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여자 학군사관후보생(ROTC)들이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4주간의 하계훈련을 받고 있다. 17일 각개전투 훈련 중 휴식시간에 여자 후보생들이 군용 위장크림을 바르고 있다. 최정동 기자]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2013년도 육군사관학교 생도 모집(73기)엔 지원자 수가 27년 만에 가장 많았다. 290명 모집에 6403명이 지원했다. 23.7대 1의 경쟁률이다.
1985년도 이후 지원자가 해마다 줄더니 올해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원의 10%인 여자 생도 경쟁률은 이 정도가 아니다. 육사는 37.8대 1,
해사는 각각 52.2대 1, 공사 51.4대 1이었다. 사관학교뿐만이 아니다. 올해 여자 학군사관후보생(ROTC)의 평균 경쟁률은 6.9대 1이다.
여군의 인기 비결은 뭘까. ROTC 후보생들이 여름 훈련을 받는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예비 여군 장교들을 만났다
17일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대한민국 전역을 섭씨 35도 이상으로 달군 가마솥 무더위가 이곳에도 한창이다. 여대생 조지민(22·성신여대 불어불문학)씨가 팩트를 꺼내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살핀다. 손을 팩트에 찍더니 무언가를 얼굴에 정성스럽게 바른다. 마치 화장을 고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점차 검게, 또 얼룩덜룩하게 변한다. 녹색·검은색과 갈색의 군인용 위장크림이다. 조씨는 성신여대 ROTC 2기이자 전체 ROTC 52기 후보생이다. 후보생들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동계 2주, 하계 4주씩 모두 12주의 훈련을 받는다. 그를 포함한 788명의 52기 후보생들은 4주간의 하계훈련을 위해 지난달 29일 입소했다. 훈련 3주차인 이날은 각개전투 훈련이 한창이다. 위장크림으로 범벅이 된 조씨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담벽 넘고 낮은 포복 하고-땀 범벅
지형지물 훈련장. 후보생들이 언덕 뒤에 숨어 적을 살피고 나무 그루터기를 지나 담벽을 넘는다. 얼굴엔 짙은 위장크림을 바른 데다 훈련복이 똑같아서 한눈으론 남녀 후보생이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니 남녀 후보생이 따로 훈련을 받는 게 아니다. 육군훈련소에서 하계훈련을 받는 여자 후보생은 40명이다. 분대별로 2~3명씩 여자 후보생이 남자 후보생 속에 섞여 함께 뛰고 땅을 구른다.여자 후보생들은 긴 머리를 머리망으로 깔끔하게 묶었다. 체구가 약간 작아 보이는 것 외엔 남자 후보생과 외양이 다를 게 없다. 10~15㎏ 되는 군장을 메고 K2 소총을 든 채 담벽을 타고 뛰어내렸다가 곧바로 낮은 포복 자세로 흙둑을 향해 기어간다. 땀에 전 군복은 흙투성이다. 학군단 각개전투 책임교관 고대귀 소령은 “한 여자 후보생은 지난번 훈련 때 손가락이 부러졌는데도 티를 안 내더라. 여자라서 더 열외를 싫어하고 의욕을 보인다”고 전했다.
“분대! 약진 앞으로!” 분대장이 선창하자 분대원들이 따라 외치며 전진한다. 선창하는 목소리엔 여자 후보생의 목소리가 가끔씩 섞여 있다. “수류탄 인계! 안전클립 제거! 안전핀 뽑고 던져!” 소리치며 수류탄 던지는 훈련을 할 땐 표정이 진지하다. 고된 훈련 앞에서 남녀 후보생들은 전우(戰友)다. 담벽을 넘으려던 여자 후보생이 첫발을 어디에 딛고 올라야 하는지 몰라 우물쭈물한다. 지켜보던 남자 후보생이 자신 앞에 놓인 담벽에서 시범을 보인다. 여자 후보생이 남자 후보생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남자 후보생은 살짝 손을 들어 답한다.
