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3일(목) 중복(中伏) & 대서(大暑)

[헌주]

 초복-중복-말복, 삼복(三伏)절기를 만들어 여름나기의 고단함을 보양음식으로나마

서로 위로받으며 울타리를 챙기셨던 조상님들의 재치가 순수함과 더불어 삶의

아름다운 동화셨다.

중복이자 여름 중 가장 무덥다는 대서(大暑)! 

모기향불이래야 5~6월 수확한 마늘의 주대를 말려 마당 한편에 연기를 피우고

깔아놓은 멍석 위에는 강아지 숫자만큼 많은 형제들이 굵어지는 힘자랑을 

씨름으로 레슬링으로 다스린체 장난꾸러기가 되었다.

이윽고 어머니의 고함소리와 함께 커다란 양재기에 담겨온 팥칼국수!

삼복이 무섭다는 강아지, 닭, 오리들은 아니지만 텁텁한 팥국물에 담긴 국수는

시절 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는 보양음식 중의 성찬으로 시골을 나서기까지

팥칼국수는 삼복에 으뜸인 양식이며 추억이며 어머니를 대표하는 정(情)이었다.

골수에 각인된 그 무엇인가가 습관으로 변했을까?

삼복날 기름기 잘잘 흐르는 강아지와 옷 벗은 삼계미인이 유혹하여도

한그릇의 팥칼국수보다 나음이 없으니 새주가 사랑하는 음식 중의 단연 으뜸으로

더불어 어머니를 생각케 하는 묘약(妙藥)이기도 하다.

음식솜씨로 따지면 오히려 새주보다 약한(?) 분께서 팥칼국수만큼은 어떤

음식명인보다 재주가 훨씬 앞서셨으니 대충 지략가(智略家)인 셈이다.

연서시장 '밀사랑'의 팥칼국수가 어머니 흉내를 내시어 오랜 단골이 되었지만

희로애락의 정반합 이야기가 담긴 어머니 솜씨를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그 어머니께서 수술 후 정기검진을 위하여 내일 상경하신다 하니 내일밤은

오랜만의 응석으로 팥칼국수를 주문하려 한다.

기막힌 업무 앞에서 즐겨하던 팥칼국수 하나를 넘기지 못하고 노란 수액으로

중복 보양을 대신하였다.

고희를 앞에 두신 어르신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결과, 상온에서도 1년 정도

유통기한이 가능한 곰탕국물을 개발하여 판매 MOU를 의뢰하신다.

음식만큼은 원재료로부터 가공라인-보관장비-설비환경을 꼼꼼히 완비해야하는

장인의식(匠人意識)이 기본인임을 강조하며 설비환경 안팎의 미비점이

보완되고서야 다시 적극적으로 재론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공장을 나선다.

드디어 '비님'인가 싶었는데..,

5분여 왁자지껄 쏟아지던 비가 금세 입을 다물어 버린다.

변덕도 이런 변덕쟁이가 없다.

그리하여도 서쪽에서 불어오는 음산한 하늬바람이 계속되고 이미 하늘을 뒤덮은

두꺼운 먹구름층으로 살펴보건데 이번만큼은 속 시원하게 한바탕 비 잔치가

중복-대서(中伏大暑)의 큰 선물이겄다.

폭풍전야와도 같은 가좌로를 달려 상암DMC 두레우가에 도착하였다.

귀한 지인들과의 미팅이라 미리 도착하여 예의를 표시한다.

새로운 비젼으로 도시농협 경제사업의 틀을 쇄신하기 위하여 오픈한 상암DMC

종합유통센터의 가능성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꿈틀거리기엔 달라진 세상풍경이

대저 대양(大洋)인지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가 균형을 이루고 서비스를 위한 설비 또한 과학의

정보 위에서 낙후되지 않을 기능들을 조합시키며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한다.

각 방면의 전문가답게 조언 한마디 한마디가 살이고 피이니

곧 쏟아질 비님만큼이나 반갑고 알뜰한 저녁미팅이었다.

벗과의 간밤 탁배기 자리가 가벼운 경련을 일으키지만 오아시스와도 같은

정보 앞에서 쯤은 아무것도 아닌 양, 맞장구로 이야기판을 달구었다.

중복 보양으로 자리를 메운 두레우가의 바쁨이 살아있는 에너지인듯

에어컨 아래에서도 굵은 땀을 쏟는 두레우가 식구들이 감사하다.

일로서 얻는 땀방울의 가치를 한순간의 유혹에 져버린 녀석들이 진심으로 느끼고

깨우치길 바라며 "소금과 우산장수"가 되어있는 새주를 이내 발견한다.

드디어 비님이시다.

여지없이 창호를 두들기는 함박비가 어찌나 고마운지 우산없이도 100여미터쯤은

일부러 걷고 싶어 청승을 떨어보지만 아무개들의 눈엔 약간 맛이 간..,^^

그리하여도 좋다.

방송가 선남선녀들이 어찌 새주의 마음을 알까?

흠뻑 젓은 옷차림이지만 짓눌려있었던 답답함까지 비님은 말끔히 거두어간다.

행주내동밭 작물들에겐 노란 영양제 수액과도 같은 중복날의 보양탕을

그렇게 배부르도록 먹을 것이다.

지인들과의 미팅을 마치고 귀가!

절집 풍경에 퐁당 빠져있는 딸래미의 자랑문자가 줄을 잇는데..,

유리왕도 아니면서 황조가를 읊게되는 밤의 기운이 애써 야속하다.

창문 두드리는 빗소리가 절집 풍경소리를 흉내낸다. 

[Jong Mi Shin]

그리운 어머니의 팥칼국수의 아련한 추억이 있구나. 난 한번도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이라 그맛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생전에 계신 부모님의 사랑과 음식 또한 감사한일이고 부럽기도 하다.

[헌주]

공부는 잘 되는지? 간만의 방학인데 방콕만 하지 말고 고즈넉한 산사를 찾아봄도 작은 에너지일듯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