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의 추억
저는 사실 김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김밥을 먹으면 목이 메기도 하고 또 사실 서글픈(?)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소풍 때 남들이 다 싸가는 김밥을 저는 싸가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김밥이 별식이었죠. 그 시절에 어머니는 개척교회 사모님으로 무척 바쁘셨습니다. 가난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김밥을 못 싸갔죠. 나중에 커서 어느 날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그때 남들은 다 김밥 싸 오고 맛난 거 가져왔는데, 우리 성원이만 김밥 못 싸간 것을 보고 늘 마음이 아팠다고요. 사실 저는 생각도 안났습니다. 전혀 개의치 않고 잊고 있었는데 어머니 마음엔 그게 늘 남아있었나 봅니다.
그런 맺힌 한을(?) 하나님이 아셨는지, 김밥 잘 싸는 여자를 만나게 하셨습니다. 김밥집을 내면 대박 날 것 같은데 아직은 때가 아닌(?) 모양입니다. 뉴질랜드에 가서 잠시 살면서 스시 초밥이라는 일본 김밥을 처음 봤습니다. 교인 중에 그 가게를 운영하신 분이 있었고요, 집사람도 거기 일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스시는 겉보기에는 김밥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제가 볼 때 내용물은 김밥보다 부실했습니다. 김밥엔 여러 알찬 내용물이 들어가는데 스시는 밥만 초에 섞었을 뿐 내용물은 별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국인들에게는 그 스시가 인기였습니다. 제 흐릿한 기억으로는 스시 한 조각에 거의 700원(20년 전)이었습니다. 한조각에요! 그렇게 비싼 걸 잘 사먹더라고요. 다이어트 식품이고 몸에도 좋다고요.
우린 납득이, 납득이 안되죠. 저 같으면 그 가격에 한 줄을 줘도 사 먹을까 말까 할 텐데요. 그런데 외국인들은 줄 서서 사 먹더라고요. 거기 비하면 김밥은 훨씬 맛있고, 저렴하고, 영양가도 많은데도, 그때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아니 인기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식품의 누명을 쓸 때도 있었죠. 누가 학교 같은데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가면 다들 “이게 무슨 스멜(냄새)이야”고 얼굴을 찌푸렸으니까요. 자칫 인종차별 당할 구실이 되었죠. 그런데, 시상이나! 그 김밥이 지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랍니다. 어떤 한인 자녀가, 엄마가 만든 김밥을 냉동했는데 그게 유튜브로 알려지고 외국인들이 먹어보고 좋다고 소문이 나더니 지금은 없어서 못 판다죠. 저도 이걸 깨달아, 한번은 김밥 남은 걸 냉동했다가 나중에 렌지에 뎁혀 먹으니 먹을만 하더라고요.
지난 칼럼에서 ‘핫도그의 추억’이란 글을 썼습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맛나게 먹던 핫도그가, 나중에 커서 보니, 오리지널 외국 것에 비하면 가짜였다고요. 그런데 요즘엔 우리나라식 핫도그가 외국에서 인기라지요. 김밥이 그 2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뉴스를 보고 뉴질랜드 시절 생각이 나서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깟 스시에 밀렸던 김밥이 이제 온 세상 만방에 진가를 알리는구나! 그러면서 머리를 끄덕였어요. 그래, 다 때가 있다! 우리 인생도요. 좋은 것은 언젠가 그 좋은 것이 알려집니다. 알아줄 때가 옵니다. 그러므로 지금 좀 힘들고 어려워도 낙심하지 않고 계속 좋게 살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온다는 거죠. 그러나 지금 좀 어렵고 힘들다고 나쁘게 살면 계속 나쁜 날이 될 거라고요, 좋은 날은 결코 오지 않을 거라고, 성경은 말합니다☺
(2023년 12월 3일 주보에서)
▼ 미국에 냉동김밥을 히트시킨 한인 모녀
첫댓글
그랬군요.
저는 김밥~ 하면 엄마표 김밥이 생각납니다.
평소에도 종종 싸 주셨지만
소풍 가는 날은 어머니가 담임 선생님의 김밥 담당이셨지요.
얼마나 김밥을 맛있고 보기 좋게 싸주셨던지
엄마의 김밥은 선생님들에게 인기 짱~ 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학년 초 나의 담임 선생님을 한번은 꼭 집에 초청하셔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정성껏 대접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는 또한 손님대접을 마치 하나님의 천사를 대접하듯 정성을 다하셨습니다.
엄마~ 하면 '정성' 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긍금~
그 돈이 어디서 생겼나 하는 생각도ㅎ
하기는 할머니 반찬을 사 드리고 싶었지만 돈이 없자
엄마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할머니 반찬 사드리셨던 분이니~
손님 대접을 위해 엄마는 며칠을 굶으셨는지도ㅠㅠ
군대에서 휴가나온 가난한 청년을 밥 먹여 보내기 위해
설교하시는 아버지 밥을 못해드렸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엄마도 훌륭하시고, 아버지도 훌륭하십니다.
엄마가 만든, 그렇게도 맛있었던 김밥이 생각나는 주일 입니다.
아하~ 그렇군요!!
몰랐던 훌륭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더욱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미소가 새겨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