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기도 하남시 동부초등학교 핸드볼 팀의 선수 아버지입니다.
아들이 선수로 뛰는 바람에 핸드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 이 카페도 인연을 맺게 되었네요.
동부초등학교가 이번 24회 KBS배에서 우승하기까지의 관전기를 간략하게나마 올릴까 합니다. 아무래도 동부초등학교 입장에서 서술하게 되어 다른 팀 관계자들에겐 조금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핸드볼이 아무리 비인기 종목이라 해도 방송국에서 자기네들이 벌려놓은 잔치 결승전을 중계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해서, 자그마한 기록이라도 조그마한 정성이라도 보태 핸드볼 발전에 티끌만한 일익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올립니다.
1. 4/3일 동부초교 : 상산초교 - 전통은 무시할 수 없는 전력
동부초교는 대회를 앞두고 야전사령관 격인 주장 6학년 주하늘의 부상이 채 아물기도 전에 필드지휘자 격인 센터 6학년 신상혁이 왼쪽 팔이 부상을 당해 시합을 뛸 수 없는 상황에서 진천의 상산초교와 첫 게임을 맞는다.
포스트는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은 주하늘이 그대로 맡고, 센터는 오른쪽 사이드를 맡았던 6학년 이호철이 옮겨 오고, 오른쪽 인나에 6학년 이영웅, 오른쪽 사이드에 5학년 김재익, 왼쪽 인나에 6학년 정윤성, 왼쪽 사이드에 6학년 장현덕, 그리고 골키퍼에 6학년 김인중이 스타트 멤버로 출전했다.
어제 전통의 강호 부평남과 8골 차로 진 상산초는 초반에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러나 동부초교의 전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었고, 주장 주하늘의 부상 투혼과 오른쪽 인나 이영웅의 발군의 슛이 터지면서 동부초교는 승기를 잡기 시작했다.
주하늘은 포스트에서 맹활약하여 필드 슛은 물론 페널티드로를 얻어 모두 성공시키면서 주장으로서의 제몫을 다했고, 사이드에서 센터로 올라온 이호철도 착실하게 경기운영을 잘 풀어나갔다.
무엇보다도 막강한 수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한 동부초교 이송문 코치님의 작전은 제대로 들어맞았고 전국대회 첫 출전한 골키퍼 김인중의 활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후반 들어 상산초와의 골 격차가 10골 정도로 차이나자 동부초교는 5학년으로 선수들을 교체했는데, 5학년들은 빠른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앞서 오히려 골 차를 더 벌려 놓았다.
결과는 23대 9로 동부초교의 승리!
전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전력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2. 4/4 동부초교 : 부평남초 - 동부가 이겼다기보다는 부평이 진 경기
동부초와 부평남은 전통의 라이벌이라는 사실을 이 대회를 통해 알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부평남이 페널티드로 6개중 4개를 실패한 경기였다.
주장 주하늘의 부상과 센터 신상혁이 결장한 동부초는 강력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는데 주력했다.
서로 상대를 잘 아는 처지여서 주포 이영웅의 활약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경기는 의외의 곳에서 풀어졌다.
전반 초반 동부초교 주포 이영웅을 강하게 견제하던 부평남의 수비는 동부초교 왼쪽 인나 정윤성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철저하게 막는 동부초교의 수비는 가히 필사적이었다.
경기는 전후반 내내 팽팽하게 전개됐고, 전후반 내내 앞서 가던 동부초는 후반 체력이 떨어지면서 부평남이 1점차까지 쫓아오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
동부초교의 필사적인 수비는 부평남에게 페널티드로를 총 6개를 허용하는데, 부평남은 4개를 실패한다. 패인은 거기에 있었다.
결과는 18대 17로 동부초교 승리!
사실 동부초교로서는 기대는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여서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경기였다.
3. 4/5 동부초교 : 삼척초교 - 고공 폭격에 무너진 삼척의 단단한 팀웍
참으로 숨 가쁘게 돌아간 경기였다.
삼척초교의 화려한 개인기와 단단한 팀웍은 막강 부평남과 혈전을 벌이고 선수들의 부상에 지치고 무뎌진 동부초교의 수비라인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동부초교 수비라인 틈새를 비집고 낮게 들어오는 삼척초교의 빠른 슛은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로 등장한 동부초교 김인중을 지나 골네트가 출렁거렸다.
그러나 동부초교에는 이번 대회를 통해 고공폭격기란 닉네임을 갖게 된(내가 이름 부침) 이영웅이가 있었다.
이영웅은 프리드로 때 마다 높이 올라 중거리 슛을 날렸고, 그 때마다 장신 선수가 적은 삼척초교의 골네트도 출렁거렸다.
경기는 참으로 박진감 있게 진행되었다.
승부의 분수령은 동부초교 골키퍼 김인중이 후반 늦게 선방을 하고, 주포 이영웅이 지친 상황에서 5학년 김재익의 깜짝 돌파하며 날린 슛이 성공하면서 갈라졌다.
결과는 18대 15로 동부초교 승리!
시합이 끝나고 승리를 한 동부초교 골키퍼 김인중도 울고, 화려한 개인기와 단단한 팀웍으로 다이나믹한 모습을 보여 줬던 삼척초교 선수들도 울었다.
4. 4/6 동부초교 : 종암초교 - 불꽃 투혼이 만든 우승!
동부초교와 종암초교는 전지훈련을 같이 해 서로 잘 아는 사이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동부초교가 훨씬 앞선다.
그러나 결승전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인창초(여자부)와 동부초는 함께 간다는 징크스가 있다고 하는데, 여자부 결승에서 인창초가 져서 동부초교는 약간의 불안이 드리워졌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전은 종암초교가 1점차로 이긴 가운데 종료 됐다.
동부초의 주포 이영웅의 슛은 자주 빗나갔고 잘 때린 슛도 골대를 맞기 일쑤였다.
그리고 연일 강행된 경기는 초등학교 선수들을 지치게 했다.
후반전은 밀고 밀리는 가운데 점수가 별로 나지 않았다.
승부는 후반 동부초교의 집중력 있는 수비가 빛을 발했다.
결과는 13대 11일로 동부초교의 승리!
주포 이영웅이 13골 중에서 11골을 넣었다.
이영웅은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동부초교가 우승을 한 데는 하남시와 핸드볼 후원회의 지원과 안석주 감독의 자상한 지도력 그리고 이송문 코치의 헌신적이고 섬세한 가르침과 선수들의 투혼과 학부모 등 모두가 혼연일체로 똘똘 뭉친 결과다.
동부초교 선수들은 여기서 자만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길 바라며, 동부초교가 우승하기까지의 관전기를 여기서 접고자 한다.
끝으로 핸드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바람대로 핸드볼이 더욱 더 국위를 선양하고 인기 종목이 되어, 방송국에서 개최한 시합을 방송하지 않는 현실이 개선되기를 기원합니다.
첫댓글 관전기 감사드립니다. 님의 말씀처럼 어린 선수들의 시합에 좀 더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늘 좋은선수들을 선발하고 그리고 팀에 열정을 갖고 계시던 안감독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ㅎㅎ
매 경기마다 바짝바짝 타는 심정으로 애정 담긴 관전기 잘 읽었습니다. 경기마다 붙여진 제목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어린 선수들이 밑바탕인데, 마지막 어린 벗님 말씀이 마음에 남네요.
이번 대회는 시간이 잘 나지 않아서 한 경기도 못 본 것이 아쉽네요. 관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