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 비인과적 연기 : 우연의 인연(5)
196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자크 모노(1910~1976)는, 과학철학의 명저 「우연과 필연」(1970)을 통해 분자생물학의 눈으로 다윈의 진화론의 타당성을 뒷받침하였는데, 그는 여기서 우연의 포괄성을 개진하였습니다. 생명의 출현은 분자적 차원의 미시세계에서 우연히 일어난 ‘변이’의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모노는 우연이 다라고 했지만, 불교의 비인과적 연기를 이해했다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 겁니다.
부모와 자식의 닮음은 필연이지만, 완전히 똑같지 않다는 점에서 우연이기도 합니다. 이 우연은 자식의 고유성인데, 이것은 변이 즉 변수적 화합에 따른 우연의 인연입니다. 이처럼 필연과 우연의 만남이 생명현상이기에 흔히 필연과 우연을 대칭적으로 사용하지만, 전회(前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연의 인연 또한 연기 속에 주객화합의 구체적 관계를 맺은 결과이기에 필연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보충]
* 다윈의 「종의 기원」(1859)이 출간되기 1년 전인 1858년에 다윈과 월리스가 린네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자연선택설”은 ‘우연한 변이(우연으로 차이를 이룸)’와 ‘필연적 선택(유리한 형질이 살아남음)’을 양축으로 하여 구성되어 있습니다. 양축 모두 개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기에 비인과적 연기로 설명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