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기로’ 추락한 특검 박영수…檢
“범행 수법·죄질 불량”
구속영장 청구…8억 수수 및 청탁대가로 200억·50억 약정 혐의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도 영장…“필요시 박영수 딸 조사”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017년 3월6일 오후 박영수 당시 특별검사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국정농단 사건 최종 수사 결과와 성과에 대해 발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구속 갈림길에 놓였다. '대장동 로비 의혹'의 큰 줄기인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수사 1년8개월 만에 박 전 특검 신병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26일 박 전 특검에 대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의 최측근이자 특검보 출신 양재식 변호사도 공범으로 규정, 동일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배경에 대해 "범행 수법이나 죄질이 불량하며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본인과 관계자들을 통한 증거인멸 정황 등을 고려해 구속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양 변호사에 대해서도 "범죄 실행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특검과 특검보로 함께 활동했다.
우리은행에 대장동 자금 조달 청탁…"필요시 딸도 수사"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업자 남욱씨 등으로부터 컨소시엄 관련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약속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실제로 민간업자들로부터 8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봤다.
우리은행은 당초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출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심사부 반대로 최종 불참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원의 여신의향서를 냈다. 그 결과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민간사업자 평가 항목 중 '자금 조달' 부분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양 변호사와 공모해 2014년 11∼12월 컨소시엄 출자 및 여신의향서 발급 대가로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원 상당과 단독주택 2채를 약속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교류하던 박 전 특검이 2015년 대한변협회장 선거 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당초 박 전 특검이 200억원 넘는 금액을 약정받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리은행 역할이 축소되면서 그 규모도 줄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대장동 사업의 주도권을 넘겨받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게서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50억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2015년 4월께 박 전 특검이 약정액 중 5억원을 실제로 받은 것으로 적시했다. 5억원은 토목업자 나아무개씨로부터 대장동 분양대행업자 이기성씨와 박 전 특검을 거쳐 김씨에게 전달, 대장동 사업 협약체결 보증금으로 사용됐다.
검찰은 김씨와 남씨, 회계사 정영학씨 등 민간업자들이 청탁의 대가로 박 전 특검에게 이 돈을 건넸고 박 전 특검이 다시 김씨에게 보내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8억원 외에 박 전 특검이 약정 받은 50억원 중 일부가 추가로 흘러갔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박영수 50억클럽 의혹' 과 관련해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특히 화천대유 직원으로 있던 박 전 특검의 딸이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빌린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과정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또 박 전 특검 딸이 2021년 6월 화천대유가 소유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은 점 등이 '50억 약정'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퇴직금으로 받기로 했던 5억원까지 합하면 화천대유를 통해 박 전 특검 딸이 받은 총액은 25억원 수준이다. 이는 '50억 클럽'에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및 성과급 명목으로 받은 세후 금액 25억원과 규모가 일치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특검 딸에 대한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필요하면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 ⓒ연합뉴스
국민 '지지' 받던 특검서 각종 비리 연루 '지탄' 대상으로
박 전 특검은 검찰 재직 당시 SK 분식회계와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등 재계 비리와 관련한 굵직한 사건을 잇달아 맡으며 스타 검사로 떠올랐다.
대검 강력과장과 서울지검 강력부장, 서울지검 2차장검사 등을 거쳐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그는 2009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박 전 특검은 양재식 변호사도 함께 몸담았던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됐다.
특검팀은 ▲삼성 등 대기업 뇌물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국정농단 전반을 수사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포함해 박근혜 정권 실세 30여 명을 재판에 넘겼다.
역대 12차례 특검을 통틀어 '최고의 특검'로 불렸지만,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휘말리면서 추락 경고등이 켜졌다.
박 전 특검은 2021년 7월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아무개씨에게 포르쉐를 받은 의혹이 불거지면서 특검팀 출범 4년7개월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당시 박 전 특검은 포르쉐는 빌린 것이며 '렌트비를 모두 지급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이 불거진 후 렌트비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탄을 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김씨로부터 포르쉐 무상 이용을 포함해 총 336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 충격이 채 가시기 전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사건으로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50억 클럽' 핵심 인물로 거론된 박 전 특검은 2011년 11월과 지난해 1월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형사처벌을 피해가는 듯 했던 박 전 특검은 곽 전 의원의 뇌물 혐의 1심 '무죄 선고'를 계기로 검찰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검찰은 3월30일 박 전 특검의 주거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우리은행 관계자 등을 잇달아 소환조사 하며 컨소시엄 구성 등 과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결국 박 전 특검은 지난 2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비공개 출석해 세 번째 조사를 받았고, 결국 영장이 청구되면서 구속 갈림길에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