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이종범(32)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종범은 26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과의 더블헤더에서 4,5호 홈런 2개와 2루타 1개 포함 8타수 3안타 3타점을 터트렸다. 그 동안 경기 당 1안타도 쉽지 않았던 이종범은 모처럼 팀공격을 주도하면서 ‘키맨’ 노릇을 톡톡히 했다.
먼저 1차전. 박재홍의 공백으로 이종범은 3번타자로 출전했다. 두 번째 타석인 4회말 2사 후 곽채진으로부터 좌월 홈런을 터트렸다. 낮게 컨트롤된 포크볼이었는데도 제대로 걷어올렸다. 그때까지 기아 타선은 두산 선발 곽채진에게 퍼펙트로 끌려가고 있었다.
5회말 홍세완의 솔로홈런으로 2-3 한 점 차로 추격한 6회말에도 이종범은 곽채진의 바깥쪽으로 흐르는 슬라이더를 그대로 잡아당겨 전 타석과 똑같은 코스로 담장을 넘겼다. 동점을 만드는 연타석 홈런. 팀이 7회초 어설픈 수비로 결승점을 내줘 빛이 바랬지만 이종범의 부활을 알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2차전에서는 경기 초반 침묵을 지키다 7회말에 ‘역시 이종범’이란 말을 들었다.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종범은 1루수 키를 살짝 넘기는 텍사스 안타를 때린 뒤 손살같이 2루까지 돌진해 2루타를 만들었다. 곧바로 김경언의 좌전안타가 터졌고 이종범은 홈을 밟아 2-3으로 추격. 4연패 위기로 침묵에 빠진 덕아웃에 활기를 되찾게 해준 활약상이었다.
동점도 결국 이종범의 방망이에서 비롯됐다. 그는 8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동점주자를 불러들이는 2루땅볼을 쳐냈다. 볼카운트 2-1의 불리한 상황에서 병살을 피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밀어친 것이다. 이종범의 팀 배팅으로 1사 2·3루 찬스가 이어졌고 팀은 단숨에 3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두었다. 26일 현재 이종범의 타격성적은 3할3푼8리 5홈런 14타점.
이종범은 “공격을 이끌어야 되는 부담은 있지만 이런 페이스라면 걱정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요즘 팀 분위기가 침체됐는데 이럴수록 선수들이 파이팅할 필요가 있다”며 후배들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