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4. 레지오 훈화- 마음 비우기
찬미예수님!
이번 주일 복음은 탐욕에 대한 경계를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간에는 마음 비우기에 대해 묵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김창석 신부님의 ‘장독대’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백년도 넘는 옛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나온 프랑스 선교 신부님 한 분이 벽촌 시골 공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저녁 식사 대접을 융숭하게 받고 나서 변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시골 변소에 대한 예비지식이 없는 외국인에게, 뒷간이 뒷간처럼 보였을 리 없었습니다. 그 프랑스 신부님은 뒤뜰로 갔습니다. 거기에는 장독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크고 작은 옹기그릇들이 가득했습니다. 독도 있고 항아리도 있고 뚝배기도 있고 옹배기도 있었습니다. 그는 그 중 하나의 뚜껑을 열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그것이 된장 냄새인 줄 알 리가 없었습니다. 장독대를 변소로 오인한 그 프랑스 신부님은 감탄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식구마다 변기 크기가 다르구나, 각자 알맞게 따로 따로 쓸 만큼 정결한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고, 그는 그 중에 자기에게 맞는 그릇을 골라 일을 마쳤습니다. 다음날 아침, 그것을 발견한 주인집 아주머니가 크게 당황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장독대의 그릇들처럼 우리의 마음도 각자 크기가 다릅니다. 우리 각자 마음의 크기만큼 우리는 하느님의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우리 마음의 그릇을 크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 마음을 비우면 됩니다. 우리 마음의 그릇이 이미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하느님의 은혜가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물욕, 정욕, 이기심, 증오, 질투심 등을 우리 마음으로부터 몰아내어야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좁고 편협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넓어질 수 없습니다. 독선적이고 고집불통인 사람의 마음이 넓을 리 없습니다. 죄는 미워할지언정 사람까지 미워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죄보다도 사람을 더 미워하는 사람의 마음이 넓을 수 없습니다. 남을 이해하고 남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 넓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했는데, 한 번도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 넓을 수 없습니다. 육체도 먹기만 하면 뚱뚱해지고 병이 생깁니다. 같은 이치로 우리 마음도 비어 있어야 병도 없고 평안할 수 있습니다. 물질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욕을 버리지 못하면 마음이 평안하지 못하고 죽을 때 당황하게 됩니다.
스티븐 빈센트 베네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생명은 죽음으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목적 의식이 없을 때 없어진다.” 사람의 마음이 비어 있어서 하느님의 은혜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인간 본연의 자세를 찾을 수 있고 또한 죽음을 넘어서 영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도 사람은 마음을 비우는 자세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받지 못해서 살 재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지 못해서 살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우고 나누어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과 사랑이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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