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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을 이용해 '고한역 → 막골 입구 → 약수암 → 쌍 묘지 → 갈림길 → 1084봉 → 전망대 → 철탑 → 갈림길 → 마천봉 → 1388봉 → 마운틴탑 → 도롱이연못 → 화절령 삼거리 → 강원랜드 주차장 → 사북역'의 17km 코스를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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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白雲山]
정의: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과 정선군 고한읍에 걸쳐 있는 산.
개설: 높이 1,426m. 동남쪽의 함백산(咸白山, 1,573m)을 비롯하여 서북쪽의 두위봉(斗圍峰, 1,466m), 북동쪽의 대덕산(大德山, 1,307m) 등과 함께 태백산맥의 고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명칭 유래: 산 위에 흰 구름이 늘 끼어 있어 백운산이라고 한다.
자연환경: 남쪽 사면을 흐르는 수계는 남한강의 지류인 옥동천(玉洞川)으로 흘러든다.
또한 남쪽 사면의 상동읍 구래리에는 1923년에 개광된 남한 최대의 중석 광산인 상동광산이 있다. 북쪽 사면에는 고한읍이 위치하고 고한역을 중심으로 태백선 전철이 동남천 계곡을 따라 달리다가 정암터널을 통해 황지에 도달하게 된다.
고한 지역의 지질은 후기 고생대와 전기 트라이아스기의 평안누층군이 널리 분포하는데, 이 평안누층군의 구성 암석은 대부분 사암과 셰일을 비롯한 쇄설성 퇴적암이다. 평안누층군은 만항층, 함백산층, 고한층으로 나뉘며, 상부 고생대층이 널리 분포하고 있어 많은 양의 석탄이 매장되어 있음을 드러내 주는 지형이다.
형성 및 변천: 고한 지역은 1960년대 이후 전형적인 탄광도시로 형성되었고, 인구 대부분이 석탄 산업에 종사하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인구 가운데 80% 정도가 석탄산업 종사자 및 가족으로 구성될 정도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1960∼70년대 탄광 개발기를 거쳐 1980년대 활황기를 맞다가 1989년부터 시행된 석탄산업 합리화 사업이 시작되면서 급격한 퇴보의 길을 걷게 되었다. 탄광 폐광 이후 지역 경기는 일시에 공동화 현상을 빚게 되었다. 실제로 합리화 사업 이후 1993년까지 매년 3∼4개의 탄광이 폐광 절차를 밟았다. 폐광으로 인해 고한읍에서만 매년 1천여 명에 가까운 광부들이 실직 상태에 처했고, 폐광에 따라 정선군 고한읍과 사북읍은 한때 인구 6만을 넘어설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곳이었지만 폐광이 계속되면서 인구가 1만 5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폐광 지역의 경제가 쇠퇴하여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게 되자 1995년 2월 생존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였고, 그 결과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한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1995년 12월 제정되었다. 특별법의 내용은 폐광 지역 개발촉진지구 지정 및 지원, 폐광지역 내 내국인 출입 카지노 1개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현황: 이에 따라 1998년 6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에 설치되었던 '카지노 리조트 사업본부'를 모체로 하여 (주)강원랜드가 설립되어 2000년 10월 28일 고한읍에 스몰카지노가 개장되었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개장과 2006년 12월 8일 스키장이 개장 등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직간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도박 중독 등 카지노 산업의 부작용도 나타나지만, 주변 지역 음식점, 주유소, 숙박업소의 손님이 증가하고 지가 상승, 개발에 대한 기대로 주변 지역 관광지 개발증대 등 간접적인 효과도 적지 않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초록뱀의 해인 2025년 2월 두 번째 화요일인 11일은 대중교통, 정확히는 기차를 이용해 고한 백운산에 오르기로 했다. 고한 백운산은 위의 소개에도 있듯이 해발 1,426m에 이르는 한국, 특히 남한에서는 합천 가야산 다음으로 높아 키순서 19번째지만, 웬일인지 산으로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산 중 하나다. 아마,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차량을 이용해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산이라, 그런 대접을 받는 거라는 게 내 생각이다. 와중에 스키장이 옆에 있어 곤돌라로 쉽게 오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환경을 가진 건 고한 백운산뿐만 아니라, 덕유산, 발왕산 등 스키장을 끼고 있는 산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와중에 가리왕산도 중봉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고, 조만간 설악산도 끝청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굳이 고한 백운산만 산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한 1인이다. 해서 오래전부터 직접 탐방해 볼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적당한 날짜를 잡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었다. 와중에 이번 주가 가족 행사 주간으로 다른 모든 일정을 취소했으나, 화요일과 수요일은 딱히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평일에도 출발하는 안내산악회에 마음에 드는 산행도 없어, 이번 기회에 문제의 백운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1월 말 고한 백운산행 일을 2월 11일로 결정한 후 바로 앱으로 열차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이미 예매가 끝난 후로 그나마 다행은 대기가 가능해, 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1월 29일 빈자리가 생겼으니, 예매하라는 문자를 받고 바로 예매하고 입금했다. 당시만 해도 과거 정선 주변의 산을, 대중교통을 이용해 당일 산행을 하던 때에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을 망각해, 왜 다른 열차도 아니고, 고한행만 만원인지 이해를 못 했다. 