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하-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 열차를 탔다3
낯선 간이역들, 삶이란 것은 결국
이 간이역들처럼 잠시 스쳤다 지나가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스친 것조차도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아닐까.
달리는 기차 차창에서 언뜻 비쳤다가
금세 사라지고 마는 밤 풍경들처럼.
내게 존재했던 모든 것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빨리
내 곁을 스쳐 지나갔는지.
돌이켜 보면, 언제나 나는 혼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서성거렸지만
정작 내가 그의 손을 필요로 할 때에는
옆에 없었다. 저만치 비켜서 있었다.
그래, 우리가 언제 혼자가 아닌 적이 있었더냐?
사는 모든 날들이 무지갯빛으로 빛날 수만은 없어서
그래서 절망하고 가슴 아파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나는 그리웠던 이름들을 나직이 불러 보며
이제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바람 불고 비 내리고 무지개 뜨는 세상이 아름답듯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 아파하는 삶이 아름답기에.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인지……
*이정하(1962.~, 대구 출생) 시인은 사랑에 대한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고 쉬운 언어로 표현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는 시집이 1995년 발간되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도 있었습니다.
*시인의 대표작으로는 “사랑의 이율배반”, “사랑하는 이유” “낮은 곳으로”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사랑”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한 사람을 사랑했네” “간격” “종이배” “숲” “바람 속을 걷는 법” “기다리는 이유”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 “별” “꽃잎의 사랑” “그 저녁 바다” “눈이 멀었다” “황혼의 나라” “삶의 오솔길을 걸으며” 등이 있습니다.
*위 시는 시인의 시집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제목의 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 본 것입니다.
첫댓글 왜 이시가 슬플까요…?
언제나 우린 혼자입니다.
다만 혼자잍때
같은 목적지로 걸어가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내곁에 한사람이 동행해주는거지요..
말동무하며..
올 때도 혼자, 갈 때도 혼자여서 그런 것인지?
인생이 짧아서 그런 것인지?
사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어서 그런지?
산다는 것은 어쩌면 외로움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사는 일들이 다 그렇듯
사랑하고 이별하고 가슴이 아파 괴로워하고...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또 사랑하고 이별하고 살아가나 봅니다......
사랑, 이별, 슬픔 이 모든 것들도 다 지나가는데,
가끔은 그 과정에서 얽매이거나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때때로 과음을 하게 되지요,
이번 주도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