찜통 더위에 계속되는 빡센 훈련으로 후보생들의 얼굴엔 피로감이 뚜렷하다. 15분간 휴식 시간. 전투모를 벗어 들자 여자 후보생들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들은 얼굴에 그린 위장을 고치고 동료 후보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위장을 고치는 모습이 화장을 고치듯 조심스럽다. 남자 후보생들과 다른 모습은 그 정도였다. 남자 후보생과 함께하는 훈련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신세라(22·성신여대 스포츠레저학)씨는 “힘든 건 이미 알고 들어왔다. 힘든 것도 과정이라 여기며 즐긴다”고 답했다. 최란희(24·건국대 일어교육과)씨는 지난 동계훈련 때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겪었다. 최씨는 “부상을 당했어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힘들수록 내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더 시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분단국 현실에 여자도 뭔가 해야”
여군 경쟁률은 남군 경쟁률의 평균 두 배 이상이다. 여군 인기가 폭발한 최근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취업난 속에 ‘군인은 안정된 직업’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상호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대는 본인만 열심히 하면 오히려 다른 직업에 비해 남녀차별이 없는 곳이다. 진취적인 여성이라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군대가 새로운 도전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 등 군에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도 여군을 지망하는 이들에게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취업난이 전부는 아니다. 애국심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차별 없이 인정받고 싶다는 뜻도 군으로 향하는 큰 동기다. 정다운(23·중앙대 경제학)씨는 “대한민국이 분단국가인 상황에서 여자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며 “요즘 여자가 군대에 오면 취업 때문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박희진(24·인천대 체육학)씨는 “계급을 전제로 군대만큼 남녀가 똑같이 대우 받는 곳은 흔치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각개전투 담당교관 배경구(29) 중사는 “어차피 실전 배치되면 여군 장교가 남자 사병을 지휘해야 한다. 훈련소 내에서 남녀 구분이란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자 후보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용석(23·성균관대 스포츠과학)씨는 “훈련소 들어오기 전엔 여자 훈련생이 체력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훈련받으면서 그런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자인 내가 여자 훈련생의 적극성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여군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소이원 국민대 정치대학원 외래교수는 “육체적 전투력만이 중요하던 군의 시대는 지났다. 군은 지식·정보·과학화를 지향하는데 이런 부분에선 여군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여군은 큰 틀에서 보면 여성인력 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군 증가가 안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운용되던 군에 여성이 투입돼 군이 수평화되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남녀평등 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남자 후보생 “여자 동료들 강하더라”
군대 내에서 ‘금녀의 벽’은 사실상 무너진 지 오래됐다. 육군에선 69년 여군 공수요원이 나왔다. 93년부터 여군이 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 보병부대 중대장, 법무장교, 연대장 직책을 맡았다. 육사 출신 여군들이 최초로 임관한 2002년부터는 전방 소총부대 여군 소대장이 탄생했다. 공군에선 2003년 3월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3명이 실전 배치됐다. 해군에선 2003년 5월 여군이 전투함에 첫 승선했다. 육·해·공군 최전방에 여군 배치가 10년 전 완료됐다. 국방부는 2014년까지 포병·기갑 등 12개 병과에 여군 배치를 추진 중이다. 그동안 여군을 배치하지 않았던 지상 근접전투나 특수작전, 장거리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에도 제한을 풀기로 했다. 당초 2020년까지 여군 간부 비율을 전체의 5.6% 수준인 1만1500여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4년 앞당겨 조기 달성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여군은 2011년 기준으로 약 6900여 명이다.
여군 장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49년 처음으로 32명이 배출됐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50년 9월 부산에선 여자의용군교육대가 정식 발족했다. 55년 7월엔 여군훈련소가 설치돼 여군만의 훈련을 전담했다. 이후 70년 여군단이 생겼지만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 폐지됐다. 여군훈련소 후신인 여군학교도 2002년 10월 남군 과정과 통합되면서 해체했다. 그러면서 74년 여군 계급구조가 개편됐다. 여군은 장교와 하사관으로 편성돼 있다. 장교는 2년, 하사관은 3년이 의무복무 연한이다. 복무기간을 마치면 본인 희망에 따라 복무를 연장하거나 전역한다.
홍상지 기자, 윤지혜 인턴기자hongsam@joongang.co.kr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2013년도 육군사관학교 생도 모집(73기)엔 지원자 수가 27년 만에 가장 많았다. 290명 모집에 6403명이 지원했다. 23.7대 1의 경쟁률이다.
