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31일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해 동안 베풀어 주신 주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이 무엇이지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건강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신문 홍보를 다닐 수 있었고, 매주 부르클린 미사도 다닐 수 있었고, 좋아하는 산보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성지순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과달루페, 이스라엘, 요르단, 그리스, 터키, 이탈리아, 한국으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한 번도 가기 힘든 성지순례를 6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게 좋은 사람들을 보내 주셨습니다.
팬데믹을 함께 했던 사제들이 있습니다. ME와 꾸르실료의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매주 신문을 제작하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부르클린 본당 공동체가 있습니다. 202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하루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드리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가정은 행복했을까요?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예수님의 가정은 행복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마리아는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했지만 자칫하면 율법에 의해서 죽을 수 있었습니다. 요셉은 결혼 전에 아이를 잉태했다는 말을 듣고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의 가정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성사된 가정입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을 낳은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했고 예수님은 구유에서 탄생했습니다. 헤로데가 2살 이하의 어린아기들을 죽인다는 말을 듣고, 예수님의 가정은 이집트로피난 갔습니다. 예수님의 가정은 그 시작부터 ‘난민’이었습니다. 성령으로 인한 잉태, 어렵게 성사된 혼인, 이집트로의 피난으로 예수님의 가정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가정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했을 때입니다. 성전을 지키던 시메온은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이 아기는 세상을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넘어트리기도 할 것입니다. 이 아기의 어머니의 가슴은 예리한 칼로 찔리듯 아플 것입니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시메온의 예언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예수님이 12살이 되던 해입니다.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루살렘으로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예수님이 없어진 것을 알았습니다. 요셉과 마리아는 예수님을 찾아 예루살렘으로 갔고, 성전에서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마리아가 ‘얘야! 우리가 너를 찾았단다.’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이곳이 제가 있어야 할 집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삶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리아와 친척들은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예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마리아와 친척들을 만나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누가 나의 형제요, 어머니입니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들이 나의형제요, 어머니입니다.” 이런 가정을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교회가 오늘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건강하고, 행복하고, 부유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은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로부터 아이를 잉태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마리아는 몹시놀랐습니다. 마리아는 ‘저는 처녀인데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그 일은 성령으로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마리아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였습니다. 마리아가 결혼 전에 잉태하였다는 말을 들었던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라 남모르게 파혼하려고 했습니다. 요셉은 꿈에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들었습니다. 마리아의 잉태는 성령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요셉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예수님은 겟세마니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아버지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해 주십시오.’ 예수님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맞습니다. 교회가 오늘 나자렛의 성가정을 기억하는 것은 ‘예수, 마리아, 요셉’ 모두가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른다면 우리들 모두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 나자렛의 성가정을 본받아 기도하는 가정, 이웃을 돕는 가정, 화목한 가정이 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새해에도 주님의 사랑이 늘 가득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미주가톨릭평화신문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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