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4. 5. 19. 일요일.
하늘이 맑고, 온화하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늘 고향에 내려가 있는 나.
서해안고속도로 무창포 톨게이트로 빠져나오면 바로 코앞에 있는 작은 산골 마을이다.
충남 보령시 웅천읍 구룡리 화망마을.
내 텃밭 세 자리 안에는 많은 식물이 있고, 그 가운데 대추나무도 있다.
정년 퇴직한 뒤에 고향에 내려가 텃밭 세 자리에 감나무, 모과나무, 매실나무, 대추나무 등 묘목 수백 그루를 심었다가 실패했다.
그래도 더러는 살아남아서, 10년이 더 지난 지금에는 훌쩍 크고 웃자라서 텃밭과 하늘을 가리고, 덮을 게다.
대추나무 묘목은 오갈병에 걸렸고, 다행히도 몇 그루가 살았다.
일꾼사랑이 있는 바깥마당 함석지붕 추녀 밑에는 대추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함석지붕 아래에 있어서 키가 더 이상 크지 못하도록 순을 이따금씩 잘라주었다.
해마다 곁가지에서 새 순이 나오고, 새 잎사귀가 나온다.
어린 새순과 싹을 뜯어서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서 봄나물로 먹을 수 있다.
아래 사진은 인터넷에서 퍼왔다.
대추나무 새순을 잘라먹은 흔적이다.
야생동물인 고라니, 노루 등일 게다.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와서 새순과 새잎사귀기를 뜯어먹고는 또 울타리를 훌쩍 넘어서 갔을 게다.
대추나무 새순을 잘라먹은 동물은 누구일까?
2.
텃밭농사를 짓다가 2014년 2월 내가 대상포진을 앓는 바람에 지방병원에서는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서, 다음날 큰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는 어머니와 함께 2월 9일 서울로 올라와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았고, 계속 서울에서 머물렀다.
얼마 뒤에는 집나이 아흔여섯살인 어머니가 위독해서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중환자실을 거쳐서 충남 보령아산병원으로 전전했고, 다음해 2월 말에 보령아산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삼일장을 치뤘고, 나 혼자서 시골에서 살기가 뭐해서 서울로 되올라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텃밭농사를 포기한 지도 만10년이 더 넘었으니 텃밭 속의 식물은 어찌 되었을까?
지금은 식물 이름을 많이도 잊었다.
어제는 2024. 5. 18.
아내와 함께 오후에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로 천천히 걸어서 나간다.
아파트 단지 안에는 여러 종류 나무가 있고, 요즘 꽃이 하얗게 피는 나무가 있다.
아내가 몇 차례 물었건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농사 짓지 않은 지가 오래되니까 지금은 식물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인터넷으로 검색한다.
산딸나무꽃
산딸나무 열매는 식용한다.
생으로 먹고, 설탕가루 부어넣어서 발효주 만들과, 차로 끓여서 먹고, 반찬 만들어서 먹는다.
열매를 날것으로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술로 담가 먹기도 하고, 차로 마시기도 한다.
차로 마실 때에는 여느 열매와 달리 씨앗과 함께 열매를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마신다.
꽃과 잎, 수피(껍질), 뿌리 등은 약재로 쓴다.
산딸나무 열매와 꾸지뽕나무 열매의 차이(비교)
사진은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용서해 주실 게다.
사진에 마우스를 대고 누르면 사진이 크게 보임.
오늘은 5월 19일.
서해안 산골 아래에 있는 내 시골집 앞 텃밭에는 물앵두나무 열 그루가 있다.
지금쯤 앵두가 붉게 익어갈 게다. 며칠 뒤에는 흐드러지게 열여서 지나가는 새들이 쪼아 먹을 게다.
수십 년 전 감나무골에 사는 이종큰형은 앵두를 따고, 임대한 트럭으로 실어서 서울로 올라가서 팔았다.
이웃 마을에 있는 이모네집인 우리집에서도 앵두를 따서 이종형한테도 넘겼다.
앵두나무는 이제는 너무나 늙었고, 키 큰 과일나무에 파묻혀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조금만 남았다.
올해에도 앵두는 열었을 게다.
앵두에 소주를 부어서 발효시킨다.
앵두를 가마솥에 넣고는 은근하게 오랫동안 끓여서 앵두잼을 만든다.
의문 :
딱딱한 목질의 앵두씨.
이 씨앗에서 새싹이 나올까?
글쎄다. 나는 지금껏 전혀 보지 못했다.
딱딱한 대추씨를 흙에 묻고 물을 부어주면 새싹이 돋아날까?
과실 씨가 무척이나 작고 딱딱한 씨로 발아실험을 해 볼까?
앵두씨, 대추씨, 팽나무씨, 버찌씨(벚나무 열매), 체리씨 등으로.
가능성은 있을 것 같다.
하나의 예다.
내 시골집 뒷편 언덕에는 커다란 팽나무가 있었다. 쌍둥이 머슴애들이 팽나무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내 어릴 때 어머니는 일꾼을 시켜서 팽나무를 베어버렸다.
그런데 수십 년 뒤에 팽나무 묘목이 싹 터서 자라기 시작했다.
세상에나... 사라졌던 팽나무가 다시 나타나다니.
그 작고 딱딱한 목질의 씨에서 새싹이 돋아나서, 자랐을까?
이런 의문도 글감이 된다.
2024. 5. 19. 일요일.
'삶이 있는 문학'을 실천하고 싶다.
시골 다녀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