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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세계여행 후기 스크랩 베네치아, 그 환상적 이름은
동쪽하늘,Chang 추천 0 조회 208 10.06.02 20:53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산타루치아역에 있는 유리공예가게

예쁜 것도 있었지만 좀 급이 낮다 싶었는데

역시 보는 눈은 있었던 거다.

무라노에서 보았던 것과는 완전 질이 달랐으니까.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려 서니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커다란 전광판이야

 

바토레토타는 곳

 

해풍에 삭아버린 걸까?

건물벽이 불쌍할 만큼 허름한데

새로 해 달았는지 초록 나무문이 생경스럽다.

 

물위에 떠 있는 집.

말이 너무 근사하다. 물위에 떠 있는 건물 건물들.

 

수로변에

운송수단으로 쓰일 탈 것들이 즐비하게 서 있고

 

곤돌라 오빠야는 허리띠 졸라매고

 

꽃시장이 있어 키모치가 이이데스네~

 

창가에 내다 건  꽃들이

세상사람 구경에 지치는지 시들어 가더라

 

산마르코 찾아가는 길에 만난 조각상

뭐래더라? 뭐랬는데...

 

사람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라고 하고 싶은 골목

해지고 외등 켜지면 어떤 분위기 될지

참 궁금했어. 

 

곤돌라를 타고 수로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그렇게 맛보는 베네치아도 아주 좋을것 같기는 했지만

비싸더라고 곤돌라 탈라니까.

다리 뒀다 뭐하겠어 기양 걸어야지.

 

말했나?

성당앞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걸인.

바로 옆에 서 있어도 눈길 주는 사람 아무도 없이

한푼 동냥받지 못하는 서글픔보다는

누구의 눈길도 받지 못하는 외로움이

어쩌면 더 못 견딜 고통이 아니었을까.

 

우리동네 철물점인 줄 알았네

바로 옆의 낡고 녹슨 걸쇠 걸린 나무문하며

빗자루. 영판 한국인줄 알았다니깐.

 


이삼일 만에 동네길이 되어버린

산마르코 호텔에서 떼르미니 역까지 아쉽게 걸었어.

둘째 날 바티칸투어를 같이 받았던 사람들 중에는

부녀와 신혼부부 두 쌍, 스물 넷 처자와 스물 셋, 착한 인형 같았던

청년이 있었거든.

둘이 커플로 온 건 아니었는데 또래라 그런지 잘 붙어 다니더라고.

뭐 따로 따로 한 여행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정도였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어린 나이에 혼자서 한 달씩이나 여행한다는 게

참 대견 해 보였어.

베니스에서 로마로 왔다는 청년에게 물었어.

어디가 좋더냐? 수상버스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더냐?

음~ 그 청년 내 스타일 이었나봐.

수상버스 일일권 끊어서 그냥 골목골목 다녔대.

골목이 하도 미로 같아서 도중에 길도 몇 번 잃었지만

그래도 좋더라나? 길 찾아 나와서는 다시 수상 버스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걸었는데 너덧 시간 걸린 것 같다고

지 어머니께 권유하고 싶은 곳은 피렌체라고 덧붙이더라.

그리고 떼르미니역에 막 모여서 처음 봤던

가이드매니저라던 키 작고 덜 생긴 남자에게 물어

우리가 묵을 호텔이 메스테르역 출구에서 바로

오른편 건너에 있다는 것도 알아 두었으니까 출발 준비는 완벽한 셈이었지.

거기다 플렛홈 앞쪽에 전광판으로 목적지를 찾으면

몇 번 홈에서 기차를 타야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도

오전 관광을 끝내고 들어오며 알아 놨잖아.

시간도 넉넉하게 나서서 기다렸다가,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랬다고 ‘여서 타믄 베니스 갑니꺼?‘

물어서 ‘맞습니더’ 대답도 들었고. 음 좋아 좋아 하는 사이에

플렛홈으로 기차가 들어오더구만.

