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리산 종주기
10월7일 17시 구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가벼운 설레임과 긴 산행에대한 긴장감이 동시에 밀려온다.
평일 오후인지라 열차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4시간 걸리는 구례구 까지의 중간에 익산역을 통과하게 된다.
익산역에 정차할쯤 익산에서 치과를 하고 있는 종혁이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 본다.
진료중이란다.잘 다녀오라는 전화를 다시 받고서 잠시 눈을 붙였는
데 열차는 구례구역이란다.구례구역이 정차하는 곳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구례군이지만 행정구역상 순천시에 속하기 때문에
구례역이라는 명칭을 쓰지 못하고 입구(口)자를 써서
구례구역이라 불리운단다.
구례읍내에 들어가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여관방에서
하룻밤을 묶었다.
구례에서 성삼재 가는 6시 첫차를 타기 위해 새벽단잠을 깨어
눈을 비비고 터미널로 향한다. 어디서들 몰려들었는지 이내
성삼재행 버스엔 등산객들로 북적인다.
40여분의 비탈길을 올라서자 버스로 갈수 있는 최고지점인 성삼재
휴게소다. 성삼재에 발을 내딛자 여명의 산중 찬바람이 등산객들을
잔뜩 움츠리게 한다.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25.5km의 주능선 종주를 위해 이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태백이 녀석에게 먼저 각오를 묻는다.
잘할수 있는거지? 넵!!!! 대답한번 시원해서 좋다.
노고단까지는 임도가 설치돼 있어 비교적 순탄한 길이다.
허나 새벽 찬바람과 우유로 간단한 요기를 한지라 숨이 금새
거칠어진다. 조금만 걷다보면 금새 괜찮아 질거라 격려를 해본다.
금새 날이 훤히 밝아 오른다. 더불어 산아래 화엄사
에 깔린 운해를 만나게 된다.
태백이도 아내도 발아래 펼쳐지는 처음보는 운해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환타스틱해요~~~(앙드레김 버전).
운해를 발아래에 두고 다시 노고단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우리보다 앞서 오른 등산객들의 아침식사 준비로 노고단 산장
취사장은 발디딜 틈이 없다.
어렵사리 자리를 차지하고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떼운다.
산에 오르면서 순전히 식사당번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아내가 휘발유 버너를 잘다루지 못함도 이유이기도 하지만
산에서만큼은 식사준비가 전혀 번거롭지가 않다.
이제 비로서 지리산 주능선 종주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화개재까지 의 산행은 완만한 능선을 타고 이루어지는 산행이라
능선아래 펼쳐지는 지리산의 넉넉함을 느끼기에 원이 없으리라.
늘 샘이 마르지 않는 임걸령샘터에서 식수도 보충을 하고
잠시 숨을 돌려본다.햇볕에 눈이 부신지 태백이 녀석은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포즈를 취해본다.
사진에 보이는 곳처럼 지리산 곳곳은 자연훼손 방지를 위해
목책이 드리워진 곳을 자주 만나게 된다.적어도 산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염두해 둬야 할 것이다
발걸음을 조금만 재촉하면 삼도봉이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가 바로 이 한점에서 갈라진다.
아니 이곳의 한점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한치도 안되는 점에서
하나가 되기도 하고 셋으로 갈라서기도 하는데 호남이니 영남이니
하는 패거리 나누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사람들일까?
삼각기둥의 날카로운 꼭지점은 등산객들의 손에의해 반질반질 해져
윤기가 흐른다.
삼도봉에서 지리산의 제2봉인 반야봉을 지나쳐 화개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화개재는 예전에 전라도와 경상도 상인들이 이재를 통해서 넘다들었던
곳이란다.
왼쪽으로 200m만 내려가면 뱀사골 산장을 지나 남원의 반선지구이고
오른쪽으로 발을 돌리면 화개장터가 나온다는 곳이다.
3년전 용준이와 종주 산행시에 이곳에서 총총한 별을 보고
비박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글거리는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가며 쇠주잔에
인생과 우정을 녹여가며 거나하게 취한채 단잠을 청했던 기억을
용준이도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때는 이런 목책들이 가로막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은 야영도 금지된채로 이렇게 산행객들을 반기고 있다.
