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수정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가 형수와 무섭도록 치열한 게임을 벌인 사실을 말이다. "당신이 형수와의 싸움에서 패배했다는 소식도 들었 어요. 그것도 깨끗하게요." 수정은 누구한테 들었을까? 효진은 소문 한 번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밤, 당신이 누구든지 찾지 않고는 못 배길 거 라는 생각도 했어요." 수정은 카운터 저편에서 손을 내밀어 효진의 뺨을 가만히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길은 아스 름하니 물기에 젖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당신 곁에 있어 줘야 한다고 생각했 어요." "그래서 이렇게 늦게까지 문을 열고 있었던 거요? 내가 찾아 오길 기다리면서......" 효진은 잠시 심약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네에." "흐음." "그리고 이렇게 찾아 주었어요." 효진이 바의 마담에게 길게 매달리기엔 그의 곁엔 여자가 너무 많았다. 그것도 젊고 싱싱하고 달콤한 여 자들이. 그러나 그가 절망의 시기에 찾을 여자는 별로 없었다. 얼마 동안 그들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효진은 술을 들었고, 수정은 팔짱을 낀 채 효진의 모습을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의 그 여자는 어떻게 되었어요?" 잠시 후 수정이 물었다. 한순간 희미한 그림자를 드 리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머물렀다. 수정으로서는 묻지 않으려던 물음이었나 본데, 결국 그녀의 자제심 이 허물어진 듯했다. 효진한테서 금세 대꾸가 없었다. "조소아라는......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한다는...... 그 여자 정말 곱더군요." "지금은 내 곁에서 떠나 있소." 효진은 눈길을 떨구며 대꾸했다. "전화도 없어요?" "......" "이별의 말도 없어요?" "......" "그럼, 날이 샌 거 아녜요?" "돌아올 거요." "그럴까요?" "돌아온다고 했었소." "글세, 돌아올런지도 모르지요. 근데 당신이 빈털털 이가 된 걸 알면 돌아올까요? 그 이기적이고도 타산적 인 여자애들이 말예요." "흐음." "어때요? 나한테 말해주지 않겠어요?" "......" "당신, 그 여자를 위해 모든 걸 걸었지요?" "......" "저, 어서 말해봐요." "......" "당신, 이번에 그 여자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당신 형수와 모진 도박을 했던 거예요. 그 여자와의 장미빛 장래를 위해서요." 수정은 갈증과도 같은 호기심을 드러내고 말했으나 효진은 끝내 그녀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지 않았다. 그는 다만 술잔을 비울 뿐이었다. "잊으세요." 수정이 말했다. "잊어요. 그렇게 잘 잊으면서 이번엔 무엇 때문에 그토록 집착하는 거예요." "......" "그 여자, 서울에 와서 한 번 멋진 사랑을 나누고 돌아간 거예요." "......" "좋은 추억으로 남게 그냥 내버려둬요." "......" "이젠 종을 쳤어요. 끝났다니까요." "......" "제발 바보스럽게 굴지 말아요." 효진은 수정이 뭐라 해도 끝내 대꾸를 아니했다. 그 리고 그들 사이를 얼마간 침묵이 지배했다. 그렇게 밤의 시간은 흘렀다. "내가 당신을 바래다 주겠어요." 이윽고 수정이 수틀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괜찮소." "당신, 너무 취했어요." "괜찮대두." "당신이 아니더라도 술을 드신 손님은 바래다 드리 기도 되어 있어요." "흐음." "그러니 염려는 놓으세요." "......" "자, 일어나요. 어서요. 가게 문도 닫아야 해요." 그들은 얼마 후 '시바의 여왕'을 뒤로했다. 수정이 지하주차장에서 그녀의 체코올그레이의 쏘나 타를 몰고 나왔다. Y2카라는 이름으로 극비리에 개발 된 새로운 모델의 쏘나타를, 마치 귀부인과도 같은 우 아함이 넘실대고 있었다. "자, 타요." 효진은 말없이 차에 올랐다. 수정은 안전벨트를 매 며 물었다. "당신 아파트로 갈까요? 아니면 우리 집으로?" "......" 다음날 아침. 햇살은 눈부셨다. 종로서의 범도일 경위는 그의 집무실 창가에서 바깥 겨울 거리를 망연히 내다보고 있었다. 