이후 친지와 그와 관련된 얘기를 나누다가 고한에 카지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노름에 관심이 없으니, 내국인 출입이 가능하나 카지노가 있는 위치도 쉽게 망각한다. 와중에 그 전주인 2월 둘째 주는 월요일 태백 연화산, 정선 민둥산, 목요일 영월 회봉산, 망산, 토요일 문경 뇌정산을 다녀와, 가능하면 화요일 아니라, 하루 연기한 수요일로 변경할 생각도 했으나, 수요일은 전국적으로 비나 눈이 내린다는 예보를 보고, 화요일 강행하기로 했다. 다행히 화요일은 그동안 전국적인 한파가 끝나는 시점이라, 전주보다는 기온이 높다. 그래봐야 산행에는 별 차이는 없지만. 해서 산행 준비도 전주에 다녀온 산행과 같다. 말인즉 안내산악회냐 대중교통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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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역에서 7시 34분 동해로 출발하는 1631 무궁화호를 타면 돼, 평소보다는 늦은 5시 25분에 알람을 맞췄으나, 역시 습관적으로 4시 40분경 기상해 아지트로 나왔다. 이후 기상청 날씨누리에 접속해 고한 백운산 특보, 일별, 레이더 영상 등을 찾아보니, 전날 확인한 태백산 산악날씨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초미세먼지는 '보통',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조망처에서 주변 전망은 좋을 듯하다. 이후 산에 가는 날은 늘 그렇듯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처음 계획했던 연신내역이 아니라, 불광역으로 출발지를 변경해, 6시 44분 불광역 출발 오금행 열차를 타기 위해 6시 22분경 집을 나서, 6시 28분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 하나 전 정류장에서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연신내역의 연서시장 김밥보다 불광역 24시간 김밥집의 김밥이 더 나은 듯해 그에 맞춰 출발역을 변경했다. 물론, 그럼 버스정류장에, 열차 시간보다 5분 일찍 도착하면 되지만, 마을버스 시간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다. 이후 김밥집에 들러, 김밥을 사 주머니에 넣고, 역으로 가, 6시 44분 열차가 올 때까지 승차장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종로 3가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고, 7시 15분경 청량리역에 도착해, 무궁화호 승차장으로 내려가, 대기 중이던 열차에 탔다. 그리고 내 자리로 가며 열차 내부를 살펴보니, 열차의 문이 있는 자리에는 충전이 가능한 콘센트가 있는 걸 발견했다. 고로 제일 앞자리 또는 제일 뒷자리에서는 콘센트를 이용해 전자기기를 사용하거나 충전할 수 있다.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충전기를 가져오길 잘했다. 역시 충전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완충한 보조 배터리도 두 개 가져왔지만! 어쨌든 자리에 도착해 배낭을 선반에 올리고 의자에 앉아 잠을 청해 보려 했으나, 의자가 불편해 잠이 안 온다. 해서 패드로 책을 읽다가 창밖을 보니, 정차(?), 주차(?)해 있는 외부에 그림을 그린 열차가 있어 자세히 보니, 정선 오일장만 다니는 '아리랑열차'다. 과거 동무와 함께 저 차를 타고 정선 오일장에 갈 계획을 세웠으나, 같이 하기로 한 동무에게 급한 일이 생겨, 취소한 적이 있는 그 열차다! 그렇게 열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책을 보다, 눈이 아프면 창밖을 보거나, 승객을 관찰하며 시간을 보내니, 예정대로 7시 34분 열차가 출발해, 예정보다 11분이 늦은 11시 13분 고한역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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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들머리인 등산로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하는 안내산악회와 달리 대중교통은 마지막 정류장에서 산행을 시작해, 거기가 들머리다. 고로 오늘 오르고자 하는 백운산 마천봉의 들머리는 고한역이다. 해서, 등산 앱, 즉 산길샘의 '기록 시작'을 누른 후, 위성으로부터 데이터를 받는 동안, 기상청 날씨알리미로 고한의 날씨를 확인했다. 미세먼지가 '좋음'에서 '보통'으로 상태가 한 단계 더 나빠진 거 외에는 새벽에 서울에서 확인한 거와 큰 차이가 없다. 이후 주변의 이정표가 될 만한 걸 기록으로 남기고 두 앱의 지도로 고한역의 고도를 확인했다. 510m~539m로, 457m~487m인 지난주 월요일 다녀온 민둥산 공영주차장보다[산행기], 고작 53m~52m 높을 뿐이다. 해발 1,426m인 백운산 마천봉과는 887m로, 고도차가 꽤 난다. 그나마 다행은 1,000m를 넘지 않는다는 거! 그런데, 분명 민둥산역에서 여기 고한역까지 열차가 힘들게 경사를 올라올 때 열차 안에서, 기차가 이런 경사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것에 약간 놀랐었다. 그럼, 고한역은 민둥산역보다 고도가 훨씬 높을 거라는 기대로 지난 민둥산행 때 가졌던 불안을 약간 덜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해 보니, 큰 차이는 아니다. 하긴, 열차가 짧은 구간에서 고도 58m를 올리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일단 역 밖으로 나와, 고한역 외부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긴 후, 실제 산행 들머리인 '막골' 입구 이정표가 어디 있나 찾아봤으나, 없다! 그럼 두 앱 지도로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와중에 산길샘의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막골이 없다! 아니, 막골에서 시작하는 등산로 자체가 없다. 어쨌든 e-산경표 지도에 의하면 막골 입구는 고한역에서 태백 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 산행 전 검토한 국제신문 근교산 팀의 지도를 봐도 마찬가지다. 해서 눈이 쌓여 걷기가 힘든, 즉 시작부터 러셀해야 하는 인도가 아니라, 차량을 위해 눈을 치운 도로로 태백 방향으로 올라가며 막골 입구로 향하는 갈림길을 놓치지 않게, 오른쪽을 주시하며 갔다. 물론 수시로 지도도 확인했다. 그런데, 계속 철로다. 그럼, 어딘가에 철도 건널목이 있을 거로 생각하고 계속 가다, 무언가 이상해 지도를 보니, 막골을 지나쳤다. 응? 건널목이 없었는데? 와중에 혹시나 해서, 도로에서 벗어나, 철로 옆 마을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있어 들어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했다. 그런데 분명 철도 건너편에는 아파트가 있다. 그럼, 건널목 수준이 아니라, 고가도로 또는 지하도로가 있어야 한다. 해서 계속 위로 올라가자, 삼거리 이정표다. 직진은 태백, 우회전은 '하이원 CC', 여기다!
