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의 생 / 정재학
아빠, 숨쉬는 글자를 알려줘! 이제 막 한글에 흥미가 생긴 아들이 묻는다. 모든 글자는 숨을 쉬고 있단다. ㄱㄴㄷㄹ도 ㅏㅑㅓㅕ도 다른 글자들을 만나기 위해 항상 숨을 쉬고 모든 글자들은 절대 죽지 않아. 영원히? 글자의 힘에 의지하는 것들만 그 글자 속에 숨어서 영원히 살 수 있어. 글자는 말이 되기도 하고 숨이 되기도 하고 말은 글자가 되기도 하고 노래가 되기도 한단다. 심장박동을 크게 만드는 멋진 말들은 시가 되지!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 시는 우리를 꿈꾸게 하는 글자들이야. 시 속의 글자들은 우리를 새로운 곳으로 글자 수보다 훨씬 긴 여행을 하게 해주지. 많은 사람들 많은 사물들을 만날 수 있고 많은 놀이를 할 수 있단다. 엄청 멋진 거지! 달팽이 속에도 글자가 숨어 있고 매미 날개에도 글자가 숨어 있고 기차 소리에도 글자가 숨어 있고 미끄럼틀 속에도 글자가 숨어 있단다. 시인은 그걸 찾아내는 거야. 그걸 어떻게 알고 찾아? 그것들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상상하면 진짜로 들린단다. 만화의 주인공은 누구나 하나만 떠올리지만 시는 읽는 사람마다 다른 모습을 떠올리지. 그리고 그 모습이 꿈틀꿈틀 움직이지. 글자들이 숨을 쉬기 때문이야. 진짜야? 글자들은 정말 멋진 뱀과 지렁이들이구나!
제2회 신동문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아빠가 시인인 건 아는데 시가 뭐야?’의 정재학(49) 시인이 선정됐다. 이와 함께 청주 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2회 신동문청주문학상 수상자에는 시집 ‘자주 달개비꽃’의 이인해(80) 시인이 선정됐다. 상금은 각각 1천만원과 500만원이다.
신동문문학상심사위원회(위원장 유성호 한양대교수)는 2022년 7월부터 올 6월 사이에 전국에서 발간된 시집 중 전국의 시인, 평론가가 추천한 30권의 시집과 청주 지역 문인이 발간한 작품집 12권을 대상으로 심사해 위 작가를 선정했다.
정재학 시인은 서울 출신으로 1996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모음들이 쏟아진다’ 등을 발간했으며, 박인환문학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정 시인이 시에 음악적 요소를 녹이는 등 실험성이 강하고 발전 가능성이 높이 평가되었다고 밝혔다.
이인해 시인은 청주 출신으로 2001년 ‘문학세계’로 등단한 이후 시집 ‘구두가 작은 여인’, ‘가을 이 고요한 가을’, ‘손 잡고 가면 새소리 들리는 산길’ 등을 펴냈으며 내륙문학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회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작품 수준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신동문문학상과 신동문청주문학상은 청주 출신으로 우리 현대문학사에 가장 독특한 음역을 보여준 신동문 시인을 기리기 위해 시 전문 계간지 ‘딩아돌하’를 발행하는 딩아돌하문예원(이사장 박영수)이 청주시의 지원을 받아 시행하는 상이다.
시상은 오는 23일 청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리는 제11회 신동문문학제에서 할 예정이다.
[출처] 제2회 신동문문학상 / 정재학|작성자 ksujin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