한 네 시간 탔나? 졸다보니 도착하더라.

호텔 위치 알려준 친구 덕분에 헤매지 않고 숙소도 금방 찾았어.

로마에서 묵었던 호텔에 비하면 엄청 크더라고.

뭐 4성급 호텔이라나?

프론트의 제법 나이 들어 보이는 여직원이

영어를 능숙하게 해서 새겨듣느라 욕 봤지만,

뭐, 아침 식사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어디에서 하고

체크아웃은 몇 시고 그런 얘기뿐이었어.

산마르코 호텔에 체크인할 때 스트롱박스 사용할 거냐고 물어서

안한다고 했다가 담 날 아침에 금고 어케 사용하냐니까

돈 내야 한다 하더라고. 1유로라고 하더니 체크아웃할 때 2유로 받더라.

하루에 1유로라고 했던겨? 아님, 한 사람당 1유로라고 했던겨?

음.. 그게 다 잘 듣지 않아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잘 들어 보려 했던 건데 별 말은 음떠라고. 뭐 잘 못 들은 말이 있다하더라도

내일 아침에는 또 가방 싸서 호텔에 맡겨두고 나가야 하는데

머 금고 쓸 일 있겠어?

무거운 하드케이스 끌고 다니는 일은 여간 피곤한 게 아니어서

오늘은 푹 쉬는 게 상수다 생각하고  방으로 올라갔지.

배도 좀 고프더라. 컵라면이라도 먹어야겠는데

호텔이 제법 큰 편이라 프론트에 내려가 물 달라는 건 아닌 것 같고,

전화기를 들고는 룸서비스를 불렀네.

뜨건 물이 좀 필요해요~

으따, 4성급이라 그런가? 알겠습니다. 마다암~몇호시린가요? 하더니

겉보기엔 은으로 보이는 포트에 뜨건 물 담아 아주 금방 왔더라고.

땡큐! 만 하고 얼른 받았는데 가고 나서 생각하니 때는 늦었지만

팁 줬어야 하는 거 아닌 가 싶더라.

유럽은 팁 문화가 아니라는 소리도 듣긴 했지만 말이야.

라면 밑바닥에 햇반 반개씩 깔고 뜨건 물 부어 기다리는 동안

화장실에 들어갔었어.

욕조 옆으로 줄이 달려 있길래 이건 뭔가? 한번 당겨 봤지.

나는 뭔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변화가 없어서

몇 번 더 당기다가 시시해서 그만두고 나왔거든.

그거 뭔지 알아? ㅎㅎ

좀 있으니까 유니폼 입은 폼이 간호사같은 덩치 큰 아저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 온 거야.

비상벨이 울려서 왔다고 무슨 일 있냐고?

내 원~ 부끄라바 혼났네. 친구한테 욕 묵고

미안타 내가 실수로 당겼다 증말 미안타 인자 안 할끼다.

ㅎㅎ 라면에 밥 말아 김치하고 묵고 맥심믹스커피도 한 잔하고 

그렇게 저무는 베니스의 저녁노을을, 내 두 팔로 나를 안아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정말 이국땅에 와 있다는 현실을 실감하며

여행은 혼자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게 오랜 세월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지내면서

만나기만 하면, 말을 섞기만 하면 잘 투닥거리고 막말도 해대지만

그래도 쌓이는 감정은 없이 지내는 친구.

마음 여리기 짝이 없어 작은 것에도 상처 잘 받아

세상이 싫다 힘들다 고단하다 할 때에도

서로에게 있어주어 다행하다 여겼던 친구.

대체 요 짧은 기간 동안 무슨 일이 특별히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내 마음에서 빠져 나가고 있는 친구를 나는 본 것 같았거든.

잘 모르겠어 정말. 따지는 게 치사해 덮고 담아두면서

이러다 겉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가는 거 아닌가 걱정스러웠어.

로마에 입성하는 날, 날 제쳐두고 다른 아이와 길 찾던 친구.