1985년도 이후 지원자가 해마다 줄더니 올해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원의 10%인 여자 생도 경쟁률은 이 정도가 아니다. 육사는 37.8대 1,
해사는 각각 52.2대 1, 공사 51.4대 1이었다. 사관학교뿐만이 아니다. 올해 여자 학군사관후보생(ROTC)의 평균 경쟁률은 6.9대 1이다.
여군의 인기 비결은 뭘까. ROTC 후보생들이 여름 훈련을 받는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에서 예비 여군 장교들을 만났다
17일 충남 논산의 육군훈련소. 대한민국 전역을 섭씨 35도 이상으로 달군 가마솥 무더위가 이곳에도 한창이다. 여대생 조지민(22·성신여대 불어불문학)씨가 팩트를 꺼내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살핀다. 손을 팩트에 찍더니 무언가를 얼굴에 정성스럽게 바른다. 마치 화장을 고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점차 검게, 또 얼룩덜룩하게 변한다. 녹색·검은색과 갈색의 군인용 위장크림이다. 조씨는 성신여대 ROTC 2기이자 전체 ROTC 52기 후보생이다. 후보생들은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동계 2주, 하계 4주씩 모두 12주의 훈련을 받는다. 그를 포함한 788명의 52기 후보생들은 4주간의 하계훈련을 위해 지난달 29일 입소했다. 훈련 3주차인 이날은 각개전투 훈련이 한창이다. 위장크림으로 범벅이 된 조씨의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담벽 넘고 낮은 포복 하고-땀 범벅
지형지물 훈련장. 후보생들이 언덕 뒤에 숨어 적을 살피고 나무 그루터기를 지나 담벽을 넘는다. 얼굴엔 짙은 위장크림을 바른 데다 훈련복이 똑같아서 한눈으론 남녀 후보생이 구별되지 않는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니 남녀 후보생이 따로 훈련을 받는 게 아니다. 육군훈련소에서 하계훈련을 받는 여자 후보생은 40명이다. 분대별로 2~3명씩 여자 후보생이 남자 후보생 속에 섞여 함께 뛰고 땅을 구른다.여자 후보생들은 긴 머리를 머리망으로 깔끔하게 묶었다. 체구가 약간 작아 보이는 것 외엔 남자 후보생과 외양이 다를 게 없다. 10~15㎏ 되는 군장을 메고 K2 소총을 든 채 담벽을 타고 뛰어내렸다가 곧바로 낮은 포복 자세로 흙둑을 향해 기어간다. 땀에 전 군복은 흙투성이다. 학군단 각개전투 책임교관 고대귀 소령은 “한 여자 후보생은 지난번 훈련 때 손가락이 부러졌는데도 티를 안 내더라. 여자라서 더 열외를 싫어하고 의욕을 보인다”고 전했다.
“분대! 약진 앞으로!” 분대장이 선창하자 분대원들이 따라 외치며 전진한다. 선창하는 목소리엔 여자 후보생의 목소리가 가끔씩 섞여 있다. “수류탄 인계! 안전클립 제거! 안전핀 뽑고 던져!” 소리치며 수류탄 던지는 훈련을 할 땐 표정이 진지하다. 고된 훈련 앞에서 남녀 후보생들은 전우(戰友)다. 담벽을 넘으려던 여자 후보생이 첫발을 어디에 딛고 올라야 하는지 몰라 우물쭈물한다. 지켜보던 남자 후보생이 자신 앞에 놓인 담벽에서 시범을 보인다. 여자 후보생이 남자 후보생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남자 후보생은 살짝 손을 들어 답한다.
