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후리 지나 강화도 북쪽에 절이 있으므로 양사면이라 지은 양사면 교산리 송산 삼거리를 지나 양사파출소에 이른다. 곧 바로 자그마한 산인 성덕산을 오른다. 장군바위. 두꺼비 바위, 선녀 바위가 있는 성덕산을 올랐다가 하산한 뒤 별악봉(167.3)을 오른다. 별악봉 정상에는 자그마한 정자가 서 있어서 한숨 돌리고 내려와 강화평화전망대에 이른다.
강화 평화전망대는 강화도 최북단 양사면 제적봉에 있는 전망대로 해남 땅끝에서 시작된 서해랑 길의 끝이다. 끝이라 쓰는 내 마음은 쓸쓸하면서도 행복하다. 이 길이 끝나는 곳에서 또 다른 길이 시작될 테니까.
이 전망대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북한의 독특한 문화 생태를 가까이에서 보고 비교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이 전망대에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대성면 삼달리까지의 거리는 2.3km이고, 해안가를 건너 예성강이 흐르고 있다. 멀리 보이는 개성공단과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역을 경계로 김포 애기봉 전망대와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비롯한 일산 신시가지까지 조망된다.
북녘과 남녘을 가르지도 않고 찬연하게 비취빛으로 빛나는 서해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바다를 더없이 사랑했던 보들레르를 떠올렸다. 그는 <사람과 바다>라는 시에서 바다와 사람과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었다.
“바다는 그대의 거울, 그대는 그대의 영혼을, 파도가 펼치는 무한의 되풀이에서 본다. 그리고 그대의 정신 또한 바다 못지않게 통렬한 심연이거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그 누구라도 정지된 시간을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누리는 시간은 손을 꼽을 만큼 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그런 나날을 끊임없이 기다립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바다는 다음과 같이 속삭인다.
“잠시 참으면 바람이 평온해지고, 물결이 고요해진다. 忍片時平浪靜
한 발 물러서면 바다가 열리고 하늘이 맑아진다. 退一步海開天空“
개성의 명산 송악산과 오관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강화평화 전망대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통일의 그 날을 염원하는 것은 바랄 수 없는 꿈일까?
하지만 나는 그날을 꿈꾼다. 바다 건너 장산곶 지나고 진남포 지나고 신의주 거쳐 압록강 철교를 걸어갈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