어린아이처럼 삐져버린 내 용렬스러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대체 뭐 때문에 화를 내는지 알 수 없다며 마음을 접어 버리고

뭔가 2퍼센트 부족하게 웃고 떠들면서 지낸 사흘째 밤.

호텔의 침대시트에 대해 또 견해 다툼이 벌어 졌어.

왜 침대시트가 메트리스 밑으로 쏙 들어가 있잖아.

그걸 밖으로 꺼내지 않고 어떻게 그 속에 쏙 들어가 자느냐고.

이불을 밖으로 꺼내 놓고 자는 건 예의가 아니란 거지.

청소부가 싫어한다는 거야.

유럽이 추우니까 침낭개념으로 침대시트를 매트 안으로 넣어 놓은 거라

침낭처럼 쏙 들어가 자야 하는 거라고.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어.

청소부는 청소하라고 있는 거잖아 나는 침낭 속에 들어가듯 해서는 못 자.

답답해서 못 잔다고. 그게 왜 예의가 없는 거야.

시트를 메트 속으로 쳐 넣는 게 침낭의 개념에서 시작 되었다 해도

지금은 그저 정리의 개념으로 하는거겠지.

설마 고 속에 얌전히 겨 들어가 자라고 그렇게 해 놨으까.

지금 생각하니까

나 잘못한 거 같네. 그게 무슨 큰 문제라고 바락바락

거부반응을 보였을까?

그냥 그렇구나 수긍해 주고 그치만 나는 그렇게 몬 자

답답하단 말이야 답답해서 그렇게는 몬 잔다고. 했으면 되었을 걸.

로마에서부터 지도보고 길 잘 찾고 손가락 말도 잘 하던 친구

격려해주고 칭찬해 줄 걸. 그래주기 바랬을 텐데

왜 그 구여운 잘난 체를 못 견뎌 했을까?

그 꼴난 전화 맘대로 못 쓰게 한 복수인가? ㅠㅠ

아무튼 니 말이 맞다 하지 않아 생긴 불협화음을

끝내 조정하지 못하고 잠이 들었어.

근데 말이야. 다 내 속이 비좁아 생긴 일이라 해도

이 말은 해야겠어. 나는 매스컴에서 떠드는 말이 싫어.

세상의 미담 하나에 세상의 괴담 만 가지를 전하는,

지가 도둑 맞은 일을 세상사람 다 맞은 듯이 전하는

지가 아는 사실이 경험이 아니라 사실인 듯 전하는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세상과 단절해야하는

애초에, 인터넷에서 떠드는 소문을 토대로 다녀온 몇 몇 사람의 경험을

거의 순도 99%짜리인 것처럼 믿어

돈도 없이 짐도 없이 옷도 없이 내게 가장 필요했던

넷북도 없이 여행하게 한 것도, 그렇게 무턱대고 따라나선 나 자신도

너무 등신같고 한심해서 이미 마음을 내가 먼저 접어버렸던 건지도 모르겠네.

흐음~

좋은 일에는 마가 끼는 법이랬어.

이렇게 복잡한 심리에도 행복한 기분을 선사하는 여행이라면

잘 온 거지 그럼 나 지금 여행 잘 온 거야.

어디든 혼자서도 여행 할 수 있겠구나 싶은 용기까지 얻었는데

이만하면 성공적인 여행인거지 암만~.


산타루치아역에서 산마르코광장까지 걷다.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잠은 잘 잤고,

나 참 신기한 게 또 있는데 말이야. 내가, 나처럼 유난스러운 게

그런대로 잘 자고 아무거나 먹고 잘 싸기도 하고 있다는 거야.

이 마트 한바꾸만 돌아도 어지럽네 어쩌내 하면서 드러누워야 하는 내가

사흘을 철인처럼 걷고도 잘 버티고 있잖아.

역시, 역시 나는 여행체질이구나.

평생 꿈같은 건 꾸지 않다가 내 꿈이 여행 칼럼니스트인 걸

늦게서야 알았는데 너무 늦었나? 내 나이 너무 들었나?