11시 34분 로터리에 도착해 '하이원 CC' 방향으로 우회전해 조금 가자, 예상대로 '굴다리'다. 고로 대중교통 즉 기차나, 시외버스를 이용해 고한으로 와서 백운산행을 하려면 여기까지 걸어 올라와야 한다. 물론 아직 여기가 끝이 아니다. 일단 굴다리를 지나, 'CC' 방향으로 올라가며 다시 오른쪽을 주시했다. 당연히 막골 입구로 향하는 갈림길이 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앱의 지도에도 있다. 역시 예상대로 호텔 아치형 문을 지나면 바로다.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은 '고한7길', 우회전은 '고한3길'이다. 물론 ‘고한3길’로 우회전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은 왕복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그럼, 어디에선가, 다시 철로를 지나야 한다. 혹시 고한역 바로 아래? 눈 쌓인 인도를 피해 차량 통행이 전혀 없는 도로로 다시 고한역 방향으로 가, 11시 47분 정자가 있는 작은 공원에 도착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여기서 백운산행 등산로가 시작되는 듯한데, 산행기에서 본 막골 표지석이 없다. 그리고 공원에 인적이 전혀 없어,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11시 49분 도착한 동네 골목 입구에 '막골' 표지석뿐만 아니라, '白雲山 登山路' 표지석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세월에 시달려 알아보기 힘든 '백운산 등산로 안내도'도 있다.
사실상 백운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해서 고한역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고한역에서 올라오는 과거 길의 흔적이 있는지도 봤다. 물론 CC 갈림길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오른쪽을 주시했으나, 없었다. 말인즉 고한역에서 막골 입구로 바로 올라오는 길은 과거에도 현재도 없다. 그런데, 앞선 산꾼의 산행기는 막골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거로 봐서 차량으로 여기까지 왔을 거다. 그럼, 기차를 이용해 백운산을 등산한 산꾼은 없나? 해서 국제신문 근교산 팀의 산행기를 다시 자세히 읽어보니, 지난 몇 번 봤을 때는 지나친 문장이 있다. 사실 가장 중요한 문장을 놓쳤다. “들머리는 고한역 인근의 막골. 사북역 쪽에서 고한역으로 가다 '함백관'이라….”라는 문장이다[기사]. 해서 지도에서 함백관의 위치를 찾아봤다. 예상대로 내가 온 코스와는 반대인 고한역 조금 아래에 있다. 그리고 지도 앱을 이용해 고한역에서 막골 입구까지의 거리와 소요 시간을 확인했다. 950m가량에, 7분이다. 그에 반해, '고한7길'을 거쳐온 코스는 2.7km에 32분이 걸렸다. 약간 길을 헤매기는 했으나, 대세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어쨌든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만 해도 다음을 위해 다행이다.
들머리에 도착했으니, 기념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산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급경사다. 와중에 개 짖는 소리도 요란하다. 해서 가쁜 숨을 고르기 위해 중간에 동영상 촬영을 중단하고, 뒤로 돌아, 금대봉과 그 양옆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그리고 막골 끝 집이라 생각되는 가옥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앞에 인적 없는 눈밭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등산로 이정표가 있다. 걱정은 했지만, 이게 현실일 리는 없다고 강하게 부정하며 오른쪽을 보니, 위가 ‘약수암’이고 그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한 명이 다닐 수 있는 정도로 눈을 치웠다. 물론 약수암 사람들을 위해 눈을 치웠겠지만, 등산객 또한 그 방향으로 갔을 확률이 높아,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오른쪽 위 약수암을 향해 올라갔다. 그런데, 눈이 없는 길은 미륵불까지만이다. 하다못해 그 뒤 산신각으로 보이는 곳까지 눈이 쌓여 있는 게 최근 그곳으로 간 인적을 찾을 수 없다. 해서 거기서 주변을 훑어보며 등산로의 흔적을 찾았으나, 없다. 산신각 뒤로는 잡목이 우거진 게 등산로가 아니다. 다시 주변을 샅샅이 훑어본바 왼쪽 옆 돌탑 부근이 그나마 잡목이 없는 게 등산로가 있다면 그 방향일 거로 생각해 무턱대고 탑으로 갔다.
그런데, 쌓인 눈이 상상을 초월해 거의 무릎에 육박해 등산화 속으로 눈이 들어가는 바람에 돌아 나왔다. 이후 산행을 포기, 아니, 연기하고 그대로 철수할 생각으로 막골 입구를 향해 5m 정도 내려가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운탄고도’까지만이라도 올라가 보자는 생각에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스패츠를 꺼내 착용했다. 물론 등산지팡이도 꺼내 조립했다. 그리고 미륵불로 돌아가, 다시 돌탑으로 갔다. 그런데, 가서 보니, 돌탑 주변도 잡목이 무성하다. 해서 그 자리에서 주변을 다시 스캔하다가, 잡목 사이 왼쪽 위 10여 미터 지점에 있는 이정표를 발견했다. 아래에서 본 이정표와 같다. 고로 저기가 등산로다. 그런데, 저기로 가려면 돌탑 아래, 약수암의 창고나, 해우소라 생각되는 건물 뒤가 가장 빨라, 잡목에 따귀를 맞으며 가, 인적 있는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 시각이 12시 7분이다. 11시 55분에 약수암에 도착했으니, 12분 동안 등산로를 찾기 위해 심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약수암 주변을 헤맸다. 그런데, 분명 아래 등산로 이정표가 있는 곳에는 인적이 없는데, 이 인적은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어쨌든 반가운 마음에 그 인적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위에 등산로 가드용 밧줄을 묶은 나무 기둥이다. 제대로 등산로를 찾았다.