앙상한 플라타너스 가로수에 밤새 내린 눈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 눈이 찬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는데, 햇빛 속에서 마치 눈이 내리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광경이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범경위의 머리를 줄곧 지배하는 것은 그가 어제 산 뜻하게 해결한 엄씨 일가의 살인피의 사건이었다. 누구나 어제의 그의 솜씨에 감복해 했었다. 비록 찬 탄의 소리는 내지 않았으나 그의 관중의 눈길은 소리 없이 말하고 있었다. 명쾌한 재단(裁斷)이라고. 그런데 도 범경위는 여간 찜찜해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아." 그는 어쩐지 엄씨 일가에 놀아났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한 여자에게 말이다. 처음에 그는 엄효진의 고발을 못마땅해 했었다. 형 수와 어린 조카를 몰아내려는 흉계로 본 것이다. 그런 데 민하경을 대하고 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 처연 하고도 선연한 미모에 그는 밀리는 아니 질리는 느낌 이었다. 저렇게 시리도록 아름다운 여자라면 능히 손에 피를 묻힐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오랜 경험으로 봐서도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시야에서 아름다운 미망인의 모 습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 경찰은 검사하기에 부족 함이 없는 잿가루의 양을 확보했었다. 더구나 화장골 (火葬骨)이 골부의 손으로 넘어 가기 전에 화부의 손 에서 약간의 뼈로 슬쩍 입수했던 것이다. 그래서 검사 하는데 어려움도 없었다. 그리고 결론도 나왔다. 비소중독은 아니라는...... 혹시 시신을 바꿔치기한 건 아닐까? 이것은 범경위 의 뇌리를 스치는 첫 번째 의혹이었다. 그러나 범경위는 지나치게 황당한 생각이라며 그 자 신을 비웃었다. 그런데 그의 이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무언가가 있었 다. 그것은 엄효진의 신고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늦었 느냐 하는 점이었다. 이것이 범경위의 뇌리를 스치는 두 번째 의혹이었다. 효진은 그의 형의 시신이 7번 화구에 들어갔을 때에 야 비로소 신고했던 것이다. "조금만 더 빨랐어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었다. "암튼 좀더 살펴 봐야겠는걸." 이윽고 범경위가 내린 결론은 이번 사건을 종결시키 기에는 이르다는 것이었다. 겨울 아침의 같은 시각에 김강민은 반포대교 위를 달리고 있었다. 반포의 그의 독신자 아파트에서 민하경의 평창동 저 택으로 차를 몰고 있는 것이다. 길은 여전히 붐볐다. 만성적 체증 탓이라기보다는 오늘은 눈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검은 콩코드도 맥을 못추었다. 민하경과 함께 3일 전에 밤의 고속도로를 질주했던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당신과 함께 있는 것이 이렇게 좋을 줄은 미처 몰 랐어요." 하경은 그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강민은 감미롭기만했던 기억에 매달릴 수만 은 없었다. 눈 앞의 현실적인 상황이 그를 강하게 휘감아 오기 때문이었다. 강민은 엄대진의 독살된 시신이 모셔져 있었던 그 숨막히는 초조한 3일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건 불안의 극치였다. 아니 공포의 극치였다. 효진은 2, 3일 동안을 허송했던 것이다. 그 기간 내에 그가 경찰에 고발했다면 어떻게 되었 을까? 그는 물론 승리했을 것이고 막대한 재산을 상속했을 것이다. 그리고 하경과 강민은 이세상 사람일 수가 없 었던 것이었다. 수갑을 차기보다는 독배를 들었을 것 이므로. 씨아나이드라는 이름의 캡슐 속의 약은 아직 도 그의 호주머니 속에 있다. 강민은 생각만해도 아득 하게만 느껴졌다. 강민이 평창동 집에 당도한 것은 아침 11시께였다. 거실에 들어서니 아직도 쉬고 있으려나 했던 민하경 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검은 상복차 림이었다. 그녀는 평소에도 검은 색조의 드레스를 입 기를 좋아했다. "강민씨, 어서 오세요." 하경이 그녀의 가늘고 긴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마치 여왕이 그의 기사에서나 하듯이. 