그렇지만 나는, 나는 여행이 체질에 맞구나 했어.

간밤에 실랑이를 하긴 했어도 안 했던 것처럼 시침 각자 떼고

샤워하고 옷 입고 다시가방 정리하고,

아니, 이 넘의 가방은 왜 짐이 늘어 난겨?

컵라면 5개에 믹스커피도 로마 가이드 종경 다 주고 왔고

그럼 짐이 줄어야지 왜 줄기는커녕 늘어 난거냐고?

엇 저녁부터 짐이 불었다고 김치 못 갖고 간다고 중얼거려도

협박해야 소용 없다믄서 지 가방에도 못 넣는다고 못박은

문디가스나 가방에 몰래 넣을 수도 엄꼬

이미 부풀대로 부푼 김치 가방에서 터져 버릴까봐 무섭기도 했고

아깝지만 풍선처럼 부풀어 배불러 있는 김치, 고마 버리고 가기로 했어.

그리고 아침 먹으러 내려갔는데

와아~ 호텔다우니까 먹을 것도 다르더라고.

빵 종류도 엄청 많고 쨈도 많고 유산균요구르트에 시리얼

계란 후라이 치즈 햄 과일 음료.

오렌지주스가 어쩌면 쓴맛 하나 없이 그렇게 부드럽고 맛나던지 몰라.

위대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더라.

위소한 사람이라 양껏 먹어봐야 얼마먹지도 못하는 게

정말정말 억울하더라니깐. 그래도 평소보다는 많이 먹고는

흐믓한 미소로 방에 올라가 양치하고 가방 들고 내려왔지.

가방 맡겨놓고 체크아웃 한다니까 머라고 머라고,

아 미치겠다. 이거 이탈리아어도 배워야 하나? 머라카는거야 대체?

영어로 말해라 했더니. 어젯밤 그 영어 잘하던 직원 불러 오드만.

아주 상냥하게 웃으면서 미니바에 뭐 먹은 거 없냐 하데.

엇저녁에 물 사러 나가기도 귀찮고 친구는 목말라 디저겠다 하고

에비앙 2개 2.5유로 하고 쓰였길래 친구하나 나하나

사이좋게 노나 마셨지. 까짓 2.5유로 내가 낸다 하면서.

그래서 물 마셨다 그랬지. 그랬더니 하나 마셨냐데?

아니, 두병 마셨다고 했더니 5유로 내라네?

이기 또 머라카노. 물 두병에 2.5유로라메? 왜 5유로야?

각 한 병에 2.5유로라며 의아한 듯 내 얼굴을 빤히 보는데

으와~ 내 참 화장도 안했는데 또 볼터치 했다니깐. ㅎㅎ

아침부터 쪽 한 번 팔리고 역에 나가 1유로 내고 기차 탔어.

돌다리 알지?

기차 올라타서는 이거 산타루치아 가는 거 맞냐고

돌다리 두드렸더니 으떤 이태리 남자가 맞다카데.

그리고 친구한테 증거 사진함 찍어바라믄서 카메라 들이밀었는데

음마야 그 남자가 내 어깨를 감싸고는 치~즈 하는거야.

이거 참 성희롱으로 고발해야하나? ㅎㅎ

에이~ 뭐 이까이껄 갖구 유난스럽게.

산타루치아~ 하면 고등학교때 배운 노래 때문인지

왠지 정겹고 낭만적이지 않아?

그 산타루치아에 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져서는

나는, 친구는 한껏 들떠 있었어.

베네치아 관광길을 연구한 친구의 계획대로

우리는 무조건 걸어서 산 마르코광장까지 가기로 했지.

역에서 내려 스카치 다리가 보이면 왼편으로.

입구는 관광객으로 넘쳐났어.

왼쪽으로 꺽자마자, 왠 젊은, 아니 어린 아가씨가 또 이런다.