비록 깊은 눈에 파묻혀 밧줄과 나무 기둥이 사라지기도 하나, 중간중간 제대로 가고 있다는 방증인 밧줄이 묶인 나무 기둥을 보며, 기념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며 인적을 따라 올라갔다. 여담으로 산행 내내 산악회 리본은 하나도 못 봤다. 그런데, 포기하고 돌아간 건지 중간에 인적이 사라졌다. 결과적인 얘기로 이후 하늘길로 하산 중, 밸리콘도 기준 1.2km 부근에서 다시 인적을 발견할 때까지 전혀 인적을 보지 못했다. 어쨌든 이제는 인적을 따라 산행을 포기, 아니 연기하고 되돌아 내려가든가, 계속 러셀하며 가야 한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건 약수암에서 생각한 대로 일단 ‘운탄고도’까지 가 보기로 하고 계속 전진해, 12시 9분 세월에 시달려 알아볼 수 없는 이정표에 도착했다. 아래 약수암에서 본 그 이정표다. 그리고 잡목이 없는 구역이 등산로라 생각해 그걸 따라 러셀하며 계속 올라, 12시 14분 임도에 도착했다. 임도? 그럼, 그 시작점은? 어쨌든 그 임도로 조금 올라가자, 갈림길이다. 임도는 앞에 보이는 능선을 우회하고, 왼쪽의 등산로라 생각되는 길은 능선 아래 계곡으로 올라가, 당연히 등산로라 생각되는 길로 좌회전했다. 그리고 다시 길이 사라져, 그나마 잡목 군락에 빈틈이 있는 곳이 길로 보여, 최대한 그런 곳을 뚫고 올라갔다.
그리고, 12시 22분 무덤에 도착했다. 그것도 쌍무덤! 국제신문 근교산 팀의 지도에 있는 주요 이정표 중 하나다. 고로 제대로 왔다. 그런데,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안 잡혀, 좌우를 살펴보다, 그나마 잡목 사이로 공간이 있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잡목에 빈틈이 있다는 거지 아예 없는 게 아니라, 위로는 잡목에 따귀를 맞고, 아래로는 눈의 저항을 뚫고, 100m가량 오른 후 10초 쉬며, 10분 정도 가자, 잡목이 드문드문 있는 구간이 나타났다. 아마 여기가 등산로일 확률이 높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그렇게 2분여를 오르자, 저 위로 이정표가 보인다. 해서 그걸 목표로 간혹 허벅지를 넘어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뚫고 올라, 12시 35분 도착했다. 그런데, 그 이정표라는 게, 방향이 가리키는 곳에 관한 정보는 없고 그저 '등산로'라고만 적혀 있다. 하긴 이 상황에서는 내가 등산로에 있다는 것만 알려줘도 감사할 따름이다. 어쨌든 그 이정표는 직진이 아니라, 우회전, 좌회전이다. 설마, 여기가 갈림길? 해서 가야 할 방향인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능선이고 그 위에 또 이정표가 있다. 이제야 능선으로 올라가는 거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확인한 앱의 지도에 의하면 저 이정표가 있는 곳이 첫 번째 쉼터다.
기쁜 마음에 동영상을 촬영하며 능선으로 향해 12시 38분 올라섰다. 역시 쉼터답게 앉아서 쉬라고 두 개의 의자가 있다. 문제는 눈이 쌓여 있어, 비록 눈을 치워봤으나 앉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런데, 진즉부터 허기져 산행도 제대로 못 할 상황이라, 배를 채워야 한다. 김밥이라, 늘 그렇듯이 먹으며 가는 것도 생각해 봤으나, 심설을 뚫고 앞에 보이는 암릉을 올라야 하는데, 그건 아니다. 해서, 의자 위로 올라가 등받이에 앉았다. 그리고 배낭에서 김밥과 보온병을 꺼내 배를 채웠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 12시 51분경 쉼터를 떠나, 암릉을 향해 가려고 보니 인적이다. 아니, 자세히 보니, 두발짐승이 아니라 네발짐승이다. 그 흔적을 따라갔는데, 그것도 사라지고 도저히 길이 어느 쪽으로 향하는지 알 수가 없어, 무조건 앞에 보이는 정상을 향해 가, 1시 6분 도착했다. 물론 평소라면, 무엇이든 기록을 남기며 갔을 텐데, 암릉이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말인즉 네발을 다 써야 미끄러지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해서 중간에 아이젠을 꺼내 착용할지도 잠깐 고민했지만, 배낭에서 꺼내고 그걸 착용하는 일련의 과정이 더 위험해 눈 쌓인 암릉을 그냥 기어서 올라갔다. 와중에 맨손으로 올라가다, 손이 시려 주머니에서 장갑은 꺼내 꼈다.
