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처음 올리는 글인듯 싶습니다...
전역한지 약 열흘정도 됐습니다... 항상 군생활하면서도 멀리 떠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시간에 여유가 있을때 가기로 마음먹고 여행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왠지 전라선 마지막 열차를 타고 끝까지 가보고 싶더라구요...
2003. 11. 16. 23:52... 수원역...
집이 성남인 관계로 가까운 수원역을 향했습니다... 약 세시간정도 기다린 후 전라선 마지막 열차를 탔습니다... 목적지는 전라선의 끝이라는 여수...
11. 17
새벽 여섯시쯤 여수에 도착하더군요... 먼저 걸어서 갈만하다는 오동도에 갔습니다... 새벽이라 바다바람이 무척 차가웠지만, 저 멀리서 해가 떠오르면서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니 추위도 모르겠더군요... 해돋이 장소에 도착하니 딱 맞춰서 수평선 저 멀리로 둥근 해가 솟아오르더라구요... 바다에는 그동안 많이 갔지만 이렇게 정확히 해돋이를 본건 처음이라 가슴벅찬 감동을 어찌 표현할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해돋이를 보고 오동도를 한바퀴 둘러본 후 오동도 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101번 버스를 타고 향일암으로 향했습니다... 향일암 오르는 길은 과도한 흡연으로 인한 제 폐에 약간의 무리가 있었지만, 올라간 보람이 있더라구요... 그 가파른 절벽에 그러한 암자를 지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경이로워 보였습니다... 그 동안 가 본곳중에서 최고의 장소를 꼽으라면 아마 향일암을 꼽을 듯 싶을정도...
그리고 터미널로 향해서 순천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순천역에서 스탬프 받고, 택시타고 팔마탑이 있는 죽도봉 공원을 잠시 둘러본 후 순천만을 향해 버스에 몸을 실었죠... 버스에서 잘못내리는 약간의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찾아갔습니다... 멋지더라구요... 드 넓은 갈대밭, 이름모를 철새들... 그리고 저 멀리 뉘엿뉘엿 지는 해... 절로 마음이 숙연해진다고나 할까...
이렇게 첫날 일정은 마치고 순천 시내의 한 게임방에서 하루를 마감했죠...
11. 18
아침에 일어나 88번 버스를 타고 벌교로 향했습니다... 벌교역에서 스탬프를 받고 시장분위기에 휩싸여 발걸음을 움직여, 벌교 터미널로 갔죠... 다시 버스를 타고 보성에 도착했습니다...
보성하면 차... 그래서 보성차밭을 갔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옥의 티라면 티가 될까... 차밭을 둘러보고 버스 기다리는데, 어느 아저씨께서 말을 걸더니 도토리같은 씨앗 5개를 주는 겁니다... 녹차 씨앗이라나... 담배 한가치와 바꾼 물건치곤 값진것인듯 싶더군요...^^;; 암튼 그 아저씨한테 녹차에 관한 이런저런 것들을 들으며 보성역가서 스탬프 받고...
할머니 댁이 강진이라서 보성 터미널 가서 강진행 버스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서 또 하루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11. 19
강진에서 조금 늦게 나온 관계로 무척 빡빡한 하루가 될듯 싶었습니다...
광주를 향해 오면서 중간에 나주에 들러 스탬프 찍고, 광주에 있는 친척분께 잠시 인사드리고, 밖을 나오니 이미 매우 늦은 시각... 그래서 그날은 광주의 이름도 모르는 동네에서 묵게 되었습니다...
11. 20
아침에 일어나 대충 씻고 송정리 역을 향해 갔습니다... 그리고 스탬프를 받고 익산행 열차에 몸을 싣게 됐습니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군산...
무척 힘든 하루를 예고라도 하듯이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보다는 조금 더 많이 내리더군요...
익산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군산까지 가는 통일호 열차는 아직 두시간정도 기다려야 하더군요... 그래서 익산역 근처에서 밥을 먹고, 비맞으며 불쌍히 거리를 헤매이며 기차를 기다렸죠...
드디어 통일호 열차 출발... 입대 전에 신탄리가려고 탔던 경원선 열차랑 똑같은 열차인듯 싶어서 잠시 2년전을 떠올렸죠... 그리고 군산 도착... 솔직히 군산은 정말 발길 닿는데로 온 곳이어서 어딜 가야할지도 모르겠더라구요... 비도 오고... 잠깐 망설이다가 월명공원을 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께 가는 길을 물어보니 15분만 걸어가면 된다고 해서 비좀 맞으면서 걸어볼까 하며 걷기시작했더랬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걸었는지는 몰라도 엄청 힘들었습니다... 가방 덕에 어깨는 아프고, 비는 와서 옷은 촉촉해지고... 암튼 그래도 도착했습니다... 월명공원... 가서 군산앞바다와 군산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보니 보람이 있긴 있구나, 했죠... 그리고 걷다가 보니 이상한 동네... 한시간을 헤맨듯 싶었습니다... 결국 버스타고 와보니 다시 군산역앞... 더 이상 움직이는 건 무리라 생각하고 허름한 식당에서 기대이상의 맛있는 칼국수를 먹은후 그렇게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그 동안 여기저기 여행다녀본 곳 중 군산이 제일로 힘든 동네로 남을듯...
11. 21
오늘은 집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어제 혼자 파티한다고 맥주 몇캔을 먹었더니 아침부터 약간의 머리 지끈거림이... 저도 나이를 먹긴 먹었나 봅니다...
아침에 먼저 금강하구둑을 갔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것을 직접보니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채만식 기념관에도 잠시 가보고... 관리인 아저씨께서 오늘 처음 온 사람이라고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시더라구요...(나중에 시간나시는 분들 거기 가시면 11.21 첫번째 방문자는 저로 돼 있을겁니다... 장시경... ^^) 장항으로 넘어갈땐 배로 가기로 마음먹었는 지라 다시 버스를 탔습니다... 도선장을 가야하니까요... 그냥 타서 원래 내려야 할곳을 지나쳐서 엉뚱한 곳에 내리나 싶었는데, 의외로 어제 헤매이던 동네에 또 가있더군요... 그리고 또 헤매이다 보니 저 멀리서 유람선이... 유람선 표를 끊고 출발하기만을 기다리는데, 저가는것을 군산이 슬퍼하기라도 하는걸까요...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바람이 엄청 부는 것이었습니다... 대단하더라구요...
유람선을 타고, 장항에 도착했죠... 그리고 장항역까지 터덜터덜 걷고 다시 수원역을 향하며 이번 여행은 마무리 지었습니다...
제대하고 처음 간 여행이라 무한한 자유에 온 몸이 그리고 마음 속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앞으로 학교 다니고 사회에 적응하면 언제 이런 시간을 또 가질수 있을까 생각하니 더욱 귀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첫댓글 =ㅁ= 멋진 여행이십니다^^*..자유로움을 느끼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지만... 계획짜기놀이를 하면서 두뇌여행을 하는 재미 또한 무시할 없기 때문에..ㅎㅎ // 언젠가 돈이 좀 마니 모여면..;;; 저두^^*..ㅋ
젊다는건 그렇게 발길 닿는대루 떠날수 있는 젊음과 용기가 있다는 뜻이겠죠. 군산여행 계획 있으신분들은 연락주시면 성심성의껏 -_-;;; 나름대로 미아 안되게 정보는 드릴수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