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봉산 *
유 현 식
대장동 현장이 준공되었다. 감리단은 단장 포함 건축 2명, 기계가 3명이었는데 기계 최 이사는
의성 현장으로 건축 이 이사는 경주현장으로 갔고 김 이사와 유 이사 둘 만남아 있었다. 아날로
그로 책꽂이에 잔뜩 배열되어있는 서류들을 본사에 저장할 수 없어 모두 스켄 작업으로 컴퓨터에
담아 저장을 한다. 1년 6개월 동안 만든 서류들이 일주일 만에 PDF 화하여 유에스비에 저장되었다.
지나가 버리면 과거가 되고 그것은 곧바로 추억으로 남는 것을 보면 우리네 인생사나 디지털
세계나 다를 바가 없겠으나 컴퓨터의 세계에는 추억이라고는 찾을 수 없다. 있느냐, 없느냐.
모든 부분에 맺고 끊음이 명확하다. 빈틈없는 기계적인 기억력 이것은 정 때문에 흐려진 인간의
기억력에 허점을 보강하여 준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겠다.
모든 서류는 컴퓨터에 저장을 하면 되겠으나 1년 반 동안 대장동에 들은 정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현장도 현장이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태봉산에 대한 기억은 남겨두고 싶은 정이 든 곳이기에
기억력이 사라지기 전에 글로 남겨야 할 것 같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백현동‧금곡동‧동원동에 자리 잡은 해발 386미터 태봉산은
지금은 터널이 뚫려 산 고개를 넘는 구 길은 교통량이 한산하고 산을 찾는 등산객들 띠엄띠엄
오가는 곳으로 되었다. 중간쯤 ㅇㅇㅇ 파크 힐이라는 동네가 20여 호 자리를 잡고 있는데
부촌이어서 모두 차를 이용하여 출입하는 관계로 산 구 길은 언제나 조용하고 산새들
꿩들의 소리로 가득한 곳이다.
시간이 나는 틈틈이 산을 오른다.
오름길 도로 위로 동물 전용 길인 에코 부리지가 가로질러 넘어가고 검정아스팔트 좌우로
포화상태를 이룬 수목들 서로 뒤엉켜 만드는 푸름이 넘쳐나는 여름은 산에 있는 모든 것을
그 푸름의 세계로 초청하여 아낌없이 모두의 싱싱함을 주고 있다.
아스팔트 길을 비켜나 숲 언덕으로 오른다. 이름 모르는 나뭇가지들 가는 길을 막지만
고요함 속에 나름의 고독을 풀려는 애교 같은 모습에 손으로 가지를 잡고 흔들어 악수를
하며 미소로 놓아주면 싱싱한 내음을 잔뜩 내게 안겨주고 시원스레 물러간다.
나뭇가지를 지나가면 허리까지 싱싱하게 자란 이름 모를 풀들이 바짓가랑이를 휘감고
풀 속 작은 생명들 이리저리 뛰며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다.
그리하며 오르는 길 가끔 이름을 아는 나무나 풀들을 만날 때는 반가움이 배가되어
잠시 발길을 멈추고 알고 있는 모두를 서둘러 토하고는 어깨를 으쓱하여 보지만 내
설명 들어주는 이 없고, 즐겁게 노래하는 산새와 골짜기 흐르는 물만이 “아~하 그렇군요!”
감탄을 함에 가벼워진 발길 산에 길에 나무에 풀에 벌레들에 골물에 산새에 취하여
오르던 길 앞에 확 트이며 나타난 송전 철탑 산비탈에 네 개의 다리를 박고 위로
까마득하게 올라가 있다.
나름대로 힘을 달리 받는 곳에서 그 힘에 알맞게 선정된 규격의 앵글들이 서로 얽히고
설키며 만드는 힘의 균형은 밑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사람에게 많은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전압만큼의 이격용 애자 줄을 대고 있는 끝으로 힘차게 뻗어나가는 케이블 전선 여러
가닥이 만드는 기하학적 아름다움에 고개를 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보는 이 한테
넘어져 내리는 듯한 착시현상에 깜짝 놀란다.
수십 평은 좋이 될듯한 철탑 밑 공간에는 만원 버스에 탄 사람처럼 콩나물시루가 되어
서로의 키를 재고 있는 키가 큰 풀줄기들 불어 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휘몰리는데 그
수선스러움을 즐기는 듯 메뚜기들 이리저리 뜀 놀이 한창이다.
그 숲을 헤치고 안으로 몇 발을 들여놓으려니 여기저기 펄썩 뛰는 개구리들 어느 곳이든
자리에 임지들이 있어 함부로 그곳을 범했다가 임자들의 항의를 받아야 함은 우리네 사는
사회나 이곳이 매 한 가지 인가보다.
오른 길은 나선형 커브 길이다. 그 길을 휘돌아 오르니 앞이 툭 터진 언덕이 나오고
그 언덕에 이르니 산의 모습이 눈 안에 잡힌다. 저 밑으로 만들어진 골에는 물이
흘러가고 그곳을 밋밋하게 경사져 오른 곳엔 작은 평야 지대가 되어있는데 쇳소리를
내며 날아 앉은 꿩의 찬란한 색깔머리가 보인다.
바람이 불어가는가 하였더니 어느새 방향을 바꾸어 불어온다. 나무 이파리들 수선스레
바람을 맞고 풀들도 허리를 숙이며 바람을 맞는다.
그 소리 바람을 통하여 나무와 숲이 하는 이야기
그 자리에 자라나서 서로를 방해하지 않으며 자란 과정
불어가는 바람에 내는 소리는 그 사연을 담고 허공을 가른다.
들어달라고 보채는 법도 없이 그냥 그렇게
담담하지만 만 가지 사연의 인연들 이야기는
때로는 옷 섬을 건드리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그 가운데 간간이 들리는 산새 노래는
자연의 노래의 후렴 인가?
만 가지 사연을 담은 산은
마치 할머니 가슴에 안긴 손녀처럼
모두를 지극한 사랑으로 보듬고 있다.
그 산속에 스스로 안기어 그들의 소리를 노래를 듣는다.
얼마 전 산 숲 오솔길에 누워 있던 새끼 사슴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일어날 줄 모르고
어디서 인가 애처롭게 바라볼
어미 사슴 눈동자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그 언덕에서 저 밑 터널을 빠져나온 차들이
장난감같이 보이는 동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졸졸졸 골짜기 물이 함께 산을 내려가잔다.
첫댓글 가까운 태봉산이 미답
가까운 시기에
오르길 기대하며
유명세 타는 대장동
그현장의 세세한 기억
태봉산의
아름다운 추억~~~^♡
틈틈이 올랏던 산의 모습이 몇달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 나는 것은 산의 정다움인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