뾰족뾰족한 바위도 바위지만, 그 옆 잡목이 길을 방해하고, 왼쪽은 낭떠러지라, 아주 위험해 애초 바위를 타고 넘으려던 생각을 버리고, 오른쪽 나무 뒤로 돌아 암릉에서 내려가자, 완만한 경사의 능선이다. 물론 등산로라는 어떠한 인공 표지도 없다. 하지만, 분명 등산로라, 그 위로 러셀하며 가는데,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네발짐승의 흔적이 능선을 따라간다. 해서 도대체 어떤 짐승인지 발자국을 자세히 살펴보니, 두 개의 발굽을 가진 우제목이다. 그럼, 고라니, 노루, 사슴인데, 고라니는 아니고, 대한민국에 야생 사슴이 사는지는 모르겠고, 노루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해서 구글링해 보니, 대한민국, 아니 남한에서는 야생 사슴이 멸종했다. 있다면 농장에서 탈출한 놈들이다. 어쨌든 그 흔적을 따라, 아니, 어차피 능선 위로 가는 거니, 계속 가자 울창한 숲 사이로 정상 평탄면이 임도로 어지러운 지역이 보여, 유심 살펴보니, 임도가 아니라, 스키 슬로프다. 즉, 스키장으로 운탄고도가 멀지 않다. 해서 힘을 내 조금 더 오르자, 저 위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보는 제대로 된 이정표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시 15분 갈림길 이정표에 도착했다. 그리고 3.2km 거리의 백운산 정상 방향을 보니, 임도다. 즉 운탄고도다! 힘든 건 끝났다.
신이 나서 운탄고도로 향해, 1시 28분 도착했다. 그리고 먼저 주변을 기록으로 남긴 후 지도도 확인했다. 산경표 지도에 의하면 운탄고도를 가로질러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막골 입구에서 여기까지 1.2km를 러셀하며 올라오는데, 1시간 36분이 걸렸고, 체력은 바닥이다. 그런데, 마천봉까지 3.2km를 러셀하며 능선으로 달리는 건 자살 행위라, 운탄고도를 따라 편하게 가기로 했다. 해서 우회전해 스키장을 바라보며 갔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막 운탄고도에 도착한 지점은 햇볕이 잘 들어, 도로의 한쪽 면 눈이 녹아 아스팔트가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인적이 있는 건 아니다. 지난 주말만 해도 여러 산악회에서 차량으로, 만항재로 올라 운탄고도 도보여행과 백운산 마천봉에 올랐다. 그 사이 눈이 내렸다고 해도, 전혀 인적이 없는 건 이해가 안 됐다. 뭐, 여기는 그 사이 특히 눈이 많이 내려 그렇다고 생각하며 고도를 따라, 스키장 방향으로 갔다. 물론 인적 없는 고도라 가끔 동영상도 촬영하고, 뒤돌아 내가 남긴 인적과 주변에 새로운 게 보이면 그걸 기록으로 남기며! 그중 저 멀리 민둥산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심설의 도로를 러셀하며 가는 게, 능선을 가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능선이야 군데군데 심설을 피하는 구간이라도 있는데, 도로는 그런 게 거의 없다. 비록 갑자기 깊은 곳에 빠지는 황당한 일은 없으나, 지속적으로 허벅지에 육박하는 심설을 뚫고 가는 건 엄청난 체력이 필요하다. 그걸 오래 하다 보니, 스패츠도 견디지 못해 밑단이 벌어져 등산화로 눈이 들어온다. 그 상태로 계속 심설을 뚫고 가는 건 미친 짓이라, 고도에서 벗어나, 그나마 눈이 없는 나무로 가 양발에 붙은 눈을 털어낸 후 스패츠를 다시 착용했다. 그리고 간간이 네발짐승의 흔적이 있는 고도로 계속 가, 1시 49분 이정표가 있는 '마운틴콘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이후 무언가 이상해 이정표와 그 기둥에 고정된 지도를 대충 훍어봤다. 사거리 이정표로 지금까지 운탄고도로 알고 온 길 전후는 '국유임도 진입금지'라 표시하고 있고, 좌회전 '하이원 팰리스 호텔', 우회전은 '마운틴콘도'다. 좌나 우는 알겠는데, 운탄고도에 '진입 금지'는 뭔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 지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지도도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참을 보고서야,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 위치는 '자작나무숲'이고 운탄고도는 지도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마천봉(백운산) 너머에 ‘운탄고도’에 관해 표시가 있는데, 당시는 그걸 못 봤다.
