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뜨린 머리칼! 해맑은 미소를 짓는 딸아이의 얼굴이 싱그럽다. 편안해하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며,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니가 마음 편하면 되는거지!" ............... ........ ..... 남편과 부부의 연을 맺은지 어느새 스믈다섯해! 스믈다섯해를 은혼이라고 했나.... 생각만큼 나오지 않은 수능성적표를 받아든 딸의 침울한 얼굴을 애써 외면하며 25주년 결혼기념일을 자축하자는 남편손에 이끌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어느 조용한 음식점에 마주 앉았다. 촛점없이 고개 숙인 나의 시선은 애꿎은 음식 상 위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 이런 내모습이 딱했는지, 회 한점을 그가 내앞에 내밀었다. 그가 내민 회를 입에 넣고,소주잔을 털어넣었다 쓰디쓴 알콜이 목을타고 들어가니,온몸이 짜릿해져온다... 둘사이에 오랜동안 침묵이 흘렀다. 조용한 방안에는 적막함만이 흐를뿐! 그가 비워진 내술잔에 또다시 한가득 술을 따른다. 겨울 밤하늘에 걸려있는 달처럼 시리도록 차가운 하얀 미소가 내입가에 머물렀다 또 한잔을 마셨다 상위에 놓여진 음식들이 빙글빙글 돈다. 남편의 얼굴도 빙빙 돈다... 방바닥이 돌고,천장이 빙글 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숨이 차오른다. ............... ......... "당신 그동안 고생 많았어!" "지은이 뒷바라지 하느라 애 많이썻고,," "그리고 정말 고맙다,여러가지로,, 남편이 비장한 어투로 내게 말햇다. 목이 메이는지 그도 고개를 숙인다 ............. ....... 남편의 그말에 잔뜩 움츠렸었던 감정의 실오라기가 하나둘 풀리는지 가슴깊은곳에서부터 복받쳐오는 알수없는 회한이 밀려와 뺨을타고 쉼없이 흐르는 눈물로 범벅이된 얼굴을 감싸쥐며 어깨를 들썩이고야 말았다 ............... ...... 모난 성격의 나를 이십오년동안이나 지켜 봐줘서 고맙다고...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우리가족 지켜줘서 고맙다고.. 우리가족을 위해 정말 열심히 지금까지 일해줘서 고맙다고... 독백하듯이 뇌까렸다 ............. ....... ... 스믈세살 철없던 나이에 그의 착한심성 하나만을 보고. 가난한 공무원 집안의 장남인 그와 그렇게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이.. 한해,두해,.... 어느덧 스믈다섯해가 되었다. 꽃다운 나이의 새댁은 어느덧 오십을 바라보는 중년의 아낙이 되어있었고. 길고도 짧은 스믈다섯해를 살아오며,,, 좋았던 날보다는 슬프고,괴롭고,아팠던 날들이 더 많이 기억나는것은 왜인지! ................. .......... 세월이 늘 그렇게 빨리지나가지만,, 다른해보다 올한해는 정말 눈 깜빡할 사이에 훌쩍 지나가버렸다. 가는 세월이 속절없고 야속할만큼! ............... ........ 알콜이 몸속으로 퍼져들어가니 제법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편안해져왔다 딸아이는 마음 편해하는데,내가 왜 이러는지!.... 난,아직도 오만이라는 울타리에 갖혀있었는지도 몰라! 대체 내가 뭐라고 정말 아직도 멀었구나, 나는 말로만,매일매일을 마음을 비웠었구나, 그랬었구나 남을 의식하는데만 연연했었구나! ........ .... ... 감사하자,모두 감사하자! .... ... 난 정말 기분좋다,우리딸이 대학교에 합격했으니!" "지은이도 기특하고,당신도 장하고..." 내손을 꼭 잡으며 위로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 ..... "그래요..." "우리 딸,수시에 합격했으니 나 이제 걱정 안할래" "원하는곳은 아니지만...." "지은이가 좋다하니 됐어요" "내욕심만 생각햇어요!" 아이는 뒷전이고 내자존심만 생각했어요 .......... ..... ... 음식점을 나와 호수를바라보며, 잠시 걸었다 쌀쌀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황량한 호수의 밤바람이 제법 차갑다. 그가 내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불빛에 반짝이는 겨울호수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못내 아쉬움속을 맴돌고 있는 마음의 조각들을 바람에 일렁이던 호수위에 던져버리고....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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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에...
coll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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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5
06.12.2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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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25년의 세월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서로 고마와하는 부부애가 아름답고도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축하드립니다. 따님이 멋진 은혼선물을 드렸으니 역시 효녀네요. 지난 번 수능준비로 힘든 따님의 애처로움이 저도 많이 안스러웠었습니다. 인제 편한 마음으로 일과 음악에 열중하시며 새해를 맞게 되셨네요. collye님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사진도 넘 좋아요. 이번 함박눈 찍으셨군요.새해 가내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이런 모습이 바로 사랑이고 행복인가 싶습니다 ^^
오나리님,,늘 격려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오늘 날씨 참 좋죠? 금새 개나리라도 필듯 포근한 날이네요..오늘도 행복만땅인 날되세요..콜라님,,,감사합니다,,,즐거운 하루 되세요..
축하해요.. 따님의 은혼식 선물을... 소설처럼 예쁜 글이네요.. 아직도 젊음이 넘치는 음악도 같은데... 중년의 앓이를 많이 하는것 같네요.. 그것조차.. 어리광처럼 예쁩니다.
여사님,,안녕하세요..몸살은 좀 좋아지셧는지요...늘 최선을 다하는 그모습,,존경합니다... 올해도 며칠남지 않았네요..새해에도 건강하시구요 하시는일 모두 잘되시길 기원합니다...언제나 따뜻한 배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