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바보를 보채 아침을 얼른 먹고 과속하여 백야도항에 9시 전에 도착한다.
차를 주차장에 두고 터미널로 가니 옷을 두툼하게 입은 한 남자가 아직 멀었다고 한다.
9시 10분 금오도 함구미행을 타려던 난 허탈하다.
자세히 보니 20일부터 25일까지 정기검사로 휴항이라고 써 있다.
박승우한테 들은 청석포 박지를 생각하고 개도로 바꾼다.
그 배도 10시 반이다.
한시간 반이나 시간이 남았다.
배낭을 벗어두고 면사무소로 올라간다.
예전에 본 안일초백야분교장 앞을 지난다.
화정면사무소는 이곳인데 학교는 화양면에 속하는 안일초의 분교장이다.
팬션 앞을 걷는데 철제 작품이 보인다.
사람 모습이 보여 자세히 보니 이한열 열사가 쓰러지는 장면이다.
왜 이 풀밭에 서 있는 걸까?
바닷가를 돌아 서서히 터미널로 와도 시간 여유가 있다.
섬섬 팜플렛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간다.
배가 와 있고 사람들이 타고 있다.
서둘러 오른다.
나의 텐트를 매단 배낭을 보고 한남자가 말을 건다.
전기공사하는 직원인데 코로나19로 자가격리하고 들어가는 중이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날 부러워하는 눈치지만 난 어색하다.
제도에서 한번 쉬고 20여분 지나 개도에 닿는다.
3년전인가 해찬솔따라 봉화산을 오른적이 있어 선착장 주변의 풍경은 눈에 익는다.
음식을 담은 배낭이 무겁다.
바람을 거슬러 방조제를 건넌다. 애기동백인가는 피었다가 꼬스라진 것도 보인다.
신흥마을로 들어가 고개를 오른다.
오른쪽 길에 산으로 오르는 안내판이 보인다.
예전에 내려왔던 길이다.
고개에 서자 바다가 보이고 왼쪽으로 지그재그 내려가는 농로가 보인다.
작은 불도저가 일하고 있는 밭을 지나 바닷가에 서니 한쪽에 커다란 텐트가 보인다.
자그마한 몽돌밭을 지나 암반 위에 설치된 데크를 지나 계단형의 암반 위로 간다.
한 사나이가 배낭을 챙기고 있다.
난 이리저리 사방을 둘러보며 바람 피해 텐트 칠 곳을 찾는다.
어느 바위 아래 개도 막걸리 한병이 뚜껑이 닫힌채 조용히 서 있다.
날짜를 보니 2월 20일 산이다. 잘 됐다고 챙긴다.
한칸 아래로 내려가 평평한 곳에 텐트를 친다.
수직의 바위 아랠 내려다보고 오는데 암반 위에 작은 물고기 세마리가 꼬부라져 말라가고 있다.
가위를 가져와 물 가에 가 머리를 잘라내고 내장을 긁어낸다.
어제 고흥읍 축협마트에서 산 닭꼬치 양념에 생선까지 얹어 굽는다.
막걸리 한병으로 부족해 소주를 두번 마신다.
배도 불러오고 찬바람에도 따뜻해진다.
텐트 속에 물건을 집어넣어두고 다운 점퍼와 소주를 담고 스틱을 펴고
건너편 데크가 보이는 등산로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