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에서 여러 날을 지내며 보내다 귀경한 후 지인들과의 약속을 하나 둘 이행하며 보내다 주말을 맞았습니다. 괴산 조령산에서 매년 갖는 산제에 초대되어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하였으나 모임을 이끌고 있는 등반대장으로부터 늦은 오후 전화를 받게 됩니다. 개인적인 사업 용무와 관련하여 10월 일정을 추진할 수 없으니 10월만 형님께서 이끌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결국 금년 산제참석은 포기하고 내년에나 다녀와야겠다고 결심하고 접었습니다. 이런 연유와 서울에서 가져야 할 일들이 몇 개 있어 귀경을 서두르게 된 것입니다. 후배 요청에 따라 공지할 내용을 작성하여 자세한 일정을 올리자 이에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하여 살펴보았더니 여러 의견 중에 장소 변경을 요구하는 내용이 많아 수정 후 변경해 주었습니다.
당일새벽 서둘러 일어나 반려견 산책을 시킨 후 사료와 물을 준비해 주고 조식으로 피자 두 조각과 두유를 먹고 마시고 오늘 산행에 필요한 도시락을 준비하려다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제대로 준비하려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 조리 일이 성가시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입니다. 보온병에 더운물을 준비하고 컵라면과 무김치 몇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공동으로 구매하고 나누는 김밥 한 줄과 과일을 포함하면 빠지지 않는 점심상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세운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땀을 식히며 입어야 할 패딩 상의와 산행 중 입어야 할 윈드 재겠을 선정한 후 패딩은 back-peack 넣은 후 집을 빠져나와 아스팔트 길 횡단단보도를 건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로 접근 천장에 달린 다이얼을 보자 2분 후 도착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12분 후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시간을 보니 정확히 약속시간과 일치되었습니다.
그 사이 총무일을 보는 후배에 전화를 받게 됩니다. 출발하셨습니까? 12분 후 도착예정이라 밝히자 주문한 김밥을 챙겨 먼저 올라가 산중에 조망 좋은 곳에 자리를 깔아 놓고 대기하겠으니 오시는 회원들과 함께 올라오시라는 전언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사이 도착한 전철내부 학생들로 만원이었습니다. 단체로 어딘가로 가을 소풍을 가는지 들떠 있는 목소리가 전철내부로 대화가 소음으로 가득 찼습니다. 생기 있다는 의식으로 전환하며 가만히 등을 대고 기대어 서서 12분을 기다린 끝에 전철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와 모임장소인 공원벤치로 가 앉아 카톡 단톡방으로 들어 가 글을 남깁니다. 청명한 아침입니다. 다들 지금 어디 즈음 오시는지요? 동시에 카톡카톡 하며 답신도착하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대부분 한 두 정거장 위치에 있다는 소식이지만 간혹 급한 일로 지방에 다녀와야 할 일이 있다거나 집 안에 일이 생겨 다음기회에 참석하겠다는 글도 올라 와 정확한 인원점검을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출발시간에 맞춰 길을 떠났습니다.
요즈음 이동하는 방식을 단체이동에서 개별이동하는 방법으로 바꿨습니다. 각자 체력에 따라 걷는 속도를 스스로 결정하고 설정된 목표까지 걷는 방법을 자율화시킨 것입니다. 도착하는 시간의 편차는 1시간 30분까지 여유를 준 것입니다. 혹시 길을 모르는 사람들은 네이버 길 찾기를 이용하면 충분한 안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된 것입니다. 이런 결정을 내린 후 소그룹으로 몇 개의 그룹이 만들어져 함께 걸어 오르게 되어 걷다 뒷사람을 기다리는 일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처지는 사람도 자신 때문에 모든 일행이 피해를 본다는 생각도 갖지 않을 수 있어 다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들 있습니다.
일행들과 조우 후 총무와 약속한 대로 마트에 들러 산 중에서 사용할 몇 가지 물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늘 다니던 마트로 다가갔습니다. 길건너에서 바라본 마트 전경 다른 때와 달리 어두컴컴했습니다. 웬일이지? 휴무날인가? 하다 유심히 살펴보니 폐점이란 글씨가 보였습니다. 커다란 매장에 가득 차게 진열된 모습이 눈에 선하게 다가오면서 어려움을 겪는 마트점들의 현실을 상징하는 듯하여 씁쓸한 감정으로 발길을 인근 편의점으로 돌렸습니다. 동안 한가했던 편의점 내부에는 등산객들로 동선 따라 제대로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습니다. 어렵사리 구매하고 빠져 나 온 후 손에 물건을 들고 마을에서 산으로 오르는 골목길을 빠져나와 숲 언저리에 설치된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서 배낭사이로 구매물건을 넣어 정리한 후 다시 걸음을 옮겨 산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계절이 지금 시기가 되면 숲 길에서는 가을냄새가 가득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여름끝자락처럼 느껴졌습니다. 붉은색으로 곱게 물들었을 옻나무마저도 아직 푸른 용모였습니다. 싸리나무잎 들은 단풍이라기보다는 누렇게 뜬 상태에서 떨어져 지고 있었습니다. 산을 찾는 객들도 다들 지방산 단풍을 찾아 떠났는지 평소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가족들끼리 걷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할머니와 아들과 딸과 손주들과 함께 걷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간혹 다가와 길을 묻는 가족들도 있어 마지막 행선지를 물어본 후 가장 현실적으로 합당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며 우리도 길을 재촉해 나갔습니다. 거침없이 하늘에 펼쳐 놓은 코발트빛 가을하늘만큼은 가을이다 하고 선언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하루 맑다 다시 2-3일 간격으로 가을장마가 이어졌는데 오늘은 쾌청한 날씨입니다, 그리고 비 온 후 쾌청한 날씨가 모처럼 이어져서 그런지 가시거리도 상당히 긴 편이고 미세먼지도 사라진 청명한 하늘만 가을색처럼 느껴졌습니다.
