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1일 북한 최고 영도자 김정은(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노동당위원장,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로 촉발된 남북 고위급회담이 9일 한반도 분단 비극의 현장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렸다. 각각 5명의 대표단으로 구성된 이번 회담에서 우리는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로, 북측에선 군 출신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았다.
1월1일 조선중앙방송 TV앞에서 신년사를 발표한 김정은은, 다음달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지구촌 최대 축제인 동계올림픽에의 참석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되고,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조선에서 머지않아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경기대회에 대해 말한다면”이라 운을 뗀 뒤 “그것은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로 될 것이며 우리는 대회가 성과적으로 개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견지에서 우리는 대표단 파견을 포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다”고 전격적 대화 제의 의사를 표했다.
북한 절대 권력자이자 공포의 철권 통치자 김정은의 ‘지상명령’이 ‘올림픽 참가’ 시사와 ‘고위급 회담’ 개최로 발전한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가 즉각 9일 판문점 회담을 제의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화답했다. 그는 3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당일 “오후 3시 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개통 하겠다”고 했다. “이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입장”이라고 덧붙혔다. 결과적으로 양측 연락채널이 두절된 지 23개월 만에 전화연결이 이뤄지고 9일 판문점 통일의집에서 회담이 열리게 된 것이다.
이 날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재한 현지 취재기자 보도에 의하면 북측 기자단과의 대화에서도 좋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우호적 회담 분위기가 감지되었다고 전했다. 실제 회담장에 나온 리선권 북측 수석대표의 얼굴에서도 예전 대표들의 경직된 모습과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통 큰 자세인가? 어떻게 보면 유엔의 초강경 제재와 압박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 김정은 입장에서 어찌됐건 현 상황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하나의 돌파구가 급선무였고, 우리 정부 역시 제재와 압박 와중에도 대화를 위한 전초가 필요한 차제에서 ‘평창올림픽’을 매개로 북이 우선 한 수 접고 들어오는 격이니 평창을 계기로 어떤 관계 복원의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지 싶다.
오전 일정이 끝난 후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대변인 브리핑에서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북측이 평창올림픽·패럴림픽에 가능한 한 많은 대표단 파견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하고 공동 입장·공동 응원·예술단 파견 등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또 북측에 대해 △ 2월인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 진행과 적십자회담 개최 △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당국 회담 개최 △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 중단 △조속한 시일 내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정착 위한 제반 문제 논의를 위한 대화 재개 등에 대한 입장도 함께 표명했다 고 했다.
이에 북한 측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와 관련해,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한반도 평화적 환경을 보장하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 도모해 남북 간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자”고 밝혔다.
일단, 김정은의 ‘지상명령’처럼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기정사실화가 됐다. 金의 신년사 발표이후 본격적으로 북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를 준비해온 평창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발 빠르게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강원도도 마찬가지다. 장웅 북한 IOC 위원장이 스위스를 방문 중에 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중에 예정됐던 한미연합훈련 연기도 합의했다. 김정은에 어떤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철의 장벽처럼 한 치의 틈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이 꽉 막혔던 틈새가 벌어졌다. 남과 북의 고위급 대표단이 만났다. 대화의 문이 열렸다. 사전 어떤 전제나 형식도 없이, 늘 예상하고 그렇게 진행되던 상대방 기(氣)를 꺾거나 기선제압을 위한 밀당도 없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올해가 “영광스러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에 “위대한 인민이 자기 국가의 창건 70돌을 창대히 기념하게 되는 것은 참으로 의의 깊은 일”이라는 말처럼 통 큰(?) 선물을 주고자 하는 액면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하는가? 활짝 피어난 장미에 가시가 있고, 괴벨스의 미소 띤 선동아래 수백만 유럽인의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선 한반도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세계 스포츠 축제에 북한의 올림픽 대표단 참가는 평화올림픽, 성공올림픽, 안전올림픽을 염원하는 세계인과 우리 정부 입장에선 바람직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늘 그래왔듯이 북한의 웃음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포악한 흉계를 결코 잊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저들은 이번 남북회담도 선전장으로 활용했다.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미녀 응원단을 상기하면 더욱 가시화 된다. 상시 당해봤기 때문이다.
회담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어지겠지만 분석과 더불어 앞으로 이어질 각 분야별 회담에서의 대책과 함께 국제공조, 우리의 안보대비태세 또한 더욱 굳건히 확립해야 할 것이다.(konas)
이현오 / 코나스 편집자. 수필가(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