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푸르른 녹색의 향연, 치쿠린 대나무숲
대나무는 현자(賢者)를 닮았으니 어째서인가? 대나무는 밑동이 단단하니 단단함으로써 덕(德)을 세운다. 군자(君子)는 그 밑동을 보면 잘 서서 뽑히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대나무는 성질이 곧으니 곧음으로써 자신을 세운다. 군자가 그 성질을 보면 가운데에 서서 기울지 않을 것을 생각한다. 대나무는 속이 비었으니 빔으로써 도(道)를 체득한다. 군자가 그 속을 보면 쓰임에 응하여 겸허히 받아들일 것을 생각한다. 대나무는 마디가 굳세니 굳셈으로써 뜻을 세운다. 군자가 그 마디를 보면 이름과 행실을 갈고닦아 평탄함과 험난함에 한결같기를 생각한다. 무릇 이와 같기 때문에 군자들은 대나무를 심어 뜰을 채우는 것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ㅡ 백거이 '양죽기(養竹記)' 중에서...
대숲은 자연림이지만 활엽수처럼 자유의 산만함이 없다. 대숲은 가지런하고 단정하다. 봄의 대숲은 자작나무숲이나 오리나무숲처럼 생명의 기쁨으로 자지러지지 않고, 여름의 대숲은 다른 활엽수림처럼 비린내 나는 습기를 내뿜지 않는다. 대숲은 늘 스스로 서늘하고, 잘 말라서 질퍽거리지 않는다. 대숲은 늘 꿈속처럼 어둑어둑하다. 이것이 몽밀(蒙密)이다.
대나무로는 무기도 만들고 악기도 만든다. 죽창과 피리가 모두 대나무다. 대나무로는 악기도 만들고 가구도 만들고 농기구도 만들고 사군자도 친다. 세상을 깨부수고 바꾸려는 사람들은 대나무숲으로 들어와서 무기를 구했고, 세상을 버리고 숨으려는 사람들은 대나무숲으로 돌아와 누웠다. 그래서 대나무숲은 세상으로 나가는 전진기지이며 세상을 버리고 돌아오는 후방의 쓸쓸한 낙원이다. 대나무숲은 전투적 이념의 절정이며 은둔의 맨 뒷전인 것이다. 대나무의 삶은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삶이다. 대나무는 죽순이 나와서 50일 안에 다 자라버린다. 더 이상은 자라지 않고 두꺼워지지도 않고, 다만 단단해진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는다,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ㅡ 김훈 '자전거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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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8
지장보살님.
첫댓글 대나무의 의미도 한번쯤 되새기며
쭉쭉 뻗은 대나무숲
속이 시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늘을 가릴 듯
시원스레 쭉쭉 뻗은 치쿠린 대나무숲에서
하루종일 머물러도 좋을 듯했습니다.
옛사람의 대나무에 관한 글은
어찌 이리도 맑고 향기로운지요.
청정한 대숲을 그대로 옮겨온 듯
다르지 않습니다.
사계절 푸른 대나무처럼
몸과 마음에
늘 푸른 기운 가득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