식당에서 하는게 어떠냐고
니네들 알아서 하라며 좀 조용한 곳을 택하라고 했다
엄마가 고희라니 신경이 꽤 쓰이는가 보다
낮잠 한숨 자고 나니 세시가 훌쩍 넘었다
산 그림자가 마을을 지나려한다
저게 노적봉을 넘으면 갑진년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겠지
올 한해 난 무엇을 했을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여러 가지 일들
그러나 뚜렷이 남는게 그리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3월부터 시작해 7월에 끝난 요양보호사 교육
토, 일 하루 8시간씩 6월 초까지 이론 교육을 받고 일주일간 프란치스꼬 요양원 현장 실습
사랑방 요양원에서 3일의 실습을 받은 뒤 7월 초에 자격시험을 치러 요양보호사 국가 자격증을 받은게 가장 큰 일이었을까?
허리와 고관절이 아파 파크볼을 많이 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대회마다 참가했던것도 의미있다
또한 좋아하는 바둑을 매주 나가서 두었으며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대회에도 꽤 참가했었다 그래서인지 바둑수도 작년보다는 좀 나아진것도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내년엔 바둑 수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가정적으론 비교적 순탄한 한해가 아니었을까?
애들에게 큰 자착없고 우리들도 크게 아파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으니 괜찮은 거지
물론 내가 일주일 병원에 입원했었지만 큰 병이 아니었으며 그로 인해 절주를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내게 있어 절주란 상상하지 못했는데 우연찮게 마시지 않아야겠다 생각한 것이 현재까지 이르고 있어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이들어가며 몸은 점점 더 나빠지겠지만 그래도 그걸 의지로 이겨보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내년엔 올 만큼의 건강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면 좋겠다
국가적으론 대통하나 잘못뽑아 넘 불행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국민을 이기는 지도자는 없다는데 국민의 뜻을 져버리고 자기 발아래 짓뭉기려한 윤통 때문에 조용할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끝내 비상계엄을 선포해버리고 실패하니 겁주려고만 했다는 변명으로 거짓말만 일삼는 저런 자를 우리가 대통으로 뽑아다는게 부끄럽고 비참한 생각이 많이 들었던 한 해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톡글에다 정치적인 글을 많이 옮겼다
그런 글들에 대해 내 지인들이 많이 이해해 주심에 감사한다
년말에 제주항공의 참사
일어나지 않아야할 비극이 이 땅에 일어나 버렸다
이도 나라가 불안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닐까?
아 좋은 기억들만 저장해 두고
나쁜 기억들은 지는 해와 함께 훌훌 날려 보내버리자
을사년엔 기쁘고 행복한 일들만 내 주위에 가득 했으면 좋겠다
옆집임사장님에게 전화
같이 식사한지도 꽤 오래 된다
오늘은 한해를 마감하는 날이니 같이 송년회라도 해야겠다
약속 있으시냐니 없다길래 저녁을 같이 하자고 하니 마침 자기도 그리 생각했단다
집사람 볼치고 오면 같이 나가자고
입사장님이 나와 같이 하는 동생들이랑 하면 어떻겠냐고
노열동생은 감기가 들어 안되고
문사장은 여섯시 넘어 일이 끝나니 어렵겠다니 그럼 우리만 하잔다
문사장과 노열동생은 새해에 불러 술 한잔 하자 해야겠다
집사람이 즐겁게 볼을 쳤단다
줄리닭집에서 닭을 손질하는데 닭이 넘 야위었다고
싸래기만 먹인다고 하니 그럼 살이 찌지 않는단다
사료를 먹이면 살이 잘 찌지만 아울러 기름도 많다
우리가 먹을 건 싸래기와 미강만 먹여 길러도 된다
또 이 닭은 이제 6개월 좀 넘어서 그리 큰 닭이 아니다
손여사와 김여사가 넘 고맙다고 했단다
이렇게라도 나눌 수 있으면 좋은거지
옆집 임사장님이랑 김가네로
임사장님이 점심 때 곰소가서 복탕을 드시고 오셨다며 언제 같이 가잔다
졸복탕인데 맛집으로 소문나 무려 한시간이나 기다려 겨우 먹었단다
그럼 언제 같이 가보자고
내가 복탕을 좋아해 복을 잘하는 집 있으면 가서 먹어보고 싶다
오랜만에 삼겹살을 먹었다
집사람이 타지 않고 맛있게 잘 구워 준다
집에서 자주 돼지고기를 구워 먹지만 그래도 여기서 먹는 삼겹살이 더 맛있다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아주 저렴
사람들에게 권할만하다
식사를 하시자니 고기로 배채웠으니 드시지 않겠다고
나도 저녁은 될 수 있는 한 생략해 먹지 않았다
이교장 전화
문자보다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다고
고맙다
금주하니 건강이 좋아질거란다
아무래도 술을 마시지 않으니 ㅍ펴소보다 정신이 더 맑아지는 듯하다
흐릿한 것보다 또렷한게 좋겠지
그래도 일년만 참아 몸을 보링한 뒤 막걸리 한잔씩은 해야겠다
이 나이에 먹고 마시고 싶은 걸 굳이 참아야할 필요 있을까?
날씨 따뜻해지는 봄날에 얼굴 보자고
서쪽하늘에 노을이 사라지며 개밥바라기별 떴다
지는 해와 함께 갑진년 궂은 일들 툴툴 날려 버리자
서쪽 하늘에 빛나는 개밥바라기별 등대 삼아 을사년은 더 알차고 힘차며 기쁨 가득 넘치게 살아가야지
아듀 갑진
해피 을사
홀로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
시름 걱정 흘려 보내고
횐희 행복 담아 오너라
아 한해가 이렇게 저물어가는구나
나를 아는 님들이
새핸 더욱 건강하시며 행복하시라고 기도드려 본다
하얀 눈빛에 사물이 어스름하게 보인다
님이여!
을사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시는 비극적인 참사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올핸 님에게 상서로운 푸른 뱀의 지혜로운 기운으로
건강 행복 평화가 늘 함께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만사형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우리님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을사 새해 벽두
삼봉산 아래 송산골에서
기용위 새해 큰 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