찜통 더위에 계속되는 빡센 훈련으로 후보생들의 얼굴엔 피로감이 뚜렷하다. 15분간 휴식 시간. 전투모를 벗어 들자 여자 후보생들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들은 얼굴에 그린 위장을 고치고 동료 후보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위장을 고치는 모습이 화장을 고치듯 조심스럽다. 남자 후보생들과 다른 모습은 그 정도였다. 남자 후보생과 함께하는 훈련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신세라(22·성신여대 스포츠레저학)씨는 “힘든 건 이미 알고 들어왔다. 힘든 것도 과정이라 여기며 즐긴다”고 답했다. 최란희(24·건국대 일어교육과)씨는 지난 동계훈련 때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겪었다. 최씨는 “부상을 당했어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힘들수록 내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더 시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분단국 현실에 여자도 뭔가 해야”
여군 경쟁률은 남군 경쟁률의 평균 두 배 이상이다. 여군 인기가 폭발한 최근엔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취업난 속에 ‘군인은 안정된 직업’이란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상호 대전대 군사학과 교수는 “군대는 본인만 열심히 하면 오히려 다른 직업에 비해 남녀차별이 없는 곳이다. 진취적인 여성이라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군대가 새로운 도전 분야”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 등 군에 제공되는 다양한 혜택도 여군을 지망하는 이들에게 큰 매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취업난이 전부는 아니다. 애국심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차별 없이 인정받고 싶다는 뜻도 군으로 향하는 큰 동기다. 정다운(23·중앙대 경제학)씨는 “대한민국이 분단국가인 상황에서 여자도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며 “요즘 여자가 군대에 오면 취업 때문이라고 많이 생각하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박희진(24·인천대 체육학)씨는 “계급을 전제로 군대만큼 남녀가 똑같이 대우 받는 곳은 흔치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각개전투 담당교관 배경구(29) 중사는 “어차피 실전 배치되면 여군 장교가 남자 사병을 지휘해야 한다. 훈련소 내에서 남녀 구분이란 별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남자 후보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송용석(23·성균관대 스포츠과학)씨는 “훈련소 들어오기 전엔 여자 훈련생이 체력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훈련받으면서 그런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자인 내가 여자 훈련생의 적극성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여군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소이원 국민대 정치대학원 외래교수는 “육체적 전투력만이 중요하던 군의 시대는 지났다. 군은 지식·정보·과학화를 지향하는데 이런 부분에선 여군의 꼼꼼함과 섬세함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동욱 경남대 군사학과 교수는 “여군은 큰 틀에서 보면 여성인력 활용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여군 증가가 안보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운용되던 군에 여성이 투입돼 군이 수평화되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남녀평등 인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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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후보생 “여자 동료들 강하더라”
군대 내에서 ‘금녀의 벽’은 사실상 무너진 지 오래됐다. 육군에선 69년 여군 공수요원이 나왔다. 93년부터 여군이 사단 신병교육대 소대장, 보병부대 중대장, 법무장교, 연대장 직책을 맡았다. 육사 출신 여군들이 최초로 임관한 2002년부터는 전방 소총부대 여군 소대장이 탄생했다. 공군에선 2003년 3월 최초의 여성 전투기 조종사 3명이 실전 배치됐다. 해군에선 2003년 5월 여군이 전투함에 첫 승선했다. 육·해·공군 최전방에 여군 배치가 10년 전 완료됐다. 국방부는 2014년까지 포병·기갑 등 12개 병과에 여군 배치를 추진 중이다. 그동안 여군을 배치하지 않았던 지상 근접전투나 특수작전, 장거리 정찰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에도 제한을 풀기로 했다. 당초 2020년까지 여군 간부 비율을 전체의 5.6% 수준인 1만1500여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4년 앞당겨 조기 달성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여군은 2011년 기준으로 약 6900여 명이다.
여군 장교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직후인 49년 처음으로 32명이 배출됐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50년 9월 부산에선 여자의용군교육대가 정식 발족했다. 55년 7월엔 여군훈련소가 설치돼 여군만의 훈련을 전담했다. 이후 70년 여군단이 생겼지만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 폐지됐다. 여군훈련소 후신인 여군학교도 2002년 10월 남군 과정과 통합되면서 해체했다. 그러면서 74년 여군 계급구조가 개편됐다. 여군은 장교와 하사관으로 편성돼 있다. 장교는 2년, 하사관은 3년이 의무복무 연한이다. 복무기간을 마치면 본인 희망에 따라 복무를 연장하거나 전역한다.
홍상지 기자, 윤지혜 인턴기자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