강민은 공연히 두리 번거리며 그 손을 마주 잡았다. 거실엔 그들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좀, 쉬었소?" "네, 좀 쉬었어요." "다행이군." "커피 드실래요?" "커피? 좋지." 하경은 직접 커피포트에서 커피를 따르며, "어젯밤엔 어디 가셨어요?" 하고 묻는 것이었다. 옆 모습으로 선 채 흘리듯이 말 이다. "반포의 집에 가서 눈을 좀 붙였소." "전화를 해도......" "아마 곯아떨어졌나 보오. 위스키 한 잔 들이키고 잤으니까." "네에." "무슨 일이라도?" "무슨 일은......" "근데?"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서요." 그래, 이럴 때 남쪽 바다에라도 함께 가면 얼마나 좋을까. 바닷가의 여숙(旅宿)도 겨울 바다도 홀로 차지 하게 된다. 군무(群舞)하는 갈매기때와 함께 말이다. "그렇게 합시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요. 지금은 좋지 않아요. 그렇지만 빨리 가고 싶어요. 용인 별장에라도." 하경은 사내에 대해 갈증과도 같은 욕구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긴 지금의 각박한 처지로서는 술로 그 녀 자신을 달래거나 아니면 사내의 정열로라도 달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용인 별장에서의 그 짧았던 그러나 숨막히도록 황홀 했던 순간의 기억이 부옇게 피어났다. "전 하마터면 달아오를 뻔했어요." 첫 번째 사랑을 나눌 때 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절정 에 오르는 걸 참았었다. 그때 그들을 부르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면 두 번째 향연이 성대하게 펼 쳐졌을 것이었다. 그것을 놓친 아쉬움이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참아요." "네, 우리 참아요." 그러면서도 하경은 한발 다가섰다. 그러나 강민은 한발 물러났다. 그의 이성의 명령이어서가 아니라 초 인종을 울리는 소리가 현관에서 들려와서다. 금세 황정빈 박사가 거실에 모습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쳤다. "그래, 좀 눈을 붙였나요?" 황박사가 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예전의 그 가 즐겨입는 콤비스타일로 돌아가 있었다. 그 차림은 그를 한결 젊게 보이게 했고 댄디한 남성으로 보이게 했다. 강민은 그에게 따로 여자가 있구나 하는 느낌을 지 우지 못했다. 간호원이라도 건드리고 있는 걸까? 아니 면 어느 영화배우라도. "네, 박사님은요?" 하경이 밝게 웃으며 되물었다. "나도 좀 눈을 붙였어요." 황박사는 일순 미소짓고는 강민에게 다가서는 것이 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미는 것이었다. 새삼스럽게 악수는...... 하면서도 강민은 손을 내밀었다. 황박사의 침묵 속의 악수는 마침내 뜻을 이룬 동지 끼리의 악수만큼이나 힘찼다. 이윽고 세 사람의 공모자는 안락의자에 마주 앉았 다. 그들은 말하자면 이번 사건을 주도한 핵심 멤버들 인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는데, 처남의 일 말예 요." 황박사는 엄효진의 신분 처리에 대해 의논하러 온 것 같았다. "그냥 내칠 수만은 없어요." 황박사는 아무래도 엄씨 일가의 전권대사격으로, 아 니면 그의 아내 엄채영의 대리인격으로 이곳에 온 듯 만 싶었다. 하경도 그의 출현이나 제의에 대해 예측하고 있다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인연을 끊을 수는 없어요. 그 친구가 무슨 짓을 했건......" "알고 있어요, 박사님. 그렇잖아요......" "처남은 지금으로선 엄씨 일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고 할 수 있어요. 명실공히....." "알아요. 그리고 우리가 거느리고 있는 기업 모두가 엄씨 일문이 힘을 합해 일군 것이라는 것도 알아요. 특히 도련님이 힘을 쏟은 것을요." "그러니......" "그걸 모르는 제가 아니예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 데......" 강민은 어딘지 모르게 두 사람의 죽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 에 따라 움직이던가. "재산의 얼마만큼은 처남한테 물려줘야 합니다. 끝 까지 그 친구를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것이고 적으 로 돌릴 수만도 없어요. 