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69회 등산 대성산(705m) 2020-17
(충북 옥천군과 충남 금산군 경계) 2020년 6월 7일(일) 맑음 원성연 박용균
처음 대성산을 탐방한 1994년 4월 24일(일) 동네 주민들은 이 산에 별천지가 있다고 말씀하셨다. 산을 바라보니 오른쪽의 국사봉이 범상치 않은 형상이고 산은 높고 큰 산으로 보여 가슴이 뛰고 있었다. 의평 저수지 아래 둥구나무 옆에 주차하고 의평 저수지를 향해 걸어간다. 의평 저수지는 동해의 푸른 물처럼 보기 좋고 넉넉하게 채워졌다.
대성폭포에 선 필자
산길로 들어서자 옥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반긴다. 명경지수 같은 계곡 길을 이리저리 진행하며 20분쯤 진행해 대성폭포에 닿았을 때 지리산과 설악산의 아름다운 폭포를 방불케 하는 황홀한 풍광에 아! 이곳이 별천지구나 하고 감탄했다. 깊은 산골짜기의 험한 곳에 위치한 것도 신기했고 폭포의 빼어난 경관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특히 대한민국의 어느 산에서도 아름다운 폭포의 경관을 시로 지어 폭포 옆에 비석으로 새긴 곳을 지금까지 본적도 없었다.
絶壁堂空險(절벽당공험) 깎아지른 벼랑 하늘 험한 곳에
寒泉倒掛流(한천도괘류) 차가운 물줄기 걸려 흘러내리니
殷殷雷鼓轉(은은뇌고전) 은은한 천둥소리 연이어 치고
源雨滿山頭(원우만산두) 비의 근원이 산머리에 가득하도다.
옛 선비가 이곳에 와서 폭포의 경관에 반해 시를 지어 폭포 옆에 비석으로 새겨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칭송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대성산의 산줄기는 금남정맥의 산 인대산부터 시작된다. 인대산 남봉에서 금남정맥을 벗어나 동쪽으로 가지를 친 인대지맥 산줄기가 약 3.5Km 거리에 월봉산을 빚어놓고 북쪽으로 9Km를 뻗어 나가 대성산의 모산인 금성산을 들어올린다. 금성산에서 동쪽으로 곁가지를 친 대성지맥 산줄기가 닭이봉을 일으킨 후 북쪽으로 북진하며 서대산 남봉을 솟구친다.
꼭지점 네거리서 바라본 정상(왼쪽)
서대산 남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 대성지맥 산줄기는 국수봉(668m)을 일으키고 충남과 충북의 경계를 이루는 천태산 북봉에 닿는다. 천태산 북봉에서 북쪽으로 4Km를 뻗어나가 불끈 들어 올린 산이 대성산이다.(금성산부터 약 26Km) 대성산을 솟구친 대성지맥 산줄기는 약 15Km를 더 뻗으면서 매봉, 장령산, 마성산, 용봉을 빚어놓고 남은 여맥을 서화천(일명 실개천)에 가라앉힌다.
선바위
오늘은 공식 기록된 대성산 13번째 탐방이다. 아마 기록 못한 것까지 포함하면 20번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 산행은 여름철이기 때문에 큰 폭포를 경유하여 정상을 밟고 하산은 대성폭포로 하산하는 코스를 계획한다. 성능 좋은 4륜구동 차로 의평 저수지로 차를 운행한다. 차창에서 의평 저수지를 내려다보니 수량도 부족하고 물색도 좋지 않아 실망스럽다. 저수지 위 널찍한 주차장은 밭으로 개간해 주차할 수도 없었다. 산 쪽으로 조금 더 진행하니 좁은 산길이 널찍한 길로 바뀌어 조금 더 진행한 산길 모퉁이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9:34)
정상의 이정표
10년 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10년 만에 찾은 대성산은 변해있었다. 산길 오른쪽은 대성산에서 흘러내리는 계류 인데 물이 말라 있다. 지금까지 대성산 산행을 와서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일이다. 50m쯤 진행하니 정상 5.5Km, 큰 폭포 1.3Km, 대성폭포 1.5Km란 푯말이 반긴다. 큰 폭포 가는 길엔 다리가 놓여있고 임도를 개설했다.
이정표 삼거리
자연훼손의 아픔인 현장인 임도를 따라 나아간다. 완만한 임도 길로 11분쯤 진행하니 대성폭포 3거리가 나타난다.(9:45) 이정표엔 대성폭포를 작은 폭포로 써 놓았다. 도대체 폭포찬양 비석까지 박혀 있고 별천지로 불리는 대성폭포를 작은 폭포로 호칭하다니 어이가 없어 기가 막힌다.
산길 초입
하나의 작은 능선을 넘어 잠시 내려가다가 완만한 오르막길에서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선다.
(9:52) 약초에 일가견이 있는 박용균 대장이 천마를 찾아보느라고 10분쯤 지체한다. 이어서 급해진 계곡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 현 위치: 큰 폭포, 선바위 0.5Km 라고 쓴 스테인리스 푯말이 서있는 곳에 이른다.
큰 폭포
이곳에서 왼쪽 계곡 쪽으로 50m쯤 들어가 큰 폭포에 닿는다. 큰 폭포는 물이 말라 거대한 암벽으로만 다가와 안타깝다. 다시 이정표 푯말로 돌아와 가파른 오르막길로 선바위에 올라선다.
