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녀는 습관처럼 손을 딴다.
의료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요즘세상에는
예전처럼 힘들게 바늘과 실을 이용해서 따는 귀찮은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볼펜만한 손따는 기구가 생겨났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겁많은 그녀는 이제 거의 중독이다.
SM같은 이상한 취향이 그녀에게는 없다.
단지
무차별하게 먹고 난 다음에는
그렇게 손을 따야 직성이 풀린다.
거식증이나 이상한 다이어트 같은 증세가 아닌
단지 자기만족이다.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초조하거나
슬플때는
그녀는 말없이 그 기구를 들고
익숙한듯이
팔들을 쓸어내리며
고무줄을 칭칭 동여맨뒤
열손가락을 다 따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이는
[검은피]
그래서 그녀의 손 밑은 항상 여러개의 바늘구멍으로
성할날이 없다.
손을 다 따고나서야
가슴속에 꽉 막혀있던 음식물들이
음식물들이라고 가장하는 그 감정들이
모두 다 소화되었다고
다 내려갔다고 믿는 단순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