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화폐와 도시전설 ㅡ
[먼저 '도시전설(都市傳說, 영어: urban legend)' 은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왜곡, 과장되고, 선정적으로 변형된 부분도 있는 즉 '증명되지 않았지만 사실처럼 떠도는 현대의 민담 같은 이야기' 를 말한다. 도시전설이 도시에서의 이야기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단지 산업화 되기 전 전통전설과 대비될뿐이므로, 사회학자, 민속학자들은 ‘현대전설’(영어: contemporary legend)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도시전설은 전자 우편과 뉴스 등으로 전승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전할 때 친구의 친구에게 일어났던 일이라는 등 자신과 먼 이야기라는 사실을 먼저 통지한다.
먼저 올린 '운에 관하여~' 라는 글 중 십 원짜리 동전에 얽힌 노태우 일화가 전형적인 '도시전설'에 해당 된다.
나는 그 이야기를 단지 내 기억에만 의존해서 썼다.
그런데 어제 내 게시글에 어떤 분이 논리적인 아래와 같은 댓 글을 달고 증거 사진까지 올려 주셨다.
<5공시절 이전 10원 동전에는 다보탑의 중앙이 깨끗했으나 실제로 5공이후 10원동전의 다보탑의 중간에 어떤 형상이 생겼습니다.
노태우의 대통령만들기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고 믿기에 그 형상을 부처로 인식하지만 실제 다보탑에 있는건 해치(해태) 입니다.
해치를 부처로 바꾸어 동전에 넣었다면 기막힌 아이디어가 됩니다만 사실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노태우가 대통령집권시절 물러터졌다고 물태우로 불리기도 했는데 집권기간동안 태풍등 수재水災가 유난히 많았었습니다.
항간에서 "동전에 불먹는 해태를 넣었기에 물난리가 잦아졌다"는 풍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ㅎ~>
사진은 아래 참고 하시기 바란다.
나는 위 댓 글을 보고 좀 더 자세히 조사해 정리 해 보았다.
화폐와 관련 '도시전설' 은 이 외에도 많았다.
내 기억에는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가장 유명했던 것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화폐를 새로 만들 당시 화폐디자인을 했던 사람의 딸이 토막살해당하는 바람에 화폐디자이너가 슬퍼하며 자신의 딸을 암시하는 것들을 화폐에 몰래 숨겨놓았다고 한 것이다.
그 딸 이름이 김민지 (Kim Min Ji)였는데 그 와 관련 각 종 화폐에 도시전설이 있다고 한다. 너무 많아서 여기서 일일히 열거하는 것은 생략한다.
또 한가지는 과거 10원 주화 '가 형'(1966년 적동화)과 '나 형'(1970년 황동화)은 다보탑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도안이었다. 따라서 하단 좌우 양측 구조물이 확실하게 '김'자로 보인다. 이것이 바로 YS와 DJ 양김씨를 상징하기 때문에, 군사정권에서 1983년 새로 발행한 '다 형'부터는 다보탑 도안을 약간 틀어서 '김'자가 안 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또한 도시전설에 불과하다. (도안은 10원 주화 문서를 참조)
이 역시 앞의 토막살해당한 딸 이야기처럼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약간 틀었어도 '김'자는 얼핏 보인다.
애초에 실제 다보탑을 1,300년 전 신라 장인이 만들 때 이미 김 자를 눕힌 것 비슷한 모양으로 만든 것이었다. 군사정권이 진짜로 '김'으로 읽히는 것 자체를 없애고 싶었다면 그냥 다보탑 말고 다른 물건을 동전에 넣도록 바꾸면 해결되었을 것이다.
오늘의 주제 '노태우 불상 이야기'도 도시전설로 알려져 있다. 십 원짜리 동전에 불상 같은 형상이 들어 간 시기는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이 강력한 독재를 휘두리던 시절이었다.
1983년에 화폐 디자인이 변경되면서, 예전과는 달리 다보탑 기단에 뭔가 조그마한 것이 그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주 불국사에 가서 다보탑 실물을 보면 알겠지만 이것은 불상이 아니라 '돌사자상' 이고 실제로 옛날부터 다보탑에 돌사자상 하나가 딸려있었기에 실제 모습을 고증해서 10원에 새겨 넣은 것 뿐이다.
한국은행에서도 사실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1982~83년 경 노태우는 체육부장관과 내무부장관, 대한체육회 회장,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 임시위원장 등을 역임하긴 했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전두환 후계자로 확실하게 정해졌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소관 업무도 아닌 화폐 도안 변경에 대하여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물론 아무도 모르게 도안을 하는 사람을 포섭할 수는 있는 일이기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일단 그 당시는 전두환 집권 초기 안정화 단계라 권력이 하늘을 찌를 때인데, 뒤에서 또 반란 모의나 다름없는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게 알려지면 노태우는 친구든 뭐든 얄짤없이 숙청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박정희도 마찬가지였듯이, 독재자들은 그 자신이 쿠데타와 같은 방식으로 집권했듯 자신도 역시 그런 일을 당해서 물러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6월 항쟁 이후, 군사정권 종식을 희망하였으나, 신군부 출신인 노태우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실망한 시민들 사이에서 퍼져나간 도시전설로 추정된다.
그러나 노태우 십 원짜리 동전 불상이야기는 도시전설로만 치기에 너무나 그럴 듯 하고 기가막힌 아이디어이다.
참고로 화폐에 정말 불상이 그려질 뻔한 적이 딱 한번 있었다 한다.
1972년 만원권 지폐 디자인을 석굴암 본존불로 정하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사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기독교계는 당연히 특정 종교 편향이라며 반대했고, 심지어 불교계에서조차 부처님을 세속의 상징인 돈에 새긴다고 반발하여 없던 일이 되었다 한다.
이처럼 인류에게 신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 화폐는 인류가 만들었지만 이제 인류를 지배한다.
그러다보니 화폐에 도안된 하나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그게 도시전설이 된다.
이런 일은 우리나라 화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거의 모든 화폐에는 도시전설이 있다.
특히 미국 달러에는 엄청난 세계적 음모론적인 도시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미국 1달러짜리 지폐에 담긴 도시전설은 다 들어 봤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넘긴다.^^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