처남이 일단 물러서긴 했으나 결코 만만한 위인이 아니예요. 그렇게 생각했다만 큰 코 다칩니다." "박사님, 재산의 얼마만큼이 아니라 절반을 똑 떼어 줄 생각이에요. 그 사람이 만만히 물러서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만도 아니고 무서워서도 아니예요. 난 처음 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어요. 이건 최소한의 나의 도리 예요, 도리. 그 사람의 소행은 괘씸하지만요." "으음." 황박사가 신음소리를 토했다. 그로서도 하경의 대담 한 제의가 뜻밖인 듯했다. 강민도 하경의 관대함에 내 심 저으기 놀랐다. 하경의 배포가 사내를 뺨칠 정도라고는 알았으나, 이건 보통은 넘는다. 아무튼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는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후해도 너무 후하다. 그리고 하경이 정 그럴 생각이었다면 애당초 효진한테 재산을 절반씩 나 누자고 했어야 했다. 근데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늘 고개를 들던 의혹이 다시금 꿈틀거렸다. 그렇다 면 그 난리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잠시 후 황박사는 총총히 돌아갔다. 그리고 그가 빈 자리에 다시 강민과 하경 두 사람만 이 남게 되었다. "강민씨, 우리 건배해요." 하경은 누구하고라도 건배를 하지 안고는 못견딜 심 정인 듯했다. 더구나 건배를 할 상대가 그녀가 새로 고른 사내인 처지에서야 더욱 기쁜 일일 것이다. 하경은 막상 내심 몹시 기뻐했다. 몇 해 전만 하더라도 사내들이 떼어주는 수표에 매 달리며 지낸처지인데, 하루 아침에 몇백억의 막대한 재산을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보다 가슴 설레이는 것 은 그녀가 목숨을 걸고 감행한 도박에서 끝내 승리했 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홀로 계획을 세우고 홀로 이끌어 온 도박이요, 승부였다. 그리고 그 상대가 방대한 엄씨 일 가였고 막강한 경찰조직이었다. 두 사람은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않았으나 차가운 포 도주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축복했다. "강민씨, 알아들어요? 완벽하게 우리의 승리로 끝난 거예요." "그렇소. 당신의 승리로 끝났소." "아니예요, 우리 두 사람의 승리예요." 하경은 두 사람이라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며 강조하 려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즐거움의 시간은 흘렀다. 그러나 그들 내부에서 불안이 말끔히 가신 것은 아니었다. "강민씨, 어두운 그림자일랑 이젠 추방해요. 앞으론 염려할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하경은 아직도 불안의 그늘을 그 얼굴에서 지우지 못하고 있는 강민을 격려하듯 말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그녀의 내부에 잉태되고 있는 그녀 자신의 불안 감을 털어내려는 뜻이 담겨져 있기도 했다. 그들은 불안감을 완벽하게 씻을 수가 없었다. 아직 도 엄대진의 진짜 시신이 이 지상에서 영원히 사라졌 다는 보고를 받지 못한 탓이었다. 설지숙이 이끄는 세 명의 장례팀은 여태껏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하경은 내심 극도의 조바심 속에서 지숙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조바심과는 아랑곳없 이 소식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강민과 하경은 설지숙이 이끄는 장례팀이 그 들을 위헙하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의 목을 조 일 올가미를 쥐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이 세상에 있는 것이다. 그것도 세 사람씩이나...... 게다가 교활한 여자 가 리드하는...... 그들의 축배의 시간은 짧았다. 그들한테 새로운 도전을 알리는 전화벨이 마침내 울 린 것이다. 그때가 오후 한 시께였다. 전화는 강민이 받았다. "여보세요. 김강민입니다." "민하경씨 좀 바꿔주세요."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지숙이라고 해요. 