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오늘도 여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립니다.
비오는 날이면 지짐이 한장에 막걸리 내놓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로 정겨운 날입니다.
이런날 역시 감초같은 군대야기 하나올립니다.
예편 보름전에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해서
부대 내 군의관을 찾았습니다.
인턴을 갓마치고 온 군의관이 뭐 대단하겟습니까?
"중대장님, 맹장같은데 사회 나가시면 돈드니까 군에서 제거하시지요?"
하면서 아부를 떨더군요. 지가 가끔 면세양주를 줬거든요.
바로 화곡동 국군통합병원으로 후송을 하더군요.
엠브런스 싸이렌 소리가 요란한데 환자가 걸어내리니까
이동침대를 가지고 부리나케 나오던 군의관이 두리번거리며
"아니 환자가 어딨습니까?"
"내가 환자야."
그랬더니 이상한 눈으로 째려보면서
누워야 한다길래 누워서 응급실로 갔습니다.
잠시후 초임 군위관이 와서는
"중대장님 어디가 아파서 오셨습니까?"고 하길래
배가 좀 아프다고 했더니 여기저기 만져보더군요.
"아프십니까?"
"아니"
그랬더니 사라지곤 대위가 오더군요.
역시 배를 쓰다듬고 누루고 하더니 또 갸웃거리데요.
이번에 소령이 왔습니다.
"이분이 배가 아프다십니다."하고 대위가 보충설명을하니까 여기저기 눌러보더군요.
살살 누르던 손에 힘을 팍팍 주니 통증 생겼서 아프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힘줘서 안아픈사람이 어딨냐며 두고보자는겁니다.
그날이 금요일이었습니다.
바로 입원을 혔는디 사병입원실을 지나 간부병동에 누웠습니다.
사병병실에서 시도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신음소리에
잠을 이룰수가 없더군요. 해서 여기저기 둘러보았습니다.
총상 자상 타박상 심지어 복부가 뻥뚫린 환자까지 그 젊은 아이들이
온갖 사고로 다쳐 누워 신음하는 모습을 보니까
복부 통증이 사라지더군요.
그렇습니다. 사치였습니다.
해서 몰래 옷을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다음 월요일 아침에 부대에 복귀를 했더니
인사장교가 통합병원에서 탈영했다고 상부보고 한다고 난리가 났다더군요.
해서 바카스 한박스 들고 가서 싹싹빌고 원대복귀 명령을 받아가지고
돌아와 조용히 반성하며 예편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유혹과 아부에 약했던 저는 지금
절대로 유혹에 넘어가지 않습니다.
첫댓글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역시 우암님이십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곳 비가 그쳤으니 서울도 지금쯤은 비가 그쳤겠죠?
오늘 서울의 날씨는 부분적 맑음입니다. 더운 기운도 있구요. 젤루 재미없다고들 하는 군대야기가 재미있다하시니 고맙습니다.
우암님 아니면 누구도 못할....... 어려선 한 개구장이 하셨겠어요~!ㅋㅋㅋㅋㅋㅋ
이론. 아닙니다. 누구나 다 있을수 있는 일인데 무용담만 주로들 하고 쩍팔린 이야기는 되도록이면 삼가는 본능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저야 뭐 속일게 있습니까? 이미 다팔린 쩍입니다.
ㅎㅎㅎ 우암님~~~~!!
아이쿠 죄송합니다. 지가 젊어서부터 무지하게 좌충우돌 했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