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 시험비행 세계최초로 성공…아마존·구글보다 경쟁력 앞선다 안전문제·사생활침해 가장 신경…급한 소포·의약품 활용성 클 것
지난 9월, 독일 운송회사인 DHL의 ‘파셀콥터(parcelcopter)’가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록 시범 프로젝트이기는 했지만 의약품을 배달하는 이 드론(무인항공기)은 유럽에서 조종사의 시야에서 벗어난 비행을 한 첫 사례로 기록되며 실생활에 배달 임무를 적용시켰다. 이를 통해 DHL은 아마존과 구글의 드론 개발을 앞섰다는 평가도 받았다. 드론을 통해 시범 배송한 회사들은 있지만, 아직 드론 배송 서비스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상업용 드론에 대한 규제나 제도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들은 성공적인 상업용 드론 개발과 비행 승인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로 드론을 통한 배송 시범 비행에 성공한 회사는 어딜까. 의외로 대기업이 아니다. 작년 10월, 호주의 드론 개발사인 플러티(Flirtey)가 이 기록을 세웠다. 자체적으로 드론을 디자인하고 제조하는 플러티의 최고경영자(CEO)인 매슈 스위니(Matthew Sweeny)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100여 차례 드론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고 자부했다. 대기업과의 드론 배송 경쟁에 대해 “회사들은 제품 배달 자체에 대한 권한을 아마존 같은 대기업이 갖는 것을 원치 않기에 독립 드론 회사인 우리가 경쟁에서 우위에 있다”고 단언했다.
다음은 스위니 CEO와의 일문일답.
―플러티 창업 계기는 무엇인가.
▶중국 상하이에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당시 배달 주문을 하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고 배달했는데 지금은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이하 드론)가 중국에서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중국에서의 경험으로 나는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드론을 사용해 배달하면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공부를 마치고 시드니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드론 개발에 나섰다.
당시 나는 드론 기술이 변화의 시기를 맞이했다고 생각했다. 1980년대 초 개인용 컴퓨터가 변화의 시기를 겪었듯이 말이다. 드론이 (군대에서 쓰이는 것을 넘어) ‘주류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이를 배송 서비스에 적용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내 추측은 맞아떨어졌다. 우리는 교과서 대여 업체인 주칼(Zookal)과 협약을 맺고 세계 최초로 상업용 드론 시범 비행에 성공했고, 전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네바다주립대학교와도 협약을 맺었는데.
▶미국 네바다주는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하 FAA)이 드론 시범 비행을 허가한 6개 장소 중 하나다. 이 협약을 맺음으로써 플러티는 네바다주립대학교의 R&D센터에서 드론 디자인과 개발을 하고 함께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호주는 2002년 상업용 드론 비행을 합법화했다.(현재 호주 항공안전본부가 승인한 무인기 운영자는 약 150곳이며 대부분 항공사진술(aerial photography)에 사용된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알래스카주와 할리우드를 제외하고 아직도 상업용 드론 사용이 불법이다.(지난 6월 FAA는 영국 석유회사 BP가 알래스카 프루드호만 유전에 설치된 송유관 점검을 할 때 드론 사용을 승인했다. 9월에는 일부 할리우드 제작사가 영화와 TV 세트장에서 카메라를 부착한 드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 때문에 네바다주립대학교와의 협약은 미국에서 상업용 드론 시장이 열리면 우리가 선도자(first mover)가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드론 조종사를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대형 기업과의 경쟁을 어떻게 보나.
▶우리는 전 세계 최초로 드론 배송 시범 비행을 실시하고 성공했다. 이후에도 100여 차례의 성공적인 시범 비행을 마쳤다. 플러티의 성공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아마존 등 다른 기업들이 드론 배송 서비스 계획을 밝혔다. (드론을 사용한 배송) 시장에서는 독립적인 드론 회사를 원할 것이다. 기업들은 ‘고객 배송 서비스의 끝’이라 할 수 있는 배달 자체에 대한 권한을 아마존에 부여하길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선) 우리가 (협약하기) 가장 이상적인 드론 서비스 회사다.
―이 밖에도 플러티만의 전략이 있다면.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산업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 의료장비와 물품, 고가제품 제조산업이 이에 해당된다.
―드론을 이용한 배송 서비스의 취약점에는 안전 문제가 포함된다. 이에 대한 의견은.
▶항공기와 마찬가지로 플러티의 최우선 순위는 안전이다. 우리는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회전자 하나가 멈춰도 드론이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무정전 백업 시스템(multiple redundant backup system)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드론에 카메라가 부착될 경우 반드시 필요한 데이터만 제한적으로 수집하는 해당 산업 최고의 방법을 도입할 것이다. 저장된 정보를 삭제하는 부서도 별도로 만들 것이다.
―미래에 상업용 드론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할 산업은 어디라고 보는가.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급한 소포(urgent parcels)’, 온라인 리테일, 그리고 의약품 산업이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할 것으로 전망한다. 장기적으로는 우편물 역시 상업용 드론으로 배달될 것이다. 드론이 패스트 푸드를 배달할 날도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