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개인적으론 경기 프리뷰보다는 리뷰를 좋아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축구는 늘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 때문에 승부가 갈리곤 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부상, 사소한 실수, 경기장 상태, 컨디션, 팀 분위기 등 여러 가지들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프리뷰라면 경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경기를 예상하면서 볼 수 있어서 경기의 즐거움을 더하기도 하는 것 같다. 예측을 즐기진 않지만 월드컵 4강전 즈음해서는 프리뷰로 누가 결승전에 오를까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틀려도 뭐 예측이었으니 욕은 안 먹을테니 부담없없이 한번 써보겠다. 짧은 식견으로 예측해보는 프리뷰 시작!
독일 - 전력이 의외로 강하지 않다.
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고평가되고 있는 팀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내가 접하는 정보가 지극히 적고, 주변 사람들이 독일의 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독일은 확실히 강팀이 맞지만 지금 우승 1순위로 꼽기엔 부족한 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호날두가 포진한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4:0으로 크게 승리하면서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훌륭한 팀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가장 큰 약점은 높은 수비라인의 배후 공간이다. 경기 자체를 수비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채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 특징인데, 상대적 약팀을 상대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확실한 약점을 노출했다. 높은 수비 라인은 벤제마, 그리즈만, 발부에나와 같은 기술 좋고 빠른 공격수들에게 흔들렸다. 공격적 패스는 포그바가 포진한 미드필더보다는 상대적으로 압박이 적은 좌우 쪽 풀백인 에브라와 드뷔시 쪽에서 전개되어 수비의 뒤를 노렸다. 적극적인 오버래핑도 훌륭한 공격 방법이 되었다. 비록 득점을 만들어 내진 못했지만 위협적인 찬스를 수차례 만들어냈다. 독일은 뒤를 허용하기 시작하면서 압박의 정도도 당연히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기술과 빠르기라면 둘째가기 서러운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결장하긴 하지만 헐크, 오스카, 윌리안 등 기술 좋은 선수들이 브라질에는 즐비한 만큼 독일에게는 적잖은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필립 람이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했던 것과는 달리 프랑스 전에서 그리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기존의 좌우 측면 수비인 보아텡과 회베데스가 중앙 수비로도 뛰는 선수들로 스피드가 썩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도 불안한 요소이다.
공격의 측면도 생각보다 좋지 않다. 기술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누가 나와도 제 몫은 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에이스 외질은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 대회들처럼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진 못하다.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토마스 뮐러도 혼자만의 힘으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크랙은 아니다. 훌륭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공격력이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도 상대 수비를 완벽히 제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티아구 실바의 결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예상되는 대체자가 단테이고 바이에른 뮌헨 소속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마냥 즐거워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브라질 - 핵심선수 결장의 공백을 메워라.
앞서 언급했던 독일 수비의 약점을 허물 수 있을 선수가 결장한다. 바로 독일의 넓은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줄 네이마르이다. 네이마르는 메시, 로벤처럼 팀이 어려움을 격을 때에도 팀의 공격을 주도하면서 팀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특히 원톱 공격수인 프레드가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네이마르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했다. 넓은 배후 공간을 노릴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독일 전에서도 핵심 선수가 되었을 것이 분명한데 속도에 자신 있는 네이마르의 결장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티아구 실바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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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점은 분명히 있다. 수비 선수들 모두가 기술을 갖추고 있다. 루이스는 중앙 미드필더로서도 경기를 소화할 만큼 공격 센스가 좋은 선수이며 좌우 측면의 수비수들의 공격력도 상당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측면의 다니엘 알베스가 난조를 보이고 있고 그 대체자인 마이콘도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아쉬움이지만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것이며 무엇보다도 마르셀로의 공격력은 이번 대회에서도 상당하다. 