이른 아침을 한 까닭에 밀려오는 시장기를 뒤로 하고
식수원이 풍부한 연하천 산장을 향해 다시 토끼봉 오르막길을
오른다.
화개재까지의 능선이 비교적 순탄하였다면
이제부터 만나는 토끼봉 명신봉은 거친숨을 또 다시 토해내게
만드는 코스이다.
더군다나 한낮에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은 그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코스이다.
허나 가파른 산길도 태양도 한발한발 내딛는 발걸음엔
그져 속수무책으로 그 품을 내놓게 된다.
오후3시가 넘어서야 하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햇반에 즉석짜장 그리고 즉석 미역국. 특별히 나의 요리솜씨를
뽐내지 않아도 간단히 점심은 해결이 된다.
마침 산행중에 만난 젊은 부부와 점심을 나누어 먹으면서
서로의 일정을 나누어본다.
어라 일정이 비슷하다. 암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다시 만날 것을 예상하면서 다시 베낭을 꾸리고 첫 숙소인
벽소령산장을 향해 부른 배를 만지면 다시 걸음을 옮긴다.
산중의 저녁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게 마련이다.
밤길에 야간산행을 하지 않으려면 발걸음을 다시 재촉해야만 한다.
랜턴이 준비돼 있다지만 야간산행은
그 발길이 더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수 있기도 하다.
발걸음을 재촉한탓인지 벽소령산장에
그리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을 했다.
일찍부터 벽소령산장에 도착해 저녁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여장을
푸는 사람들로 인해 웅성거림이 크다.
국립공원 사전예약제로 인해 예약을 하지 않고 가면
불편함을 감수 할 수밖에 없는데 다행히도 예약 취소자가 많아
편안한 잠자리를 청할수 가 있었다.
(참고로 한달전부터 산장 예약을 받는데 장터목을 비롯
벽소령 산장은 서두르지 않으면 예약이 어렵다)
산장퇴실 시간은 오전8시이다. 그러나 대부분 종주산꾼들은
새볔녁 동이 트기전부터 산행준비를 시작한다.
산에서의 해가 짧기도 하거니와 대부분 많은 거리를
소화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당초 계획했던 2박3일의 일정이 1박2일로 바뀌게 되었는지라
아침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쏟아질 듯 한 별을 보며 아침을 누룽지로 간단하게 해결한 후
목적지인 천왕봉을 향해 힘찬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벽소령에서 선비샘까지의 능선길도 발아래 깔리는
단풍이 들기 시작한 풍경들로 이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코스이다.
산길역시 산책로 처럼 편안하기 이를데 없다.
아침햇살을 한껏 맞으며 이제 선비샘이다.
지리산은 이처럼 종주중 곳곳에 산장과 샘터들이 있어
식수가 풍부한 곳이다.
다른 여타 산을 비교하자면 식수가 얻기 어려운곳이 많아
식수을 항상 준비하지 않으면 물구걸을 할 수밖에 없는 산도 많다.
물한잔의 여유와 선비샘에 얽힌 안내문을 읽어보고 다시
세석평전을 향한다.
유난히 바람이 강한 세속평전엔 큰나무들이 자라나지 못하다.
그 너른 평원에 철쭉이 만발 할 때엔 가히 장관이란다.
세석평전 중간에 자리한 세석산장은 벽소령과 함께 운치가 좋고
시설도 좋은 산장이다. 3년전에 2박째를 한곳이기도 하다.
보이는 곳 처럼 세석은 대관령 처럼 고원지대의 넓은 평원을 생각나게
하는 곳이다. 또한 이곳에 자연관찰로고 잘 가꾸어져 있어 자생하는
나무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촛대봉을 넘어 이제 천왕봉의 베이스캠프격인 장터목 산장을
향해 발걸음을 다시 돌린다.
세석에서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까지는 이제 막 타오르기 시작한
단풍의 향연으로 한시도 눈을 딴곳으로 둘 수가 없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그 향연에 넋을 잃지 않을 사람 누구련가?????
(정상에서부터 시작된 단풍은 10월말이나 11월초가 되어야 수려한
단풍을 자랑한다는 피아골로 내려간다한다. 피아골 단풍축제 역시
그때즘 열리는 것이고...)
지리산도(?)식후경이라 !
아침을 누룽지로 떼웠는지라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연신 들려온다. 장터목산장에 도착해서야 점심을 먹는다.
