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주성하기자 2013-06-03 8:24 am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주에 제가 총련이 망하다보니 총련 본부 건물까지 빚 때문에 빼앗기게 생겼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5월 중순에 일본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영남이 총련 건물을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원래 북한과 일본 사이 문제는 간단합니다. 일본은 1970~80년대 일본에서 몰래 납치해 간 시민들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북한은 대신 경제제재를 풀고 식민지 지배 배상을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총련 건물 계속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구도 한 것을 봐서는 총련 본부가 빚 때문에 팔리게 된 것이 정말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하긴 총련의 상징과 같은 곳이니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란 북한 연락소가 옛날에 일본 해변에 잠수함을 타고 접근해서 해변을 거닐던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납치해 북한으로 끌고 간 일을 말하는데 공식 확인된 사람들만 17명입니다. 저는 북한이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데려가서 연락소 일본 담당 공작원들 일본어 교사 정도로 활용하던데, 그런 목적이라면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이 수만 명인데 그런 사람들 쓰면 됐을 텐데 말입니다.
일본이 과거 식민통치 시기 우리 민족을 닥치는 대로 전쟁터로 끌고 가고, 수많은 여인들을 위안부로 삼았습니다. 그에 비하면 17명이란 숫자는 정말 적은 숫자죠.
저는 북한에서 왜 일본이 망언을 할 때마다 화끈하게 대꾸하지 않는지 그게 오히려 의문입니다. 가령 최근 일본 정부가 “침략에 대한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거나 “위안부 강제납치를 입증하는 국가 문서가 없다”고 망언을 할 때 북한도 “납치에 대한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거나 “우리가 일본인을 납치했다는 공식 문서는 없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것이죠.
남쪽을 향해선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해가면서 행악질 하면서도 일본에 대해선 배짱을 내대지 못하는 것이 식민지배 배상금 어떻게 하나 좀 받아내려 그러는 건가요.
그렇다고 일본인 납치가 잘된 일이라는 건 아닙니다. 네가 살인했더라도 나도 살인하면 어쨌든 꼭 같은 살인자인 셈입니다. 요즘 수많은 총련 회원들이 탈퇴해 총련이 급속히 와해된 것도 북한이 납치나 해대는 범죄국가라는 실망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말로는 사회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면서 인류의 이상향을 건설하겠다더니 각종 테러와 납치를 계속 저지르고 다니니 범죄국가 깡패국가의 인민이 되기 싫어 총련을 탈퇴하는 것입니다.
사실 북한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던 총련 1세대는 이미 다 사망하거나 또는 늙어서 영향력이 없습니다.
그나마 총련을 지탱하고 있는 사람은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북한에 친척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남아있는 사람들이고, 또 어려서부터 총련 학교에서 공부해서 북한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2세들입니다. 북한이 재일동포 자녀들에 대한 교육사업에 공을 들였던 효과가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셈이죠.
그런데 아무리 총련 학교에서 공부했다고 해도 북에서 깡패짓을 하는 것조차 모르는 척 눈 감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북에 빚지고 사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요즘 재일동포들은 이념이니 사상이니 이런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설령 그런데 관심이 있다고 해도 북한에 외국에서 태어나 세상을 아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그럴 듯한 사상이 어디 있습니까. 요즘 총련 젊은이들이 북한과 친하는 척 한다면 그건 다 이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계산이 안 맞으면 의리니 뭐니 이런 것도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정대세 선수가 북한 축구대표팀을 선택한 것도 국가대표로 받아주는 곳이 북한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쟁쟁한 선수들이 많아서 국가대표가 되기 너무 어렵지만, 북한은 변변한 공격수가 없으니 정대세 선수 정도면 대표팀 주전 공격수를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북한팀에서 뛰다가, 북한이 다음번 월드컵에도 떨어지고 하니 정대세 선수가 지금은 한국 프로축구팀에서 뜁니다.
요즘은 프로선수들이 돈 많이 주고, 또 인정해주는 곳에서 뛰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자기 몸값을 많이 쳐준다는 것은 그만큼 자기를 인정해준다는 것인데 그렇게 인정받는 곳에서 뛰어야죠.
정대세 선수가 저번 월드컵에서 공화국기가 올라갈 때 눈물 펑펑 흘려서 엄청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장면 한국 사람들 다 봤지만 정대세가 한국에 와서 뛴다고 뭐라 하지 않습니다.
북한 같으면 태극기보고 눈물 펑펑 흘리던 선수를 북한팀에 데려와 쓰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 사상이 개방돼 있고, 또 제일 중요하게는 정대세 선수가 국가대표팀에서 뛰려면 북한밖에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제엔 적으로 만났던 사람이지만 그 사정을 다 이해해 주는 것입니다.
요즘 정대세 선수가 한국 축구계의 스타가 됐습니다. 특별히 골을 많이 넣어서가 아니고 워낙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이래저래 많이 알려진 선수라 정대세 팬들이 엄청납니다. 팬이란 말이 생소하시겠는데, 그건 정대세가 좋아서 쫓아다니며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참 관용이란 여유가 있을 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은 늘 노동당의 품이 바다나 하늘보다 더 너그럽다고 선전하지만 사실 전 세계에서 그런 표현과 가장 거리가 먼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또 굶어죽게 돼 중국까지 나온 사람들 다시 잡아다 관리소에 보내 죽게 하는 북한의 노동당 품은 세상에서 제일 속이 좁고 악독한 품이죠.
저는 노동당이 진짜 너그러워져서 북한의 실력 있는 선수를 한국에서 뛰게 해 돈도 벌게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자유아시아방송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내용으로 6월 1일 방송분입니다. 남한 독자들이 아닌 북한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임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