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체탕에서 시가체까지
(1) 윰부라캉(Yumbu Lhakang)과 샤메사원(Samye Monastery)
◎ 8/3(일) - 여행 8일째
오늘은 4일간을 머물던 라싸를 떠나는 날입니다. 이별을 아쉬워하듯 라싸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침 식사후 8시 45분에 그간의 숙소였던 야크 호텔을 출발하였습니다. 나중에 한국에 와서 히여동 카페를 통해 이곳 야크호텔의 사장님이었던 ‘도르제 따시’에 관한 글을 읽었습니다. 중국정부로부터 ‘티베트에서 최고로 뛰어난 젊은이 10인’에 선정되기도 했던 그는 2012년6월 라싸 중등인민법원에서 비공개재판을 통해 종신형 선고를 받고 전재산을 몰수당했다고 합니다. 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그가 야크호텔 등에서 불법적인 사업활동을 한 죄라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2008년 라싸시위 발생 후 그의 집을 압수수색한 중국당국으로부터 그가 인도에 망명중인 달라이라마에게 종교적 목적의 보시를 하고 감사편지를 받았는데 그것이 발각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평소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티베트인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하고, 많은 티베트 아이들을 도왔다고 합니다. 이런 기막힌 사연이 있는 야크호텔은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3성급 호텔입니다. 우리가 묵은 방은 3층이었는데 처음에 짐을 옮겨준 짐꾼들은 티베트의 젊은 여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맨몸으로 3층을 올라가는 우리들은 숨이 차서 한층씩 쉬었다가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나중에는 3성급의 관광호텔이면서 엘리베이트도 없다고 투덜거렸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야 참으로 많이 생각나는 곳입니다.
라싸의 야크호텔을 떠나며
우리가 탄 차는 라싸 강가르공항을 지나 얄룽창포강을 따라서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밀밭과 유채밭이 펼쳐진 초원과 산들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11시 45분경 강 건너 샤메 사원이 보이는 얄룽 밸리에서 휴식을 취하고 12시 30분에 체탕(: 소남은 티베트식 발음으로‘제당’이라 하였음.)에 도착하였습니다. 제당은 라싸에서 동남쪽으로 약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도시로 해발이 3,200m 밖에 안 되어 고산증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도시 규모가 꽤 크고 새로 지어진 건물이 많았으며, 도로가 넓게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잘 몰라도 외국인들은 별도로 체류신고를 해야만 했습니다. 제당에서 남쪽으로 펼쳐진 얄룽계곡의 평원은 티베트 문명의 발상지로 티베트 건국에 관련된 많은 신화와 전설이 깃든 곳이며, 오래된 사원들과, 투뵈 왕조를 일으킨 역대 왕들의 무덤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샤메사원을 먼저 갈 예정이었지만 윰부라캉 궁전 관람시간 때문에 제당에서 남쪽으로 1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윰뷰라캉 궁전을 먼저 보기로 하였습니다.
윰부라캉 궁전은 기원전 2세기경 투뵈왕국의 초대 임금인 네치짼뽀에 의해 지어진 티베트 최초의 궁전이라고 합니다. 이후 근처의 총게마을로 궁궐을 옮겨 7세기 송짼깜뽀 왕에 의해 라싸로 천도하기 전까지 수백년 동안 투뵈왕국의 수도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탄 차는 12시 50분경 윰부라캉 궁전 아래 마을 주차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윰부라캉 궁전은 마을에서 보이는 높은 산 위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미 해발 5,000m 이상을 경험한 우리들은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궁전을 올라갔습니다. 높은 궁전에서 내려다 보니 얄룽계곡의 평원이 넓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탕구라 산맥 너머의 드넓은 청해 평원을 생각하며 티베트의 통일 왕국을 꿈꾸었던 송짼깜뽀 왕의 눈에는 이 넓은 얄룽계곡의 평원도 마음에 차지 않았나 봅니다.
윰부라캉에 나부끼는 타르초
윰부라캉에서 내려다 본 얄룽평원
근처의 또다른 투뵈왕국의 고도인 총게마을을 가지 못해 아쉬웠지만, 제당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식사후 2시 50분에 제당을 출발하여 샤메 사원으로 향했습니다. 차는 다시 강을 따라 동쪽으로 한참을 달리다가 얄룽창포 강에 놓여진 다리 하나를 건넜습니다. 강을 건너니 모래밭인 사구의 지형으로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작은 나무들을 네모 모양으로 가지런히 심어놓았습니다. 또다시 강을 따라 한참을 서쪽으로 되돌아 와서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 샤메사원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어떤 책에 의하면 나룻배를 타고 건넜다던데 나루터는 없어지고 이제는 우리가 건너온 다리로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라싸에서 샤메사원으로 올 때는 또 다른 길이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제당에서 출발한 관계로 이렇게 멀리 돌아서 다리를 건널 수 밖에 없었습니다.