좌우 풀백의 가담을 통해 독일을 흔들었던 프랑스 전의 예로 볼 때 측면 수비의 공격적 강점은 독일에게 위협요소가 될 것이다. 독일의 주된 공격 방법이 빠르고 기술 좋은 선수들로부터 시작된 측면 공격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선수들은 공수양면에서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마르의 결장은 단순히 포지션 중에 하나가 빈다는 것 정도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팀 공격의 주축에 있었던 선수로 그를 대체할 비슷한 선수가 출전한다거나 새로운 공격의 구심점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오스카, 헐크, 프레드 등 기존의 선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야할 필요가 있고 아마도 네이마르를 대체할 것으로 보이는 윌리안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개인적으론 오스카를 중심으로 빠르고 창의적인 공격을 보여줄 것을 기대해본다. 한편, 티아구 실바는 이번 대회에서 줄곧 뛰었기 때문에 누가 대체할지는 아직 정확히 예측하긴 힘들다. 8강전에서는 엔리케가 교체로 들어오긴 했지만 당시엔 1골을 지키기 위해서였으므로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단테의 선발 출전이 점쳐진다. 익숙한 선수들을 상대하는 만큼 약간의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세트피스와 골키퍼
세트피스는 최근 축구계에서 가장 강조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모 언론도 우리나라 8강진출의 열쇠로 세트피스를 제시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너무 많이 들어서 이걸 짚고 넘어간다고 해도 아무도 특별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그렇게 강조해도 지나침 없이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스페인이 천하를 호령하던 시절 그들은 공을 짧게 패스로 연결한 후 공격을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전보다 수비력이 강화된 축구에서 단번에 골을 노릴 수 있는 세트피스가 갖는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 대회에서 브라질 역시 다비드 루이스와 티아구 실바의 세트피스의 상황에서의 득점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았고 특히 8강전에서 세트피스가 그 빛을 발했다. 코너킥 상황에서 주로 공격수보다는 수비수들의 공격가담으로 그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인데 네이마르가 없는 상황에서 공격이 답답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코너킥을 비롯한 세트피스에서 적극적으로 골을 노리는 것이 좋을 수 있을 것이다. 예선 경기에서 클로제, 후멜스가 코너킥에서 득점을 기록하면서 세트피스에서도 강세를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8강전에서는 후멜스의 헤딩 한방으로 4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브라질과 마찬가지로 공격이 통하지 않을 때는 외질의 왼발과 크루스의 오른발 정확한 킥에 후멜스가 가담한 세트피스에서도 희망을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약속된 전술을 수행하는 것 자체도 중요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인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도 떨어지게 된다. 이미 토너먼트가 막판에 이르렀고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력 문제 역시 중요한 문제라고 보인다.
한편, 양 팀의 골키퍼가 슈퍼 세이브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훌륭한 반사신경을 보여주는 줄리오 세자르와 마누엘 노이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두 선수들이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정상급 골키퍼들은 가끔 말도 안되는 선방을 이어가면서 열세에 놓였던 팀을 구해내는 경우도 잦다. 특히 이전 경기에서도 세자르와 노이어의 선방이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반드시 지켜봐야 할 요소임에 분명하다. 다만 노이어 쪽에서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있다. 이번 대회 내내 실수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라인을 높이 올리는 수비를 구사하는 팀에서 대부분 그렇듯 노이어는 넓은 배후 공간 커버를 위해 활동 영역이 페널티 박스 밖까지 이어지곤 한다. 브라질의 전방 압박이 순간적으로 강해질 경우는 노이어의 실수가 나와서 경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쓰고 보니 특별할 것 없는 프리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결론에서 승부 예상을 하지 않는다면 더욱 재미없는 프리뷰가 되어버릴 것도 같다. 그래서 승부 예상을 해보자면 브라질의 한 골차 승리를 예상한다. 두 팀 모두 팀의 중심에 훌륭한 노장 선수들이 있는 만큼 어이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 양 팀 모두에 승리의 가능성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홈 팀의 이점을 안고 싸우는 브라질이 경기에서 질 것 같지는 않다. 결장하는 네이마르와 티아고 실바의 빈자리를 채울 선수들도 충분해 보이고, 탈압박에도 강점을 갖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느린 독일의 후방을 노릴 기술과 속도를 지닌 공격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독일전은 유럽-남미의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경기인 만큼 이번 대회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결 중 하나이다. 예상은 예상일 뿐 경기는 실제로 지켜봐야 제 맛이다. 어느 팀이 이길지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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