아마, 보고 싶은 것만 보이는 심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무언가 크게 잘 못 되었음을 감지하고, 그게 뭔지 곰곰이 생각하며, '진입금지'라는 고도로 계속 전진했다. 와중에 ‘혹시, 지금 가는 이 길이 '운탄고도'가 아닌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주변 정황을 토대로 '운탄고도'라고 주장하는 의견과 팽팽히 맞서, 산행이 종료한 이후까지도 운탄고도라고 믿고 있었다. 이후, 이 글을 쓰기 위해 모든 자료를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운탄고도가 아니라 그저 대한민국 웬만한 산에는 다 있는 임도라는 걸 알았다. 특히 지도로 백두대간 만항재에서 이어지는 운탄고도의 궤적과 산행 트랙을 비교하고, 몇몇 산행기를 보고 확실히 파악했다. 그건 산행 종료 후 얘기고, 어쨌든 죽을힘을 다해 심설을 뚫고 운탄고도를 열심히 달리는데, 앞 능선 정상에서 내려오는 슬로프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쨌든 주변의 모든 상황을 지금 달리는 도로가 ‘운탄고도’라는 것에 맞춰 머릿속으로 설명하며 가는데, 앞에 다시 사거리 갈림길이고 이정표다. 당연히 그 지점에 도착해 운탄고도 양 도로변에 있는 두 이정표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래봐야 둘이 서 있는 위치만 다를 뿐 쌍둥이지만! 조금 전 마운틴콘도 사거리에 있던 이정표와 같이 지나온 길과 직진은 '국유임도 진입금지'고, 좌는 '마천봉(백운산) 2.7km', 우는 '밸리콘도 2.2km'다. 다 왔다! 이제는 지금까지와 같이 인적이 전혀 없는 심설의 계곡으로 러셀하며 마천봉에 오르면 된다. 그런데, 내가 본, 산행기와 현실이 다르다. 그건 처음 운탄고도를 만났을 때 능선으로 올라가지 않아서라고 자신을 이해시켰다. 그럼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어느 산행기든 도로에서 올라갔다는 건 현 상황과 부합하지만, 그게 2.7km 거리에, 400m 이상 고도를 높여야 한다는 언급은 어느 산행기에서도 보지 못했다는 게 떠올랐고, 그걸 어떻게든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해서 이 운탄고도를 따라, 저 슬로프가 시작하는 곳까지 올라가면 산행기의 내용과 부합한다고 스스로를 이해시켰다. 그럼, 마천봉의 위치가 안 맞지만, 골치가 아파 더는 생각하지 않고, 현실로 돌아와 올라가야 할 높이와 현재 시각 그리고, 여기까지 온 거리와 소요 시간을 따져봤다. 막골 입구에서 갈림길 이정표까지 1.2km, 1시간 36분이 걸렸다. 그럼, 여기서 마천봉까지 비슷한 환경으로 2.7km니, 최소 3시간이 걸린다.
그럼, 마천봉 도착 시각이 5시다! 이후 하산 시간을 고려하면, 기차는 끝났고, 심야 버스로 서울로 가야 한다. 물론 그것도 모든 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얘기다. 해서, 이번 산행은 다음을 기약하며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정확히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현실이 다른 이유를 확실히 한 이후 이른 시일 안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해서 아쉬운 심정으로 아무런 오염 흔적 없어 그저 깨끗하기만 한 눈으로 쌓인 마천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라 추측되는 곳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뒤로 돌아 밸리 콘도 방향으로 하산했다. 당연히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니, 이정표가 가리키는 부근에 계단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걸 찾지 못해 엉덩이까지 빠지며 내려가, 역시 길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갔다. 두발짐승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가끔 보였던 네발짐승의 흔적도 없는 눈밭을 감으로 길을 찾으며 가, 2시 7분 마운틴콘도 사거리에 도착했다. 거기 이정표 의하면, 직진해야 하는 밸리콘도는 2.0km, 좌회전해야 하는 마운틴콘도는 4.4km 거리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운틴콘도로 가는 길목에 금줄을 치고 '출입금지' 경고판을 매달아 놨다.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어떠한 흔적도 없는 새하얀 눈밭을 뚫고 계속 내려가다 보니, 뚜렷하게 이게 길이라고 보여주는 흔적이 보인다. 지금 쌓인 눈이 내리기 전 산림청(?), 산림조합(?) 콘도 직원이 낸 길의 흔적이다. 그걸 따라 내려가자, 왼쪽으로, 돌로 둥글게 쌓아 계곡물을 가둬 연못처럼 만들고 그 옆에 누울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한 쉼터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잘 됐다!' 생각하고, 그곳으로 가, 계곡물을 마셨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또 밑단이 벌어진 스패츠를 다시 착용하고, 그게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조여줄 수 있는 아이젠을 배낭에서 꺼내 신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2시 23분 진입금지 국유임도 사거리에 다시 합류했다. 당연히 진입하지 말라는 국유가 아니라, 나중에 안 거지만 '하늘길'로 밸리콘도 방향으로 계속 가자, 급경사 계곡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없었던 인적이다. 정황상 등산객이든 관광객이든 여기까지 왔다가, 좌절하고 되돌아 내려간 듯하다. 갈지를 쓰며 내려가는 길을 따라 계곡으로 가며 보니, 저 아래로 쉼터가 보인다. 그런데, 멀리서 봐서 정확한 건 아니나, 의자에 짚을 깔아, 푹신하고 따뜻하게 하게 만든 건 놀라운 발상이라, 쉴 생각은 없었으나, 잠깐 앉았다 가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급경사를 내려가자, 쉼터가 있는 방향으로는 인적이 없어,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가서 보니, 쉼터가 아니라, '야생동물 먹이 집'이라는 명패가 보인다. 즉 푹신해지라고 깔아둔 거로 보였던 짚은 동물의 먹이다. 아마, 약수암에서 길을 안내했던 노루나, 고라니 먹으라고 둔 게 아닐까? 해서 가까이 접근해 사진으로 남긴 후 등산로로 돌아와 길을 재촉해 6분가량 내려가자, 아래에 또 있다. 그것도 사진에 담고, 서울행 열차를 예매하며 갔다. 콘센트가 있는 제일 앞이나, 뒤의 창가를 노리고 들어가 보니, 의외로 1호차 제일 뒤 창가 자리가 비었다. 그것도 민둥산이 보이는 쪽이라, 바로 예매했다. 고한역 기준 4시 47분 기차로, 현재 시각 2시 41분이니, 2시간이 조금 넘게 남았다. 당연히 남은 시간은 하산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는다. 하산 중에도 할 일을 하며 내려가, 2시 50분 저수지 상류에 도착해, 등산로 왼쪽을 보니, 산방 플래카드가 매달려 있다. 내용이 궁금해 읽어 보니, 봄철 산방 기간은 2월 1일부터다! 그럼, 법을 어겼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 지정 고시된 숲길 제외'라는 예외가 있다. 그럼, 그 옆에 있는 이정표를 보고 안 거지만, 지금 내려온 '하늘길'은 지정 고시된 숲길 중 하나인가? 어쨌든 산행은 끝났다.