설지숙! 바꾸세요!" 지숙의 말투는 사뭇 고답적이었다. 아마도 칼자루를 쥔 자의 우월의식 탓인 듯했다. "설지숙 씨라구요?" 강민으로서는 그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 자의 이름인데도 기억에 없었다. 그래서 그가 머뭇거 리자 대뜸 상대방의 말투가 바뀌며 언성이 높아졌다. "엄사장의 시신을 내가 보관하고 있다는 건 아실테 지요? 아신다면 어서 바꿔요." "아니 뭐라구요?" 강민이 질겁하며 얼굴색이 변했다. "이리 주세요. 기다리던 전화예요." 하경이 손을 내밀어 재빨리 수화기를 건네어 받는 것이다. "나야, 지숙이...... 어서 말해." "하경씨......" "그래, 시신은?" 하경은 조급함을 달랠 길이 없어 그녀가 알고자 하 는 사실에 대해 묻기부터 했다. "잘 보관하고 있어요." 지숙은 하경의 조바심을 민감하게 헤아리며 느릿하 게 말했다. "잘 보관하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하경이 대뜸 미간을 모았다. "그럼 아직도......" 하경은 말을 더듬기조차 했다. "처분하지 않았다는 말이야? 따로 화장해서." 하경의 얼굴엔 점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 고 있었다. 지숙이한테서는 얼른 대꾸가 없었다. 아마 도 하경의 충격의 강도를 측정하고 음미하는 것 같았 다. 그러나 이내 그녀에게서 차분한 말씨가 전화선을 타고 전해져왔다. "네, 하경씨. 우린 아직도 보관하고 있어요. 관에 모 신 대로......" "아니, 무엇 때문에?" "우린 우리의 요구조건을 바꾸기로 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 수중에 당분간 보관하는 게 좋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에요." "으음." 하경은 무섭게 신음소리를 토했다. 지숙의 뜻은 이 제 분명해졌다. 독살된 시신을 담보로 공갈하는 것이다. 하경은 대뜸 최악의 사태가 닥친 것을 직감했다. 지 숙도 그녀의 뜻이 하경에게 십분 전달되었음을 감지했 다. "하경씨, 조금도 염려 말아요. 시신은 약속한 대로 금세 처분 할 테니까요." "......" "우린 다만 얼마간의 비용을 더 받으려는 것뿐이에 요. 일이 생각보다 어려웠거든요. 사안도 너무 중대하 구요. 우리가 짊어질 책임도 너무 크구요." "......" "우린 결코 지나친 요구는 안해요. 그러니 마음을 놓아도 돼요." 그러면서도 지숙은 한 사람 앞에 1억씩 3억을 요구 했다. 그래, 3억을 달라면 줄 수도 있다. 이젠 하경이 그녀 한테는 대수로운 액수가 아니다. 새발의 피 정도라고 할까. 문제는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위협으로 끝나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약속의 위반이다. 그녀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지숙이! 너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하경은 결코 내뱉고 싶지 않은 대사를 내뱉었다. 부 질없는 말인 것이다. "네가 나를 배신할 수 있느냐 말이다." 하경은 말을 이으면서도 후회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숙의 이죽거림이 금세 되돌아왔다. "호호, 왜 갑자기 감상적으로 나오시죠? 늘 사무적 이던 분이. 그리고 우리가 언제 신의로 뭉쳐지기라도 했던가요?" 지숙은 그들 사이에 지켜야 할 신의라도 있었느냐 하는 말투였다. 하경은 지숙이한테서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단절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지숙을 과소평가한 듯만 싶었다. "지숙이, 너, 이러고도 성할 성싶어?" "하경씨, 나를 협박하는 거예요. 그렇담 잘못 생각하 시는 거예요? 내가 아무 대비도 없이 이러는 줄 알아 요?" "지숙이." "전화로 길게 이야기하실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 요?" "으음." "다시 전화하겠어요, 하경씨 잘 생각해야 해요." 지숙은 전화를 끊기 전에 그녀의 소재를 밝혔다. 청평호반의 별장에 머물고 있으며, 그곳에 돈을 갖 고 오라고 했다. 