샤메사원(Samye Monastery; 桑耶寺)은 투뵈왕국의 제38대 임금인 티송데쩬(754-797)에 의해 779년에 완공되었습니다. 선대 왕들의 뒤를 이어 영토를 확장시키고 티베트를 당당한 제국으로 성장시킨 티송데쩬 왕은 인도의 두 스승 산타락시타와 빠드마삼바바의 추천으로 티베트 불교 사상 최초의 대사원인 샤메 사원을 건립하였습니다. 사원을 건립한 구루린포체, 빠드마삼바바는 얄룽창포강 북쪽 기슭의 넓고 평탄한 명승지에 만다라를 생각하며 사원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곳은 794년에 샤메사원의 대논쟁이 벌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돈오를 강조하는 중국의 선승 마하연과 산타락시타의 제자이며 나란다대학 출신의 까말라쉬라가 며칠동안 대논쟁을 벌였으나 결과는 까말라쉬라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그 이후로 티베트에서는 중국의 선불교보다 보살행을 강조하는 인도후기불교의 맥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사원은 높은 담장으로 둥글게 둘러 싸여있고 그 안에 3층의 대전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사원의 고색창연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역사가 오래되었음을 말해주는 듯하였습니다. 법당의 네모난 벽을 따라 마니차가 세워져 있어서 사원을 한바퀴 돌면서 순례를 할 수 있었습니다. 5시에 사원 관람을 끝내고 나와 사원 앞의 마을을 지나 해포리산으로 미니 트레킹을 하였습니다. 사원의 전경을 볼 수 있다는 해포리산은 올라가는 길이 거의 급경사의 계단으로 이루어져서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힘들여 해포리산에 올라가서 내려다 본 싸메사원의 모습은 과연 절경이었습니다. 주변 산들과 조화를 이루며 그림처럼 자리잡은 싸메사원의 모습은 풍수지리를 잘 모르는 초보자의 눈에도 틀림없는 명승지였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작품이 조화를 이룬 모습은 그야말로 지상천국의 만다라였습니다. 산을 내려와 마을의 까페에서 맥주와 콜라로 더위를 달랬습니다. 카페에는 마을의 아저씨들이 4-5명이 모여 게임에 열심이었습니다. 주사위 2개를 종지에 담아 큰 소리와 함께 담요위에 내려치며 하는 게임은 보기만 해도 신났습니다. 마을 전체가 한적한 작은 시골마을의 분위기로 며칠간 그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놀다가고 싶을 정도로 평온한 곳이었습니다.
정면에서 바라본 싸메사원
해포리 산에서 내려다 본 싸메사원
카일라스 대장님에게 쌰메사원 가까운 곳에 침푸계곡의 토굴이 있다는 기록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카일라스님도 그곳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많은 수행자들이 토굴을 짓고 공부하는 108토굴이 있다는데, 특히 그곳의 작은 동굴은 빠드마삼바바가 ‘바르도퇴돌’(;티벳사자의 서)를 저술한 곳이기도 하며, 또한 그와 그의 두 명비가 안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애석하게도 그만 시간이 부족하여 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언제 다시 티베트를 방문한다면 이곳 마을에서 묵으면서 침푸계곡을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마을을 떠나 제당으로 돌아가는 길에 높은 고개를 넘으면서 행복전달님이 고개위에 브릿지가 있다고 우겼습니다. 항상 엉뚱한 곳에서 우리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원포토’님이기에 모두들 한참을 웃었습니다. 얼마 지난 뒤 진짜 다리를 건널 때 쌍무지개가 나타나서 모두들 환호를 하며 차창밖으로 카메라를 내밀고 사진을 찍기에 바빴습니다. 저녁 7시40분 제당에 도착하여 면발 통통한 쌀국수, 그리고 도담선생님과 슈크레님이 특히 좋아하는 돼지 귀떼기 고기로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첫댓글 야크호텔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사장님 좋은일 많이 하셔서 복 받으셔야 하는데...ㅠ ㅠ
침푸계곡 가실때 저두 끼워주실거죠? ㅋ
첨 먹어본 돼지귀떼기 맛에 ' 띠용~ ' 완전 반해버렸죠!! ㅎ ㅎ
칭푸사원에 갔어도 충분한 일정인데 아쉽네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