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키우는 몸통"이라는 구절에서 양은 즉각적으로 동물성과 식물성이 교차하는 이중 지대다. 만물이 소통하고 교차하던 먼 옛날의 신화시대처럼, 그로테스크하게도 양은 `실`을 키우는 나무이면서 그 실을 `털`로 치환하는 동물이다. `실`의 생산을 넘어서서, `실`에 내재하는 매개적 속성으로의 전환이다. 그는 양 떼를 가만히 지켜본다. 가끔 양들은 울음을 뱉어내며 온몸을 휘감는 실의 은근한 간지럼을 표현하고, 서로에게 밀착하여 비벼댐으로써 이 간지럼을 해소한다. 실이 잠시 힘을 잃는 때는, 양들이 잠드는 순간이다. 신경을 멈췄는지 실타래는 축 늘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