시신은 절대로 발견될 수 없는 곳에 숨겼으며, 상투 적이고 유치한 수법이지만 그들에게 어떤 일이 생기면 시신을 경찰에 넘기라는 서찰을 어떤 사람에게 맡겼다 는 사실도 일깨우는 것을 지숙은 잊지 않았다. "하경씨,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말아요." "......" "시신을 어떻게 찾아보겠다는 생각도 말구요." "......" "우리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릴 생각은 더욱 말아 야 해요." "......" "하경씨, 당신이 슬기롭다면, 그래서 우리 지시를 고 분고분 따르기만 한다면 뒷탈은 없을 거예요. 내가 장 담해요. 나도 치사하게 굴긴 딱 싫으니까요. 그럼 전화 끊어요." 지숙의 위협과 공갈로 일관된 전화는 마침내 끝났 다. 하경은 넋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 고 있었다. 그녀가 포섭한 공모자 중의 한 사람이 삐 걱거리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길까? 어쩔 수가 없긴 했으니 이번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 최대 약점은 공모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잘못하면 어느 고리에서 파탄이 생길지 알 수가 없 다. 하나의 파탄의 고리 때문에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는 지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지숙은 한 번의 협박으로 끝날까? 아니면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협박할까? 하경으로서는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오?" 강민이 바싹 다가서며 물었다. 하경이 그 어떤 위기의 상황에서도 보이지 않던 격 심한 감정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서다. 그 얼굴색이 창 백하다 못해 백지보다 더 하얗다. "강민씨, 우린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어요." 하경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새로운 도전?" "아무래도 한 고비를 더 넘겨야 할 것 같아요." "글세, 무슨 일이냐니깐." 강민은 하경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물었다. "그 사람들이 약속을 어겼어요." "그 사람들이라니?" "그 사람들이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글세, 그 사람들이 누구요?" 하경은 고개를 들어 강민을 쳐다보며 저간의 사정을 대충 설명하는 것이었다. 강민으로서도 대충 짐작하고 는 있었으나 묵묵히 들었다. 그러니 파탄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것도 여자로해서 말이다. "그 여자와는 어떤 사이요? 어떻게 알게 되었구." 강민이 이윽고 물었다. "친구라면 친구구, 후배라면 후배구. 우린 옛날 어려 운 시절에 무용을 함께 했어요. 근데......" "그런데?" "나는 잘 되고 걔는 잘 되지 않았다고 말을 할 수 있어요. 겉으로는 말이에요." 그렇다면 바로 그 점에서 여러모로 껄끄러운 문제가 파생할 수가 있다. 부러움도 생길 것이고 시샘도 생길 것이다. 걸어왔던 길도 비슷하고 동년배라면 라이벌 의식이 작용할 것이고 물러설 수 없는 막무가내의 감 정적인 오기도 고개를 들 것이다. 잘못하면 자존심의 대립으로 치닫게 된다. 강민은 이거 큰일났다 싶었다. "그 아이의 말이 장의사에 남자 친구도 있고, 그래 서 이 일을 맡을 수 있다고 했어요. 나도 그 아니라면 능히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구요. 그리고 잘 해냈어 요. 지나치다 할 정도로요." "흐음." "이젠 어떻게 하죠?" "일단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오. 그리고......" 강민은 잠시 말을 멈추고는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 다. "그리고요?" 하경은 강민의 어두워지는 눈빛을 읽으며 물었다. "시신을 우리 손에 넣어야 하오. 도로 찾아야 한단 말이요. 이것이 우리로선 가장 성급한 문제요." 그건 그렇다. 독살된 시신이 나도는 한 편안한 잠을 잘 수가 없 다. 엄대진의 시신이야말로 그들의 죽음을 부르는 결 정적인 증거물인 것이다. 그러나 설지숙은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신을 담보로 하고 있 는 한 그들의 협박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탐욕이란 마르지 않는 샘처럼 치솟기 마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민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들을 없애는 일이오." 