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에서는 초록빛 숲속에서 그림책을 읽을 수 있다. 건물의 복도와 계단은 물론 숲길과 정원, 근사한 한옥의 대청마루까지 마을 전체가 도서관이자 놀이터다. 넉넉한 독서의 공간과 시간을 누릴 수 있는 숲속의 도서관이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 본관 건물
이야기를 품은 건물에서 즐기는 독서
그림책은 아이에게는 상상의 세계를, 어른에게는 위로의 시간을 선물한다. 세대를 묶어주고 소통하게 해주는 고마운 매개체다. 아이와 함께 책을 보다 숲길을 산책하는 가족, 손주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는 건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에서는 일상이다.
마을의 입구는 살림대문이다. 전북 고창군에 있던 종갓집 재실의 실제 대문을 옮겨온 것이다. 살림대문이라는 이름은 '살리는 기운을 크게 얻으라'는 의미를 담아 지었다.
금산지구별그림책 마을 입구인 '살림대문'
재실은 본관 건물과 마주본 자리에 있다.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재실의 온전한 형태를 볼 기회다. '책과 노닌다'라는 뜻을 담아 서유당이라 부른다. 대청마루를 중심에 두고 통유리를 설치했다. 마루에 앉아 있으면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름처럼 책 몇 권 곁에 두고 며칠 머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집이다.
왼쪽 한옥이 서유당
3대가 함께 읽는 그림책
다음은 본관으로 들어갈 차례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작은 전시공간으로 쓰이는 복도다. 왼쪽 노란색 벽에는 이영경 작가의 그림책 《넉점반》의 아트 프린트를 전시 중이다. <넉점반>은 윤석중 작가의 동시를 그림으로 옮긴 책으로 시계가 귀하던 시절 단발머리 꼬마가 동네 가게에 시간을 물으러 간 하루를 담았다.
이영경 작가의 《넉점반》 아트 프린트
오른쪽 콘크리트 색깔의 벽에는 임신과 출산, 성장, 죽음 등을 시계로 표현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시침이 가리키는 자리에는 각각 인생의 한 장면을 상징하는 12권의 책을 붙여 놓았다.
본관 건물 1층 복도에 설치한 작품
《넉점반》 내용이 궁금하다면 복도 오른쪽에 있는 넉점반도서관으로 가자.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자유롭게 책을 보는 공간이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에서 선정한 그림책 100권이 주제별로 전시 중이다. 도서관 이름의 모티브가 된 《넉점반》도 있다.
그림책 100권이 전시 중인 넉점반도서관
넉점반도서관을 지나면 서점이다. 그림책과 인문학 도서 등을 갖췄다. 서점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살펴볼 수도 있다. 책을 읽다 정면의 통유리로 시선을 옮기면 창밖 경치가 눈앞으로 다가온다. 서점 안 두 개의 벽면은 작은 갤러리로 이용 중이다. 주로 그림책 원화를 전시하는데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구입도 가능하다.
책도 읽고 풍경도 감상할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서점을 나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2층 천장 높이까지 올라간 책장이 있다. 빼곡하게 들어찬 수천 권의 책 모습에 탄성이 나온다.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할 책장이다.
1층에서 2층 천장까지 설치한 책장
영유아 자녀와 함께 방문했다면 지하에 있는 행복한도서관을 이용하면 된다. 놀이터처럼 꾸민 공간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볼 수 있다. 아이가 놀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바닥을 처리했다. 실내를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눈 벽면에는 서현 작가의 작품이 그려져 있다. 벽면 중간을 뚫어놓아 부모가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는 수유실도 갖추었다.
할아버지와 함께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다면 2층 북스테이를 이용하면 된다. 성인 기준 2명이 잘 수 있는 방이다. 방에는 아이들을 위해 색연필도 준비해놓았다.
북스테이에는 아이와 함께 머물기에도 좋다
북스테이 방문객을 위해 넉점반도서관과 행복한도서관은 오후 8시까지 개방한다. 좋아하는 음악 CD를 가지고 가면 북스테이 맞은편 음악감상실에서 들을 수도 있다.
한 번 들어가면 오래 머물며 음악을 듣고 싶어지는 음악감상실
마을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 자연 속 도서관
본관에서 나와 정면으로 걸어가면 노란색 그림책버스와 정원이 나온다. 아이들에게 인기 높은 버스 도서관이다. 아이들은 좌석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도 버스를 타고 여행 가는 상상을 한다. 놀고 싶으면 당장 일어나 숲으로 뛰어가도 된다. 그림책버스 주변에 조성된 미로정원과 아하정원이 아이들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숲속을 걷다 만나는 그림책버스
미로정원은 이름처럼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미로 모양의 정원이다. 가운데 있는 정자에 도착하기 위해선 30여 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금세 닿을 것 같아도 돌고 도는 길이다. 미로에 빠진 듯 길을 헤매고 다시 찾는 경험이 방문객들에게는 숨소리와 새소리, 발소리에 집중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를 미로정원에 들여보낸 후 자녀의 뒷모습을 처음 자세히 보게 되었다고 말하는 부모도 있다. 인생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선 시행착오란 필수란 사실을 짧은 산책으로 배우는 시간이다.
빠져나오기 어려운 미로 정원
아하정원은 원형의 잔디밭이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명상을 하거나 누운 채 하늘 풍경을 본다. 미로정원에서는 길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면 아하정원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의 시간을 누리게 된다.
편히 앉아 명상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아하정원
정원을 지나면 조양서원의 솟을대문인 견문헌이다. 마당으로 한걸음 들어가면 머리 위 견문헌 처마가 열리며 멀리 있는 산등성이 풍경을 조금씩 내어주는 것만 같다. 조양서원은 '아침 햇살'이란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다. 이곳에 왔다면 마당 주변을 거닐거나 대청마루 문을 통해 경치를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풍경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매일 변화하는 작품이 된다.
마을 곳곳에서 자라는 꽃과 나무는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이 계절별로 갈아입는 옷이다. 산수유와 철쭉이 화려한 봄옷이 되어 마을을 치장하는가 싶더니 이내 녹색의 옷이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산책길에 쌓이는 붉은 낙엽은 가을을, 마을 전체를 덮는 하얀 눈은 1년이 지났음을 말해준다.
조양서원에 갔다면 대청마루에 올라 뒷문을 열어보자
조양서원에서 나와 아하정원을 지나면 책읽는메타길이다. 약 100m 거리에 메타세쿼이아를 심어놓은 산책길이다. 길 곳곳에 놓인 벤치에는 누구나 앉아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에 가면 어디에서든 책 읽기 편하다. 나무 그늘과 정원에서 책을 읽다보면 새소리와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비가 오거나 햇볕 내리쬐는 자연의 풍경도 독서의 시간과 함께 한다. 자연의 품에서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금산지구별그림책마을로 여름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