선바위 이정표
계속하여 뚜렷한 산사면 길을 따라 산을 올라간다. 얼마 후 점점 급해지는 산길로 꼭지점 네거리로 불리는 쉼터에 올라선다. 정상과 대성2봉(645m)이 나무사이로 조망된다. 정상 1.7Km, 큰 폭포 2.5Km, 대성폭포 1.8Km 라는 푯말도 서있는데 아무래도 거리가 잘못 측정된 느낌이다.
꼭지점 네거리 이정표
무더운 여름날이라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숨을 고른 다음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잠시 산사면 길로 나아가 능선에 이른 후 점점 급해지는 능선을 타고 대성 2봉에 올라선다. 나무에 둘러싸여 전망은 막힌 상태다. 이어서 완만한 능선 길로 조금 내려서니 천태산 사진이 기재된 안내판이 반긴다. 천태산 5시간 20분, 장령산 4시간 이라고 쓰여 있다. 이제 정상은 가까이서 어서 오라고 부르는 것 같다. 완경사 능선 길로 진행하다가 점점 급해지는 능선 길로 정상을 밟는다.(11:23)
정상의 필자
정상까지 오는 동안 단 1명의 산객과 조우하지 않았고 윗옷과 조끼는 흠뻑 젖었다. 어느 산보다도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건강한 땀을 흘려 뿌듯한 기쁨이 밀려온다. 코로나로 갇혀 있던 일상에서 벗어나 태곳적 자연과 함께 한 산행이라 기쁨은 배가 된다. 금산으로 뻗은 산길로 나아가 충남1봉 서대산과 100대 명산 천태산을 조망한다.
정상을 뒤로하고 올라온 코스를 역으로 나아갈 때 방안폭포 1Km란 푯말과 산길이 나있다. 대성폭포 위에도 대성폭포와 모습이 흡사한 폭포가 있는데 그 것이 방안폭포인지 그렇지 않다면 대성폭포 능선 반대편 골짜기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폭포가 방안폭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에 답사하여 확인해 볼 것이다. 다시 대성2봉에 되 오른 다음 잠시 내려서니 두 갈래 길이 나있다. 무심코 리본이 많이 달린 왼쪽 길로 진행했는데 아무래도 하산 길이 아닌 것 같았다. 이 능선 길은 옥천과 금산의 경계능선으로 장령산을 가는 길이었다. 잘못 진행했음을 알고 뒤돌아 내려간 길에서 다시 올라오는 알바를 한다.
산길은 눈부신 초록의 숲길이다
삼거리로 돌아와(12:30) 오른쪽 길로 진행해 꼭지점 네거리로 돌아온다.(12:42) 벤치에 앉아 휴식을 하고 있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내 나이 또래의 산객을 산행 중 처음으로 만난다. 그 사람이 장령산 가는 길을 물어봐 뒤돌아 삼거리로 올라가라고 알려준다. 10분쯤 휴식을 한 다음 급경사의 능선 길로 산을 내려간다. 가끔 전망이 열려 마니산과 월이산을 조망한다.
바위벽에 밧줄이 매여 있다.
산길은 좁지만 뚜렷한 급경사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아주 험한 곳을 지장보살을 독송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서니 대성폭포 오른쪽이 아닌 왼쪽의 바위절벽에 이르게 돼 황당하다. 갈림길도 없이 오직 길을 따라 내려왔을 뿐인데 대성폭포 왼쪽 지점이라니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다. 이곳은 처음 대성산을 찾았을 때 대성폭포에서 등산하는 길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어 아무 안전시설도 없는 바위를 힘겹게 엉금엉금 기어 올라갔던 곳이다. 지금은 바위절벽에 밧줄이 길게 매여져 있어 밧줄을 타고 조심스럽게 내려가 대성폭포에 닿는다.
대성폭포
대성폭포는 3단계 폭포로서 높이가 30m가 되는 거대한 폭포이다. 백척간두 같은 험한 절벽에 위치해 마치 하늘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느낌을 받는 폭포이다. 오늘은 물줄기는 미미하지만 폭포의 위용은 여전하다. 처음 본 박용균 대장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대성폭포
대성폭포를 뒤로하고 하산 길을 서두른다. 계곡 길을 따라 조금 내려선 곳에 위치한 선녀탕도 엉망이 돼 안타깝고 작은 폭포로 불렸던 폭포는 아예 모습을 잃어버렸다. 두 계곡이 합수하여 참으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골짜기도 물이 거의 말라 버려 씁쓸하다. 예전에는 알 탕을 할 만큼 많은 물이 흘러내려 시원한 물로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했었다.
오늘은 비록 계곡의 수량이 적어 폭포의 장관과 아름다운 계곡미를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산행을 했다. 장마가 끝난 다음 대성산을 찾으면 대성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대성산을 답사했을 때 대전 언저리에 이토록 아름다운 산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이제 큰 성인(大聖)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는 대성산에서 임도 건설 등 더 이상의 훼손이 있어선 안 된다. 산행 뒤풀이는 금강 변에 위치한 선희 식당에서 어죽과 도리뱅뱅이로 흡족한 오찬을 했다.
◈ 산행마침: 13시 56분
◈ 산행거리: 약 10Km, 4시간 22분소요(41분 휴식포함)
평균속력: 1.9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