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뉴스통신 = 박정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케빈 워시를 지명하자 30일 금과 은 가격이 급락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하며, 수개월간 이어졌던 상승세가 단숨에 반전된 것이다.
워시가 다른 후보보다 낮은 금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금리 상승 기대가 커지고 달러가 강세를 보였다. 이에 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대거 매도하며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금 선물은 이날 오후 9% 하락하며 온스당 4,901달러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1980년대 초 이후 최대 일일 하락폭이라고 전했다. 은 가격은 27% 떨어져 온스당 83.35달러를 기록, 마켓워치 기준 1980년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을 나타냈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급락을 이미 조정 국면에 들어갈 준비가 된 자산군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조정'으로 보고 있다. 연준 인사 발표는 단지 촉매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평가다.
외환·상품 거래 전문 회사 페퍼스톤(Pepperstone) 전략가 마이클 브라운은 보고서에서 "금속 시장에서 흔히 말하는 '계단식 상승, 엘리베이터식 하락'이라는 격언은 지금 상황과 맞지 않는다. 사실 이번엔 '엘리베이터 상승, 엘리베이터 하락'에 가깝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은행 베어드(Baird) 시장 전략가 마이클 안토넬리는 27일 X(구 트위터)에 "은은 2026년의 GameStop과 같다"고 글을 남겼다. 여기서 GameStop은 2021년 소셜미디어 기반 개인 투자자들의 집중 매수로 단기간 주가가 급등·급락했던 미국 게임 소매업체를 뜻하며, 은 가격 변동이 그만큼 단기간에 급등·급락하는 위험성이 크다는 의미로 비유된 것이다.
브라운은 레버리지 수준이 높고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번 매도세의 '화약고' 역할을 했다고 지적하며, "모두가 동시에 출구를 향해 달려가면서 가격을 끌어내리고, 이는 또다시 강제 매도를 불러 모멘텀이 양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낮은 금리를 유도하기 위해 충성파 인사를 연준 수장으로 임명할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자들이 은과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린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기업 경영진 사이에서 신뢰받는 정책 입안자로 평가받는 워시의 지명은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금 가격은 올해 초 대비 14% 이상 상승한 상태이며, 은은 22% 올랐다. 올해 들어 금과 은은 S&P 500, 엔비디아, 구리 등 주요 자산 수익률을 여전히 웃돌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