옆에 보이는 콘도와 곤돌라를 구경하고 사진으로도 남기며 내려가는데, 아래에서 올라오는 관광객? 등산객? 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산책하러 나온 관광객일 거니 생각하고 내려갔다. 그런데, 아니다. 하이원 리조트 제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직원이다. 정황상 산방 기간 인적 없는 등산로를 내려오는 날 체포하러? 파악하러 올라오는 거다. 그리고 나와 얘기를 나눌 정도로 가까워지자, 다른 얘기는 안 하고, 위에 사람이 많은지 묻는다. 해서 내 복장을 보여 주며, 눈이 많아서 그런지 사람이 하나도 없고, 러셀하다가 지쳐 중간에서 포기하고 내려오는 길이라고 사실대로 얘기하자, 얼마 전 눈이 많이 와서 사람이 없을 거라고 하며 계속 위로 간다. 나도 뭐 따로 할 얘기가 있는 게 아니라, 그대로 내려가, 임도 차단봉을 지나자, 눈을 깔끔히 치운 시멘트 포장도로다. 말인즉 아이젠을 착용하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길이라, 가던 길을 멈추고 아이젠을 벗어, 얼음이 다 녹고 물기가 마를 때까지 손에 들고 갔다. 물론 등산지팡이도 접어서 배낭에 매달아야 하는데, 그것도 끝에 눈이 얼어붙어 어딘가에서 그걸 녹여야 해 계속 그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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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를 지나자, 왼쪽 도로 옆으로 빙둘러 갑판 산책로가 있어, 왜 저기에 저걸 설치했는지 궁금해 가까이 다가 보니, 저수지다! 고로 위와 아래 이단 저수지다. 어쨌든 저수지를 잠깐 구경하고, 그 난간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지팡이 끝에 얼어붙은 오염을 제거했다. 하지만, 끝부분을 물로 씻어야 할 거 같아 그대로 들고 계속 가, 도로에 도착한 순간 길 건너, 급경사 철로로 화물열차가 내려가고 있어 그걸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겼다. 이후 핸드폰을 꺼내 등산 앱이 아닌, 지도 앱으로 주변의 맛집을 찾아, 고한의 먹자골목이라 생각되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식당을 훑으며 가다가, 일단 고깃집으로 들어가 메뉴를 보니, 혼밥이 가능한 건 갈비탕이 유일해, 미안하다 얘기하고 나왔다. 이후 다시 주변의 식당을 스캔하며 고한역 방향으로 올라갔다. 역시 대한민국 맛집은 서울에 다 몰려 있는 게 맞다. 여기도 익숙한 메뉴의 식당들인데, 와중에 혼밥은 쉽지 않다. 그렇게 가다가, 그동안 마른 아이젠을 파우치에 넣고, 그걸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등산지팡이도 걸리적거려 끝부분이 더럽든 말든 분해해 배낭에 매달았다. 이제 심설 장비 중 남은 건 스패츠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걸 벗어 손에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러워 그대로 착용하고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아 계속 위로 올라가다, 건물 외부에, 눈에 띄는 메뉴가 보여 그곳으로 갔다.
3시 12분경 건물 2층에 있는 원할머니보쌈이라, 일단 2층으로 올라갔다. 식당에 따라서는 휴식 시간으로 저녁 장사를 준비할 정도로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다. 혹시 여기도 그러지 않을지 걱정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예상대로 손님은 한 명도 없으나, 주인인지 직원이지 혼자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한다. 해서 혼자 먹을 만한 게 있는지부터 물었다. 그러자, 메뉴판에서 '보쌈반상'이라는 1인용 정식을 찾아 보여 준다. 차림표를 자세히 봐야 했는데, 당시는 정신이 없이 대충 보고, 그걸로 달라고 했다. 그러자, 밥을 해야 하니, 8분 정도 걸린단다. 이후 스패츠를 벗어 배낭에 넣으려는데, 여기저기 얼음이 붙어 있어, 그냥 넣을 상태가 아니다. 그것들이 다 녹을 때까지 바닥에 두면, 바닥이 엉망이 될 상황이라, 그걸 들고 화장실로 가 세면대에서 일일이 얼음을 떼어내고, 둘둘 말아, 1차로 비닐봉지에 넣은 다음 그걸 스패츠 파우치에 넣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와 스패츠가 든 파우치를 배낭에 넣었다. 이후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자세히 봤다.
의외로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많았다. 와중에 '보쌈반상'도 3,000원을 추가하면, 그냥 밥이 아니라, '곤드레 가마솥밥'으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해서 너무 서둔 자신을 탓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주의 종류를 파악하기 위해 냉장고로 갔다. 이슬이와 처음 둘이다. 당연히 이슬이를 하나 꺼낸 후 주인장에게 보여주며, 계단으로 올라오다 보니, 어리굴젓을 따로 주문할 수 있는 듯한데, 얼만지 물었다. 그리고 너무 많아 남기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양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물어, 그것도 하나 달라고 했다. 이후 자리로 돌아와 배낭에서 패드를 꺼내, 지도 앱으로 여기서 고한역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1.2km에 20분 거리란다. 현재 시각 3시 30분, 청량리행 열차는 4시 47분 출발이다. 평소 내 걸음 속도를 고려하면 식당에서 4시 25분경 나가면 된다. 그럼, 여기서 55분을 보내야 한다. 말인즉 최대한 천천히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런 결정을 하고 있는데, 31분경 주문한 음식이 나와, 이슬이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당연히 한 병 가지고는 시간을 채울 수 없어, 한 병 더 주문해 보쌈, 어리굴젓을 안주로 마셨다.