빈틈없는 서울의 동북방향을 바라보며 다양한 건물로 들어 찬 모습에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북한산 기슭부터 들어찬 주택과 건물들은 한 뼘의 여지도 없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자락 안으로 펼쳐 쳤던 마들평야와 이 산들에서 발원되는 물을 담아 유유히 흐르던 중랑천 물줄기도 도시라는 거대한 문명에 가려지거나 산과 더불어 목가적인 경치를 보여주던 평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서울토박이 가문에서 태어난 그곳에서 성장한 저는 지금도 당시의 서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며 지금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숨이 막 힐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며 서 있었습니다.
건물에 대한 밀도는 서울 어디나 다 마찬가지였습니다. 남산을 중심으로 살펴보아도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었습니다.
동대문 부근 낙산일대도 역시~~ 그리고 북한산 자락이나
도봉산 자락도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서울을 감싸고 있는 산줄기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도심가까이 감싸고 있는 내사산이라 부르는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이 있고 외사산은 북한산, 용마산, 관악산, 덕양산입니다. 신라 진흥왕 때 한양군이라 부르던 이곳은 한강을 중심으로 강 이북에 있는 산이라 하여 북한산이라 불렀고 한강 이남에 있는 산이라 하여 남한산이라 부르고 그곳에 성이 있어 북한산성, 남한산성이라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1392년 고려를 멸하고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는 1394년 한양으로 도읍을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백악(북악)을 주산으로 목멱(남산)을 안산(案山)으로 삼고 낙타산(낙산)과 인왕산을 좌청룡, 우백호로 삼아 한양도성의 터로 삼고 내사산(內四山)을 연결하여 축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성벽을 기준으로 동서남북 10리까지를 한성부(漢城府) 행정관할구역으로 삼아 성저십리(城底十里)라 불렀습니다. 북쪽은 북한산, 동쪽은 용마산, 서쪽은 덕양산, 남쪽은 관악산을 넣어 외사산(外四山)이라 한 것입니다.
삼각산 주변 모습입니다. 좌측으로부터 노적봉, 병풍암, 만경대, 백운대, 숨은 벽, 인수봉 그리고 송추까지 흐르는 상장능선, 이 중에 삼각산은 만경대, 백운대, 인수봉 삼 점을 삼각산이라 불렀습니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고국산천을 떠나고자 하랴마는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동말동하여라.
이 시조는 병자호란을 겪으며 청나라와 끝까지 싸움을 주장한 척화파 김상헌(金尙憲1570-1652)이 청나라로 인질로 끌려가며 남긴 시조입니다. 백운대(835.6m), 인수봉(810.5m), 만경대(800.6m) 세 봉우리가 세 뿔(角) 같다 하여 삼각산(三角山)이라 부른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백운대 정상과 만경대 정상을 합쳐 유심히 관찰해 보면 큰 바위 얼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랜만에 가시거리가 좋아 삼각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소나무 숲 평상에 앉아 오손도손 김밥과 작은 컵라면, 고기수육, 과일을 점심으로 해결하고 가을하늘 따라 길고 긴 종주 산행에 나섰습니다.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은 서울의 외사산으로 동쪽방향에 한강변을 끼고 길게 늘어진 산맥입니다. 삼국시대 한강변을 차지하기 위하여 삼국의 각축을 벌인 곳이기에 고구려를 비롯하여 백제, 신라의 유물들이 발견된 역사적으로 삼국시대의 시대상을 안고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아직도 발굴이 계속 이어지는 곳입니다. 아차산을 이어 달리는 산 이름은 용마산입니다. 국내 산중에 용마라 부르는 산이름이 제법 많습니다. 산아래 말목장이 많았기 때문에 용마와 같은 좋은 말이 나오기를 바라는 뜻에서 용마산이라 불렀다는 설 이외의 설도 있다고 하는군요 용마산에서 남산, 북악산, 북한산, 도봉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고 모든 시름을 내려놓는다는 망우산에서는(忘憂山) 불암산과 수락산을 봉화산과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광나루역을 출발하여 아차산을 종주한 후 이어서 용마산과 망우산 주능을 걷고 도착한 중랑구 켐프장까지의 총길이는 12.2km입니다. 서울둘레길 21구간 중 아차산, 용마산, 망우산은 4,5구간에 속합니다. 소요시간은 휴식시간 포함 약 4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예정대로 도착한 후 이 방향으로 하산할 경우 간혹 찾는 식당으로 가 석식에 반주를 곁들여 유쾌한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마친 후 선납되어 있는 공동회비로 식사비용을 지출하고 식당을 나서 지하철역으로 가 각자 집으로 해산하였습니다. 다들 헤어지면서 하는 말~~ 다시 돌아오지 않는 2024년 10월 산행 모임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