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간다
전주안골은빛수필문학회 정장영
5월이 간다. 참 아쉬움을 남기고 떠난 달이다. 누구나 그리며 살아가는 새로운 계절! 낯선 얼굴인 또 다른 ‘계절의 여왕’이란 곳을 향해 간다. 어쩐지 너무 서둘러 다가가고 있다고나 할까?
시인 노천명이 '푸른 오월'이라는 시에서 처음 '계절의 여왕'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피천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했다. 오월은 모든 생물들이 약동하는 좋은 계절이므로 그렇게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마치 여자로 비유한다면 여왕 격이라 하는 것 같다. 5월에는 여자들의 예쁜 모습들을 많이 보여 주는데 그중에 미스코리아선발대회와 춘향선발대회 같은 미인선발대회 같은 행사도 있다. 그런 것을 포함하여 계절의 여왕이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내는 월초부터 어린이날 챙기기에 바빴다. 손자손녀들이 모두 헤어져 객지에 살기 때문이다. 아들딸이 여럿이니 형편 따라 어버이날을 기해 미리 찾아오니 회식도 여러 번 했었다. 중국요리와 한국음식이 차려진 여러 파티에서 모처럼 손자손녀들의 웃음꽃이 피었다.
누구나 거의 같겠지만 5월은 1년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계절적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으니 건강유지와 에너지충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냉난방비 절약은 물론 활동이 자유로워서 좋다. 기다려지는 모든 문학기행도 거의 이달에 잡혀서 잘 다녀왔다.
삼라만상은 신록이 짙어지고 오곡백과의 꽃이 피어 결실을 다짐하는 때다. 5월은 달리 씨방[子房]의 달이라 부르고 싶다. 몇몇 사회적 행사와 5․18민주화운동의 기념일을 빼고 나면 가족과 연관된 날(어린이날5, 어버이날8, 성년의 날16, 부부의 날21)이니 역지사지 서로 경제적 부담도 따랐다.
그리고 결혼시즌답게 지난해 5월 16일은 생질녀(오세리)가 조선호텔에서 독일청년과 혼인식을 치렀다. 올 5월 19일엔 질녀(정유선)의 혼인식이 서강대학교 예식장에서 있었다. 동생과 여매인데 혼례식양상이 너무 달랐다.
5월 25(음4.20.)일이 부모님의 기제일이어서 연거푸 서울을 다녀왔다. 지난해 6월(음4.20.)은 그 지독한 메리스 비상 때문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가족들이 방문을 자제했었다.
2년 만에 잠실 큰댁을 찾았더니 많이도 변했었다. 인근의 롯데월드 건너편에 63빌딩을 비웃듯이 제2롯데월드타워 123층(555m)이 모습을 나타내 일부는 영업 중이었다. 서울의 마천루다.
집중된 가정적 행사에 더러는 불평도 있지만, 핵가족시대를 맞아 명절을 제치고 가족들을 만 날 수 있으니 가족적으로 기대되는 달이다. 이제 월말이 되니 아쉽지만 사진을 보아야할 추억이다.
총선도 마치고 비교적 평온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순방, 오랜만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방한이 관심거리였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상시 청문회법) 개정안의 거부권행사로 모처럼의 여야 협치(協治)분위기가 냉각되고 말았다.
더욱 수락산의 묻지 마 살인사건은 공포감을 자아냈다. 석연치 못한 일이 또 하나 있다. 하필이면 29일은 19대국회의 임기종료이고 30일은 20대의 국회의 임기 시작이란다. 5월말과 6월초로 정하면 큰일 날까봐 그럴까? 마치 오전에 퇴원시키고 그 자리에 오후엔 새 환자를 입원시킨 꼴이니, 대형병원들의 수입증대 방침과 흡사하다. 민의(民意)의 선량들이 대대로 모른 체하고 있으니 이도 가진 자의 갑 질, 아니 횡포가 아닐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무색하게 어쩌다 연예계는 풍파로 얼룩진 한 달이었다. 걸 그룹 멤버들의 역사의식 부족 논란, 유명 가수의 그림 대작(代作) 의혹, 개그맨 성폭행 논란, 아이돌 스타의 음주 교통사고 등이 그것이다.
걸 그룹멤버 설현과 지민이 역사의식 부족으로 며칠 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가수 조영남의 그림 ‘대작 의혹’이 풍파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조수라는 무명화가 송 모 씨가 “내가 조영남의 그림 200여 점을 그렸다.”고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사건은 지금 검찰이 수사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개그맨 유상무의 성폭행 논란이 제기됐다. 20대 여성이 유상무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얼마 뒤 이를 취소해 번복했으나 현재 경찰이 조사 중이란다. 그리고 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의 두 번째 음주교통사고 소식이 지난 24일 전해졌다. 살다보면 있을 법한 일들인데 공인(公人)이라 관심을 끌고 있다.
5월은 푸르고 싱그러운 달에 붉은 장미도 좋건만 유난히 흰 꽃이 많은 달이다. 이팝나무, 부투화, 아카시, 찔레꽃, 카네이션, 장미, 등이다. 한 때는 징그러운 5월이라고도 했었다.
5월이 간다. 가는 세월을 어찌하랴? 아쉽지만 ‘가는 분을 붙들지 말고, 오는 분 막지 말라’는 속언이 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 꿈, 명예? 아니다.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지구상에 있는 이상 이루어질 수 있는 일들이면 무엇이든지 언제나 원하는 만큼 이룰 수 있다. 에너지 없이는 재능도 환경도 돈도 기회도 기획도 모두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는가? (2016. 5. 31.)
첫댓글 송림 선생님, 그간의 고전적인 수필에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화되고 있네요. 젊음을 되찾으시는 것에서 새롭게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