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를 바라보는 시선
조셉 킴 <초록동산-낙원> 2006, 캔버스에 아크릴
조셉 킴의 <낙원>이란 그림을 어제 밤 문득 펼쳐 보았다.
MBC 시즌 드라마 <옥션 하우스>2회의 주제가 되었던 그림이기도 하다.
지금 화가는 백혈병으로 투병중이다. 해외에서 샤갈의 환상주의를 동양적으로 녹여냈다는
극찬을 듣고 있는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은 불우하고 <화려하게> 보였던 미술계의 한 단면과는
동떨어진 생의 이면들을 살아내고 있다.
요즘 한국사회는 <신정아-변양균>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녀의 학위 위조사건은 일파만파 그녀를 둘러싼 정치계와 경제계의 굵직한 인사들과의
커넥션과 연관관계로 확장되었고, 국민들의 관심은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의 풍경에만 관심을 쏟는듯 하다.
이런 일로 인해 사실 미술계가 타격을 받는가라고 물어보는 이들이 있다.
미술계를 누구보다도 자주 들락날락 거리며 관심의 초점을 알아내는데 관심이 많은 나지만
여기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캐어묻기 좋아하고
남의 사생활을 안주삼아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아니올시다>이다
미술계가 이번일로 타격을 받을 일은 아예 없다.
어차피 터져야 할 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더구나 그녀를 믿고, 기획을 맡겼던 갤러리스트들 또한 그녀의 사기로 인해 큰 손해를 본 셈이다.
어느 시장이나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개척하고 노력하는 자가 있다면
거기에 무임승차하고 쉽게 투기하려는 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시장이다.
신정아를 둘러싼 비엔날레 선임에 대한 문제는 미술계 일각에서 사실 끊임없이 튀어나왔던 사안이고
그녀가 거짓말장이란 걸 알고 있었던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정치권의 비호, 그녀를 둘러싼 불교계나 다른 경영자들의 영향력 또한 있었을거다.
어느 시장이나 흔히 말하는 선수들은 <사기꾼>을 알아보는 법이다.
아는 모 갤러리의 관장님은 "그녀의 거짓말이 언젠가는 들통날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니 나아가 "저 친구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라고 느끼고 있노라 말한 관장님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의문점은 남는다. 왜 그렇게 진작 알았다면 왜 검찰에 미리 고발하거나
사회적인 이슈로 만들어서 방지하지 못했을까?
여기에는 미술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미술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행동양식 또한 한 몫을 한다.
굉장히 조용조용 움직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이다. 여기서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자칭 미술시장이란 것이 증권시장과 연예계를 합쳐놓은 듯한 성향의 시장이라고 말하면서
정작 그 주체들이 되는 시장 내의 플레이어들은 참 조용히도 움직인다.
아직까지도 미술은 고급예술, 하이아트의 자존심이 강한 시장이다. 대중을 타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것도, 적어도 중견작가들 사이에서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도 내게는 당연하게 느껴진다.
이들에겐 이상하리 만큼의 자존심이 있다. <인정받아야 할 것들은 언젠가는 인정받게 되어있다>란 식의 사고다.
서론이 너무 길다. 다시 신정아-변양균을 둘러싼 사건의 프로필로 들어가 보면
오히려 미술시장의 고답성을 부서뜨릴 멋진 단서들이 더 많이 포착된다. 최근 들어 미술시장이
활황이었던 것은 미술품을 둘러싼 가격의 공정성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신정아씨가 성곡미술관에 재직시 많은 작가들로 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헐값으로 그림을 매입한 후 자신이 일정 이익분을 착복한 것은
바로 그런 사례다. 화랑과 갤러리는 배가 부른데 작가는 계속해서 가난한 이런 이중구조들을
하나씩 허물어 가는 것에서 이 땅의 미술시장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
이번 일로 <큐레이터협회>가 발족하고 큐레이터들이 이번 일과 같은 사안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아주 고무적인 사실이다. 많은 미술계 인사들과 플레이어들은
이번 신정아 사건을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인다. 고답적인 사람들조차도 움직일 정도였으니
그 파급력은 상당했으리라 본다. 다만 이런 사안이 터졌을때의 후속조치와 우리들의 태도가
더욱 중요하지 않나 싶다. 학위 위조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고, 미술품 가격의 공정시가가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가격모델을 더욱 세련화 시켜야 한다.
사람들은 이런 시스템에 대한 관심보다, 그저 그녀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유혹했나 혹은 능력있나 식의 '카더라'의 말을 할때, 그리고 그것을 들을때마다 답답하다.
베스트 블로거 기자라는 사람들이 트랙백으로 올린 글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사건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취재는 없이 의견만 분분하고, 정작 중요한 시스템을 확보하고 설계하는 것에는 너무나도 무지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난 시스템을 안정하게 만들고 세련되게 설계하는 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함부로 나대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트랙백이란 미명하에, 기획취재란 허울좋은
변명아래, 정확하지도 않은 미술시장에 대한 사견들을 늘어놓는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오늘 글을 썼다. 바른말을 하는 블로거라고? 아님 아줌마들의 수다를 듣고 무서웠다고?
미안하지만 당신들의 수다또한 그릇된 담론의 재생산일뿐 어떠한 영향력도 되지 못한다는 걸
오늘은 말해줘야 겠다. 미술판, 혹은 미술계가 이런 일에 흔들리지도 않을것이도
아니 이런 일이 터질수록 더욱 투명한 구조들을 하나씩 마련해 갈것이라고
나는 믿기 때문이다.
조셉 킴의 <낙원>이란 그림을 보면서 난 또 다짐을 한다.
인정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혹은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언젠가는 세상에 알려지고 만다는 걸
그 인정을 인위적으로 만든 모든 것들은 허물어 지고 만다는 그 간단한 진실을 난 또 이번일로 배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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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