“곤니찌와~ 니혼진데스까”

아~ 한국을 모르는구나 이것들은.

“이이에~~~ 캉고꾸진데스요!”

그런데, 아마 일본말은 인사말만 외웠는지 뭔가를 내밀며

일본어로 다시 곤니찌와~ 한다.

“에이~ 위아 코리안, 코리안”

음마야~ 깜짝 놀랐다. “안녕하세요?”

무슨 설문지 같은걸 내밀며 적어달라고 하는데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 그냥 와 버렸어.

아, 한국인도 많이 오는가 보네. 그렇구나.

입구에는 기념품을 파는 상점들이 빼곡히 차 있었어.

유리공예품이나 가면 가죽제품 옷 음식점...

입구에만 그런 게 있는 줄 알고 처음에는 구경 좀 했지.

그러다가 또 깜짝 놀라 자빠지겠는 사건이 벌어졌네.

내가 로마에서 산 것과 똑 같은 가죽크로스가방이 18유로 라는거야.

하아~이런 등신. 등신짓 했네. 18유로란다. 대체 을마를 바가지 쓴거야

와아~ 거짓말 안할 것처럼 교양 있게 생겼드만

내 비상금을 17유로나 들어먹었단 말이지?

한 5분은 씩씩거렸던 것 같아. 하지만 뭐 어쩌겠어.

내가 멍청한 탓이지 뭐. 이럴 줄 알았나 어디.

그러게 사람은 많이 다녀봐야 안목도 길러지는 거야. 암만~

나도 이제 하나 알았다 이거지. 가죽은 로마보다 베네치아가 싸다.

그런데 제품이 참 다양하데. 집집마다 가격도 달라.

이상하다 했는데 어떤 집에서 주인 아지매 왈

“우리 집에서 파는 건 죄 다 메이드 이태리에요”

먼 소리래? 그럼? 이태리에서 파는게 이태리제가 아니믄?

우잉? 여기도 차이나판인가?

그리고 보니 가게 앞에 곳곳이 ‘메이드 인 이태리‘라고 플래카드를 붙여 놨다.

으응~ 그래서 가격 차이가 났구나.

그람, 그람 내가 로마에서 산건 중국제가 아닌거야.

모를 일이지만 그렇게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고

하메나 상점들이 끝날까 재촉하며 걷는데

이게 가만 보니 섬전체가 상점들로 이루어 진거 같더라고.

쇼핑하러 오는 곳인가 할 정도로 골목골목이 죄다 쇼핑센타였어.

나 빨리 벗어나서 구석진 골목을 누비고 싶었거든.

처음으로, 친구와 내가 보는 것이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

나도 쇼핑 좋아해. 잘 사지 않아도 명품구경하고

어떤게 있구나 아는 정도로 만족하기도 하거든.

그런데 베네치아에서 쇼핑으로, 사지도 않을 거고

살 수도 없는 걸 구경하느라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어.

아까웠어 시간이.

하지만, 친구가 뭔가를 살거고 사려고 쇼핑하는 것 같았다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으로 길을 재촉하지는 않았을꺼야.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고도 사지 못하고 망설이는게

꼴보기 싫을만큼 안타깝고 속상했어.

나더러 사달라고 하는게 농담인 줄 알면서도

묘하게 내 신경을 긁고 있었지.

미로처럼 얽혀 있다는 골목을 다니면서,

물론 중간 중간 우리의 목적지를 잊지 않고

골목 끝에 붙어 있는 이정표를 확인하곤 했지만

왜 사람들이 길을 잃어 헤맨다고 했는지는 모르겠더라.

정말 골목에도 산 마르코며 리알리토등 사람들이 쓴

이정표가 잘 붙어 있었거든.

하긴 사람들이 하도 길을 잃는다니까 어떤 착한 여행객이

써서 붙였는 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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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6.02 21:23

    첫댓글 사진좋고 글좋고... 잘보고 있습니다

  • 작성자 10.06.13 22:01

    고맙슴다 카페지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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