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랑 놀자] 보이지 않는 전력…군종(軍宗)
500여 군종들이 신앙을 통해 軍에 정신적 양분 제공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입력 2014.05.14 05:29:36
야외 훈련을 진행 중인 군장병들이 군종목사의 인도로 기도를 올리고 있다.(국방부 제공) © News1
(서울=뉴스1) 김정욱 기자 = '참호 속에서는 무신론자가 없다'라는 전쟁터의 격언이 있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장에서 종교의 힘은 그 어떤 첨단전투장비 못지않은 힘을 발휘한다.
전쟁터에 있는 장병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초자연적인 절대자를 연결하는 고리는 군종(軍宗) 병과(兵科) 군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대 군대에서 군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군대의 군종이 시작된 것은 6·25전쟁 당시다. 1948년 국군 창설 때에는 군종이 없었다. 그 당시 국군에서는 군종이라는 게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군종은 전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국군이 창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1950년, 6·25전쟁이 터진 후 미군 부대에 근무하던 카투사 소속이 한 한국군 병사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우리 군에도 성직자가 들어와 전투에 임하는 장병들의 가슴에 신앙의 철판을 두르고 기도로써 죽음의 두려움을 없게 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며 군종 창설을 부탁했다.
또 미국의 기독교계와 천주교계가 함께 노력해 한국군내 군종 창설에 노력했다. 미국 감리교의 쇼우 목사(한국명 서위렴)와 미국 천주교의 캐롤 안 주교, 미 극동군사령부의 군종과장 이반 베넷 목사 등은 6·25전쟁 초기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군종병과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12월 21일 군종제도 설치를 대통령 비서실에 지시했고, 1951년 2월 7일 정식으로 육군에 군종병과가 생겨나게 됐다.
우리나라 군대의 군종병과는 최초 기독교와 천주교가 중심이었고, 이후 점차 확대돼 현재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이 배치돼 있다.
군종의 임무는 신앙이라는 정신적 양분을 장병들에게 제공해 전투력 강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평시에는 장병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고 전시에는 전쟁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보이지 않는 전력이 군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우리 군에는 500여명의 군종이 활동하고 있다. 각 군 별로는 육군 340여명, 공군 90여명, 해군·해병대 70여명 등이다.
장병들의 신앙심 고취 활동을 주로 했던 이 군종들은 최근 인성교육과 군생활 애로사항 상담까지 임무영역을 넓혔다.
그 동안 남성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군종에도 변화가 왔다. 국방부는 2013년 7월 여성인력도 군종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지난 3월 조계종 소속의 여성승려인 명법스님이 군종으로 발탁됐다. 명법스님은 첫 여성군종이자 비구니 군승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종병과에 배치되는 여성인력이 올해는 1명이지만 내년에는 3명, 2016년 2명, 2017년 5명, 2018년 3명 등으로 예정돼 있다"면서 "군종병과 여성인력 개방이 향후 장병들의 올바른 가치관 확립과 정신전력 강화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북한 인민군에 군종이 있는지 없는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한다.
k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