강민은 속삭이듯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하경이 골똘히 생각하던 문제를 끄집어낸 셈이었다. 내가 살자면 후환을 없애야 하는 것이다. 하경은 이미 마음속으로 설지숙과 두 명의 남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있었다. 이건 말하자면 지숙으로서는 도전해서는 안 되는 도 전이었다. 하경은 무엇이든지, 살인청부업자까지도 살 수 있는 막대한 재물이 있지만 지숙에게는 그것이 없다. 저절 로 승패가 분명한 싸움이었다. "내가 할 거요!" 강민이 결의의 빛을 얼굴에 나타내며 강한 톤으로 말했다. "강민씨가?" 하경은 강민을 빤히 쳐다보며 일순 생각에 잠겼다. 강민에게는 뱃심도 있고 담력도 있으며 비정함도 있 다. 그러나 사람의 가슴에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차원 이 다르다. 그건 인종이 달라야 한다. 피가 차가와야 하는 것이다. 강민이 전형적인 깡패출신이기는 하나 사람의 목숨 을 앗아보기나 했을까? 어떻게 해야 하나? 여하간에 이 일은 조직에 부탁하는 것이 상책인 듯 싶었다. 딴 방법이 생각나지 않으면 말이다. 그런데 한순간 하경은 한 사나이의 얼굴을 떠올렸 다. 병적으로 창백한 모습의 사나이의 얼굴을. 모건(毛 建)이라는 이름의 그녀의 전 남편이자 그녀의 한점 혈 육인 희수의 생부(生父)이기도 한...... 모건! 올해 서른다섯이던가. 마치 폐병환자와도 같은 모습의 사내. 알콜 중독자에 담배는 골초다. 중키에 마른 몸매, 그리고 미남자라고 해도 좋을 용 모. 그러나 그를 대하면 언제나 소름이 돋았다. 백지만큼이나 창백한 얼굴, 여자보다 더 빨간, 어딘 가 피를 머금은 것 같은 입술, 새까만 머리에 새까만 눈동자. 어둠을 배경으로 해서 나타나기라도 하면 그 모습은 섬뜩했다. 그의 흰자위가 드러난 눈동자엔 알지 못할 살기가 번득였고 계집처럼 얍상한 입술엔 음산한 웃음이 떠나 지 않았다. 말하자면 그에게선 음습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것이다. 누가 그랬던가? 그가 지나가면 파충류가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고 말 이다. 누구나 그를 화교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분명 치가 않았다. 아무튼 홍콩에 오래 살았던 것만은 틀림 없었다. 설지숙이 지금 모건의 정부라는 사실을 하경은 알지 못했다. 모건의 직업은 공식적으로는 지게꾼이었다. 우리가 아는 장터의 지게꾼이 아니다. 금괴 밀수조직의 지게 꾼, 이른바 운반책인 것이다. 그것도 홍콩과 서울의 검 은 루프를 넘나드는 제1운반책인 것이다. 그의 밑에 졸개들이 따로 있다. 설지숙, 곽일우, 마동림 따위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조직내에서의 그의 표면 상의 직책이었다. 그의 참다운 직책은, 그것도 직책이라고 한다면 암 살업무였다. 마동권이 퇴역한 암살자라면 모건은 현역에서 뛰는 암살자라고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암살자는 놀라운 사격술을 지녔다는 점에 서 그리고 비정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 성이 있었고 두 사람 다 그들의 일을 직업으로서가 아 니라 오락으로서 치른다는 점에서도 공통성이 있었다. 두 사람이 한때는 시인이었다는 점에서도 비슷했다. '공포의 시인!' 언제부터인가 이런 닉 네임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다른 점이라면 마동권의 얼굴엔 그 비정함이 드러나 있지만 모건은 드러나지 않는 점이다. 그는 에누리 없 이 말해 미남자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창백한 것이 흠이고, 늘 기침하는 것이 보기 안 됐지만 말이다. 그 건 그의 지독한 술버릇과 담배 탓이었다. "제발 담배는 좀 끊으시오. 술은 좀 하더라도...... 그 렇게 기침을 하면서 담배는 왜 피우는 거요." 하는 권유와 핀잔을 그는 여러번 받았었다. 그러나 그 는 그때마다 입가에 냉소를 띄웠다. 싸늘한 감촉의 권총을 챙기며, 인간의 심장에 방아 쇠를 당기기위해 나서는 순간에 그리고 상대방은 서브 머신으로 무장하고 대기하고 있을는지도 모를 상황에, 그래서 그가 목숨을 잃을는지도 모를 아침에 담배 한 모금은 필수적인 욕구였다. 교수대 위의 사형수의 마 지막 담배 한모금처럼 말이다. 