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 ● 그러려니 한다.●
_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유난히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영아부 성경학교에서부터 초딩 중딩 고딩 청년부에 이어서 바자회와 선교여행 그리고 전교인 수련회 까지 엄청난 행사들이 은혜롭게 끝이 났다. 그리고 교역자들의 휴가도 끝이 났다. 내가 부교역자였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주일까지 끼어서 준 휴가를 모두들 다녀 왔다. 그런데 나는 해마다 여름 휴가를 가지 않았다. 굳이 가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자기들이 다녀 왔으면 휴가를 가지 않는 담목에게 강하게 권할법도 한데 아무도 휴가를 왜 안가느냐고 묻지를 않는다. 살짝 서운하지지만 그러려니 한다. 아직은 내 마음을 알 리가 없으니까..ㅎㅎ
2학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금액과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우리교회는 앞으로 불러내거나 이름을 공개하지 않지만 꽤 큰 금액을 지출한다. 여러 가지 자료에 근거해서 꼭 필요한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정도의 금액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특별히 외부 장학금은 선교사님이나 미자립교회의 목회자의 자녀인 대학생 2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본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찾아 내어서 지급하곤 한다. 그런데 고맙다는 문자는 딸랑 한 사람만 왔다. 이건 실화다. 굳이 성경 이야기를 들이대지 않아도 살짝 서운하다. 하긴 내 돈으로 주는 것이 아니기에 대놓고 꼭 내가 서운해야 할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한다.
라때(?)는 부모님에게 자주 자주 전화를 드려서 안부를 묻곤 했는데 요즘은 세상이 우찌 된 일인지 아들과 딸에게 내가 전화를 드릴(?)때가 종종 있다. 바빠서 전화를 안하면 아빠, 왜 전화 안해? 라고 한다. 허, 참, 내가 꼭 해야 하나 싶어서 몇 일씩이나 안하면 나만 손해다. 고놈의 손주들이 눈에 자꾸 밟혀서 못 참겠다. 그래도 내가 전화를 하면 엄청 좋아한다. 물론 자기들 딴에는 전화를 자주 한단다. 그래서 그러려니 한다.
목회 초년에는 교인 한 명이 등록하면 버선발로 뛰어 나가서 반겨 맞았다. 그가 몸이 아프거나 가난해서 구제비를 주어야 하거나 심지어 알콜 중독자였어도 정성을 다해서 섬겼다. 그런 나를 하나님이 불쌍히 여기시어서 많은 교인을 붙여 주셨다. 우리교회는 매주 새가족이 등록하지만 특별히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교회이다. 그 비결이 마치 내게 있는 것처럼 한 번씩은 침을 튕기면서 떠벌리곤 하다가 깜짝 놀라서 스스로 입을 닫곤 한다. 그 때 마다 하늘의 하나님이 나를 바라 보시면서 그러려니 하신다.
잠을 자려고 누웠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왜냐하면 어제 어떤 모임에서 나를 좋아하신다는 어느 분이 내 글을 아주 재미있게 읽는다고 더 자주 글을 써 달라고 했다. 그 말이 진짜인줄 알고 글을 자주 써 볼까 라는 착각으로 긁적이고 있다. 이 글을 읽는 그 분이 그러려니 하지 싶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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