라면에 햇반. 산행중엔 베낭무게를 줄이느라 당연 인스턴트 식품이
식단을 독차지 하게된다. 그래도 꿀맛이다.
점심후의 나른함이 눈꺼플을 자꾸 내려오게 한다. 여기서 잠깐 눈을
붙이게 되면 오늘 하산은 어렵다.
식구들을 채근하여 천왕봉을 향해 돌진이다.
제석봉을 지난 천왕봉까지의 거리는 1.7km. 지금까지 걸어 왔던
거리에 비하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그 발걸음은 무겁기만하다.
정상까지 가파르기도 하거니와 이제 체력들이 많이 소진돼 있을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나는 독려 하지 않을수 없다.
"고진감래" 그래 조금만 참으면 천왕이 그 품을 우리에게
내어줄 것이라고 말이다.
'살아백년 죽어 천년' 이라는 고사목 군락이 장관인
제석봉을 지나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통천문이다.통천문을 지나니
정상에선 사람들의 야호 소리가 귓전에 들려온다.
이제 바로 턱밑에 까지 치고 올라온 것이리라. 약간 뒤쳐져 있던
아내와 함께 정상에 오르고져 1등을 하고 싶다는 태백이 녀석을 잠시
불러 세운다. 손에손을 잡았다.
세식구가 손에 손을 잡고 드디어 정상에 발을 내딛었다.
숨이 터질 것 같던 가슴도 천왕에 올라보니 이내 환호와 희열로
가득하다.
오랜동안 꿈꾸어왔던 작은 소망 하나가 이루어 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미답의 길을 함께 걸어준 아내와 태백이 녀석이 기특하고
대단해서 이리라.
이제 하산길이다. 하산길은 오르막길보다 늘 부상을 초래하기 쉽다.
여태껏 잘해준 아내와 태백이 에게 신신당부를 잊지 않는다.
절대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뛰거나 돌부리를 밟지 마라.
연신 잔소리를 해대지만 그래도 무사한 하산길은 조심조심
할따름 뿐이다.
장터목에 다시 내려와 중산리 까지 5.3km를 다시 내려가야 한다.
2시간 정도의 시간을 예정한지라 약간의 시간지체를 감안하고
중산리를 향해 하산이다.
그런데 웬일인가? 작년수해로 인한 것인지 하산길은 전부 바위와
자갈 너덜길이다. 이거 예정시간보다 늦어 질것만 같다.
해가 어두워기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걷기 위해 발걸음을 다시
재촉해본다. 그러나 쉽지가 않다.
반도 내려오지 않았는데 해는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고
금새 어둠이 깔려온다.
다행스러운 것은 아내와 태백이 모두 지쳐있지 않고 어둠에 당황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래 이왕 늦었으니 이제부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하산하는
길 밖엔 도리가 없다.
시간은 어느새 8시를 넘어 9시를 향해 달려간다.
5시에 장터목에서 나섰으니 4시간째이다.
이제 서서히 중산리 매표소 이정표가 가까워진다.
기나긴 밤길의 사투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것이다.
드디어 도착이다.8시53분. 다들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그저 쉬고 싶은 생각뿐이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싶은 생각에 차편을 알아보지만
이미 버스는 끊기고 진주에나 나가야 요기를 하고 편한 잠자리를
취할 수 있단다.
택시를 타고 진주에 마지막 여장을 풀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 가족들과
함께 나눌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으로 내 인생에 각인되어 있으리라.
우리가족 만세를 외치며 지리산 종주기를 마쳐본다.
2003.10월13일 황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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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대의 언덕에 대한 사랑과 관심, 난중에 막걸리 한잔 거나하게 따라 드리리...
감솨!!! 제가 먼저 대접해드려야죠..선배님
담에 지리산에 갈때는 나도 좀 끼워주시게...ㅎㅎ...
대단합니다 귀여운 꼬마가
초등 3년이던 녀석이 낼모래 벌써 졸업을 하게됐네여...
지난여름 지리산을 다녀온일이 생각 나는군요 어이 도안이 우리도 날 한번 잡자고 ㅎㅎ
지리산은 그 품이 어머니의 가슴처럼 넓어 늘 푸근하게 다가옵니다
머리에 둘러쓴 두건은 무신 패션인고!!!ㅎㅎㅎ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