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위로 받고 싶은 책 33_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자연에 파묻혀 느리게 걸으며 사색하는 삶을 이야기하다.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
작가 김경만 출판사 수필in
도시의 사람들은 마음이 답답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어떻게 풀어내는지 내심 궁금하다. 산책을 좋아하는 나는 거제도가 주는 장점을 톡톡히 누린다. 아무도 없는 해변을 전세 낸 듯 온전히 혼자가 되어 유유히 걸어본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것이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별과 함께 철썩철썩 파도 소리를 들으며 산책하다 보면 갑갑하던 기분이 어느새 풀린다. 마음 깊이 나를 괴롭히는 중압감이 차오를 때도 쪽빛 바다가 보이는 숲 속으로 들어가 한나절 내내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 보면 안개처럼 흐릿했던 마음도 이내 투명해져 홀가분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플라톤을 시작으로 몽테뉴와 니체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철학자가 걷기를 통해 사유하였고, 이를 통해 얻어 가진 지혜를 범인들과 나눔으로써 의식의 전환을 꾀하였다. 이제 나도 그들이 전하는 걷기에 담긴 지혜를 얻어 삶의 본질을 성찰하려 한다. 편협하고 이기적인 의식을 새로이 정화하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숨 쉬는 오롯한 길 위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느리게 걸으려 한다. 느리게 걷기 예찬론자가 되리라. 느림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김경만 작가는 40여 년간의 타향살이를 마무리하고 본향인 거제도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 동안 품어온 귀향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산문집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는 그가 고향인 거제도의 숲길을 거닐며 느낀 상념이 담긴 일기장이다. 2021년 3월 소동마을에 집필실을 마련해 자리를 잡고 1년 동안 변화하는 계절을 따라 걸으며 거제도의 아름다움을 글과 시로 표현했다. 대금산, 구조라, 노자산, 화도 등 거제도의 예쁜 풍경을 담아낸 글 속에서는 그의 어린 시절과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담겨있다. 불행한 사고로 몸과 마음이 불편했던 작가는 자연에 귀의하여 매일 숲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날마다 생의 의지를 세우고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자연의 치유력에 순응하며 지혜를 배우는 작가의 모습에서 자연과 가까이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월든 호숫가에서의 소로우의 삶을 동경하는 자연인이 될 터이다. 자연에는 모든 것이 착하고 선하게 산다. 숲 속을 들여다보면, 죄지은 동물은 없으며 어느 나무도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에 따르면 선한 것이고 어긋나면 악한 것이다. (중략) 이제 삶의 본질적인 모습들을 대하며 보다 진지하게 생을 살아가려 한다. 근심 걱정 뒤로하고 단순하고 단순하게 말이다. 매사에 서두름 없이 차분히 삶을 성찰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고결한 가치를 추구하게 되리라 여긴다." 2022년에는 도시의 바쁜 삶을 벗어나 시골에서 여유를 찾는 '러스틱 라이프'가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등장했다. 느긋함을 느끼려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골로 찾아오는 것이 요즘 추세인데, 우리가 아름다운 경관을 품은 거제도에 살고 있다는 것은 아주 행운이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멀리 찾아갈 필요 없이 조금만 시간을 내면 둥근 몽돌과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푸른 해수욕장이 있고,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수달과 반딧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신비한 곳. 이렇게 예쁜 섬 거제도에 살면서 작가처럼 여유롭게 사계의 풍경을 탐미한다면 이 아름다움을 배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대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자신과 더불어 다른 이를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태양의 찬란함을 아침마다 맞이하며 사는가? 우리가 찾고자 하는 것은 바로 앞에 놓여 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러하고, 날마다 그렇다." 다가온 2023년 계묘년에는 고향 거제도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그래서 나는 걷기로 하였다>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우리 인생에서 조금 더 본질적인 것들을 사유하는 한 해를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해묵은 걱정과 괴로움은 모두 흘려보내고, 느긋하고 낙관적인 마음가짐으로 인생이라는 긴 길을 다시 힘차게 걸을 수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