그는 유별나게 켄트를 즐겨 피워물고 있었는데, 그 것은 그 담배갑의 경고문 탓이었다. '흡연은 폐암, 심장병, 폐기종을 일으키고 임신질환 을 유발할 수 있음.' 그는 이와 같은 경고문에 일종의 악마적인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폐암이 먼저냐, 총세례가 먼저냐? 늘 그의 머리를 지배하는 생각이기도 했다. 필경 그는 길바닥에서 죽을 운명이었다. 이름 모를 아스팔트의 노상에서나 찬비 내리는 국제공항의 활주 로에서나...... 민하경과 김강민이 설지숙한테서 협박전화를 받고 있을 즈음해서 모건은 손가방 하나를 챙겨 들고 경부 선 특급열차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 그 손가방 속에는 두툼한 책이 있고 그 책속에는 물 론 그가 애용하는 권총이 감추어져 있었다. 그것은 모제르라는 이름의 독일제 자동권총이었다. 그것도 모제르 HSC 수퍼였다. 구경은 380ACP! 장탄수 13+1발! 모제르는 월서와 함께 독일에서 쌍벽을 이루는 권총이다. 전형적인 더블액션의 중형권총으로서, 독일 공군장 교의 제식권총으로 채용될 만큼 높은 완성도를 나타내 는 권총이다. 군용권총의 왕이라고 했던가. 모건은 유달리 병적이라 할 정도로 모제를 수퍼를 애용했었다. 모건은 오늘도 한 인간의 운명을 겨냥하기 위해 집 을 나선 것이었다. 그의 황색 티켓은 2호차의 9번차실의 20번 시트를 찾을 것을 지시하고 있었다. 겨울철이어서일까, 서울과 부산을 달리는 새마을호 는 비어있다시피 했다. 그는 무심히 창가에 기대어 앉 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눈 온 뒤끝이라 햇살은 유난히 눈부셨다. 철길도 그리고 플랫포옴 저편의 회색의 도시도 눈에 덮여 한결 시정을 풍겼다. 원색의 화려한 색조의 코트 를 걸친 두 여인이 그의 객실에 성큼 오르는 모습도 마음 설레이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녀들한테서 은은 히 풍겨오는 디오르의 향수냄새! 겨울 여정(旅程)은, 그것도 기차여행은 삭막한 그의 가슴에도 여정(旅情)을 불러일으켰다. 플랫포옴을 서성 일 때마다 알지 못할 여수(旅愁)를 느꼈고 질주하는 열차 속에서는 달랠 길이 없는 고적을 느꼈다. 그러나 지금의 모건으로서는 겨울 여행을 즐길 마음 의 여유가 없었다. "모형! 아무래도 이 일은 모형이 나서 주셔야겠소." 진웅(陣雄)이, 조직의 상급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며 서울책(責)이기도 한 진가가 이렇듯 전화연락을 했을 때 모건은 대뜸 사안의 중대성을 직감했다. 더구나 진 웅이 정중한 말씨를 골라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 "말씀하십시오." "우린 모형의 힘을 빌리려 하지 않았소. 그래서 우 리 나름대로 백방으로 노력했던 거요. 이건 틀림없는 얘기요." 모건은 진웅의 서두가 길다싶었다. 단도직입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그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그의 행방을 찾느라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 형은 아마 모르실 거요." "그가 누굽니까?" "우린 그를 없애야 하오." "흐음." "그는 실수를 했소." "......" "그가 M을 제거하는 일에 말이요." M이라고 하면 일단 마동권을 지칭한다. M은 바로 마동권의 이니셜인 것이다. 그럼 조직은 다시금 마동권을 건드렸다는 말이 된 다. 그토록 마동권의 존재가 꺼림칙한 걸까? 아니면 이 건 자존심의 싸움인 걸까? 그나저나 마동권은 불사신 (不死身)인 듯만 싶었다. 조직이 그토록 살인자를 보냈는데도 살아 있으니 말 이다. "우린 우리의 뜻이 아니라고 M에서 해명을 해야 했 소." "......" "아시겠소? 이건 나로선 굴욕이오." "......" "어쨌거나 M은 우리에게 요구했소. 그게 우리의 뜻 이 아니라면 그 사나이를 우리 손으로 처벌해 달라고 말이요." "......" "그가 누굽니까?" 모건은 다시금 물었다. 누구이길래 이토록 뜸을 들이는 걸까. "남태인(南泰仁)!" 진웅은 서두가 긴 것과는 달리 가볍게 내뱉는 것이 었다. "맙소사!" 모건은 그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토했다. 하필이면 남태인이라니! 남태인은 그의 친구다. 단순한 친구이기에 앞서 생 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마닐라 공항에서 남태인은 그 의 몸으로 모건을 지켜 준 일이 있다. 그런데 그를 암살해야 하다니!
첫댓글 헐 .......
즐감하고 갑니다.
♡♠♡ 늘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