그렇게 이슬이 두 병을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고, 4시 22분경 도로가 아니라, 고한의 먹자골목이라 생각되는 거리를 따라 좌우의 식당을 스캔하면서 역으로 갔다. 좌우의 식당을 자세히 관찰한 건 백운산 마천봉에 오르기 위해 이르면 다음 달, 아니 그때는 산방 기간이라 5월 15일 이후, 늦으면 단풍철인 10월에 다시 올 생각이라, 그때를 위해서다. 그리고 그중 괜찮아 보이는 식당은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식당뿐만 아니라, 이정표가 될 만한 것도! 그렇게 역으로 향해 목표대로 4시 42분경 고한역에 도착해 화장실에 들른 후 승차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승차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제시간에 맞춰 들어오는 열차를 포함 이것저것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기차에 타 하산 중 열차 내 콘센트의 위치를 고려해 예매한 제일 뒷자리 창가 자리가 충전기와 콘센트 연결에는 최적의 자리라는 걸 확인하고, 그런 결정을 한 자신을 칭찬했다. 그리고 충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려고 보니, 무언가 이상하다. 플러그 가드와 콘센트의 구멍이 정확하게 90도 어긋나 있다. 즉 가드에 맞춰 플러그를 꽂으면, 구멍에 맞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
그것만 그럴 수도 있어, 다른 콘센트도 다 확인했다. 같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코레일에서 콘센트를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를 한 듯하다. 핸드폰의 배터리는 간당간당하는데, 열차의 콘센트로는 충전할 방법이 없어, 배낭에서 보조 배터리와 USB 케이블을 꺼내 핸드폰에 꽂고 앞의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러셀하느라 지치고 이슬이를 두 병이나 마셔 피곤한데, 막상 눈을 감으면 잠이 안 오는 게 너무 피곤해서 그런 듯해, 자는 걸 포기하고 책을 보다가 가끔 창밖을 구경했다. 와중에 민둥산역이 멀지 않다는 안내방송을 듣고는 핸드폰으로 민둥산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두워져 창밖으로는 볼 게 없어, 잠을 청해 자고 있는데, 왼쪽 허벅지가 축축해 참에서 깨 내려보자, 옆좌석 노파가 차게 한 보약인 듯한 걸 두 자리 사이에 놓았는데, 아니 잃어버릴까, 누가 훔쳐 갈까 꽉 쥐고 있는데, 의자가 좁아 거기서 차고 축축한 기운이 내 허벅지를 압박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걸 치워달라고 하면, 노파가 안고 있어야 할 상황이라, 바람막이를 사이에 두고 바람막이 안에는 패드를 놓아, 보약 주머니에 허벅지가 닿는 걸 차단했다.
그래봐야 큰 효과는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은 그 노파가 제천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다른 승객이 자리에 앉는데, 차장이 그에게 뭐라 한다. 입석 승객이 좌석으로 업그레이드한 걸로 생각했다. 이후 열차가 출발하고 좀 지나, 화장실에 가려고, 옆자리를 보니, 앞이 안 보이는 사람으로 아까는 차장이 좌석까지 안내한 거다. 해서, 그에게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얘기하고, 후에는 다녀왔다고 얘기하고 자리로 가 앉았다. 이후 원주에서 그가 내리고, 또 다른 승객이 앉았다. 정말 이런 정도로 승객을 채운다면, 코레일은 절대 적자 날 일이 없을 듯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청량리역이라는 안내방송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선반에서 배낭을 내린 후 두고 가는 게 없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전철을 타기 위해 지하로 가며 보니, 충전용 USB 케이블이 없다. 아끼는 거로, 등산 중 뭘 잃어버린 것보다 충격이 크다. 와중에 지하 청량리역에서, 막 열차가 도착해 계단을 뛰어올라 타고 보니, 종로가 아니라 광운대행이다. 할 수 있는 바보짓은 다하고 있다. 결국 회기에서 다시 타고, 9시 25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생각지도 못한 심설 러셀에 지쳐 백운산 마천봉 2.7km 사거리에서 밸리콘도 방향으로 중탈해 '고한역(도로) → 태백 갈림길 → 고한3길 → 막골 입구 → 약수암 → 쌍묘지 → 쉼터 → 전망대 갈림길 → 1084봉/쉼터 → 전망대 사거리(임도) → 마운틴콘도 사거리 → 마천봉 사거리(하늘길) → 마운틴콘도 사거리 → 쉼터 → 밸리콘도 사거리 → 밸리콘도(도로) → 원할머니보쌈'의 12.52km(산길샘) 코스를 3시간 55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10분, 휴식 45분!
앞선 산꾼의 산행기만 보고 자세한 연구 없이 고한 백운산 마천봉 산행에 나섰다가, 심설에 포기하고 중간에서 탈출한 산행이다. 혹시 눈이 내리는 겨울이 아니라, 그 외 계절이었다면 성공했을까?
심설에 러셀하며 가는 건 산이 아니라, 도로 또한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는 걸 이번 운탄고도로 착각한 임도에서 절실히 깨달았다.
이번 실패를 거울삼아 다음 백운산 마천봉 산행은 눈이 내리는 계절을 피해 단풍철에 오를 예정이다. 와중에 마천봉을 그 어느 산 못지않게 즐길 수 있는 코스가 많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파악해 최소 두세 번은 더 가게 될 듯하다.
첫댓글 대박! 존경스럽습니다.
중간에 읽기를 포기하려다가, 넘 재밌어서 끝까지 읽었네요. (정독은 못했지만)
앱 사용법도 배워야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