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옥, 우먼파워~ 폭풍의 언덕!
Wuthering Heights(폭풍의 언덕).
36살의 나이로 대학로에서 요절한 연출가 윤영선.
후배였던 그가 세계적 영문학 소설에
대표작 중 하나인 이걸 연극으로 올리려 연습하다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벌써 몇년 전인가? 그 기억의 앙금을 되살리는 연극..
지극히 문학적이며 좀 현학적인 이미지가 담겨있기에
개인적 선입견에 이런 연극을 외면한다.
근데, 외면을 청산하고 맞이하는 일이 이 몸의 피튀기는 백수 일상속에 벌어진 것.
연극 오동추야.. 연출가 우현철의 꼬심에 쓱 넘어가 줬다.
극장은 첨 가보는 이화동사거리 대학로극장 뒤편 예술마당 3관.
캬~ 언제 이런 게 생겼는지 내 눈을 잠시 놀라게 한다.
건물 전체가 연극하는 극장으로 된 것!
시내주요상영관이란 영화건물처럼 연극건물이 들어차 있는 놀라운 광경이다.
소극장들 붐비는 대학로에서 여기만 잠깐 브로드웨이 같다.
부티난다~ 그렇지만, 그래도 난 혜화동1번지 같은 남루한 극장들이 좋다.
배우들 땀내와 숨결이 배어있는.. 지극히 인간적이니까~
잘 지어논 건물에 잘 꾸며논 극장들이나 좀 비인간적 냄새가 난다.
예술마당이라 했지만 어딘지 상술마당 같다는..
'폭풍의 언덕'은 당초 선입견을 깨고 그런대로 잘 풀어냈다.
등장인물 성격과 캐릭터, 사건전개와 결말 등..
잘못 풀었다가는 쉬운 얘기 어렵게 해놓고 헷갈리는 판국으로 갈 위험성이 있는데..
각색이란 분석도 잘했고 연출도 연출티 안 나게 잘 빚어냈다.
무대를 시원하게 채우는 그림이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영국 요크셔 지방의 북해 바닷가 황량한 언덕.
무대는 이러헌 풍경을 구상화 시켜논 듯한데 실제론 화려하고 멋지다.
부서진 집과 잔해 그 옆에 앙상한 나무 하나 음산함..
구도를 잘 잡았고 구축된 구성도 좋다.
무대장치적 요소도 적절하게 티 안나도록 잘 집어넣었다.
다만 하나의 흠을 지적하라면 음향효과다.
공연진행상 간헐적으로 치는 천둥 벼락소린데 때에 따라선
100데시벨이 넘는 것도 있어 고막을 찢을 정도.
일정한 소리의 강도로 일관하는 매너리즘 없이 감각적으로 높낮이를 둔 것은 좋다.
허나, 충격의 선을 넘어 눈을 찡그리게 할 정도면 심한 거다.
무대 배경 전체를 가득 채우는 역동적 풍경..
폭풍의 바다와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이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리얼리티는 충분히 훌륭하고 멋지다.
기술상 기기운용상 프로의 면모를 보이는 동영상 테크니컬 하모니는
하나의 폭풍교향곡을 연주하듯 미술적 완성도가 높다.
극의 진행을 도와줌으로 극에 몰입하고 빠져드는데
동화력이 탁월하고 융화력도 짱짱하다.
무대 배경은 극의 배경인 영국 동중부 요크셔 지방의 바다..
사납고도 거친 폭풍의 북해가 바라보이는 언덕이 연상되도록 실감나게 꾸며놨다.
움직임 없는 정적으로 꾸며지는 요부분은 별로 어렵지 않겠으나
문제는 무대에서 배우들 동선에 달려가는 스토리와 폭풍이 부는 언덕의 현장재연이란 움직임이다.
연극무대에서 기상조건의 형상화를 실감나게 만들긴 무지 어렵다.
연극이니 극의 스토리나 배우 연기력이나 극 구성과 짜임새가 주안점이 될텐데,
내 관점에서는 왜 무대와 무대 움직임이 주목 됐는지 모르겠다.
당초 예상됐던 선입견을 무참히 무너트린
참신함에 우아와 품위와 관록의 세련미를 갖춘 감성적 연출력이란~
나중에 알았지만 연출가가 여자였고 대학선생이다.
그것도 오세훈 서울시장 부인으로 연극평론가 겸 세종대 연극영화과 교수 송현옥.
이 또한 신선한 놀라움이고 반가움이자 훌륭하다는 부분..
와이프는 문화예술의 생산공급자이고 남편은 서울시 경영을 참견하는 대표..
부부로서 뭔가 잘 어울리는 동질적 구석이 있어보인다.
문화예술의 품질관리를 꾀하며 발전적으로 수준향상을 모색하는 선도적 커플~
보도된 기사를 보니 일에 관한한 노터치시스템인 듯하다.
흠.. 그래야~ 각자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있지..
연극 '폭풍의 언덕'을 내가 본 건 2번째 공연으로 본 듯..
자료를 보니 첫번째는 작년에 했고 앵콜인 것.
앞으로 또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니 많이들 가서 객석을 부대끼게 만들기 바란다.
세계명작고전을 잘 풀어낸 작품이니 한번 봐줘야 마땅하다.
특히, 여자들이면~ why?
영국 원작자 Emily Jane Bronte(에밀리브론테)
이 여인이 유1하게 세상에 남긴 세계적 걸작을..
그녀가 그려낸 격정과 분노속에 폭풍 같은 사랑, 잔인한 복수, 비극적 결말..
이걸, 각색 연출한 여자도 영국제에 안 꿀리는 국산품이니,
같은 여자로서 나같으면 어떨까~란 심정을 갖고 심리적 밀착관극을 해보란 거다!
괜찮은 연극 보고서 남주는 거 아니라 '내것'이 되는 거니까~
2007-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