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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출판 불황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책이 출간된 한해다. 그 가운데에서도 스님들의 삶을 통해 지혜를 얻는 법문 모음집의 출간이 단연 돋보인 한해였다. 또한 인도성지 순례기를 담은 책도 여러 종 출간된 것이 다른 해와 다르다. 불교교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풀어 쓴 경전 해설서도 출간됐다.
올해 주목받은 불서들.
● 스님 법문 모음집 봇물
불교신문사가 올 3월 출간한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는 법전 종정예하를 비롯해 33명의 고승 법어집이란 점에서 출간 직후부터 불자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올 한해 선사들의 지혜를 담은 책들이 출간 붐을 이뤘다.
불교신문사 장영섭 기자가 쓴 〈그냥, 살라〉(대산)는 장 기자가 전국의 고승 44명을 직접 만나 스님들의 삶 속에 묻어난 향기를 독자에게 진솔하게 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아름다운 절 아름다운 스님〉(민족사)은 기자출신인 이연정씨가 33인 스님의 올곧은 삶을 들여 단 본 책이다. 스님들은 강원에서 학인들을 가르치는 강사부터, 사회운동가, 도심포교당의 주지 등 매우 다양하다. 〈한국 큰스님들에게 배우는 마음 챙김의 지혜 100〉(봉황동해)은 원효스님부터 의상.의천.지눌.경한.보우.나옹.서산.사명.진묵.경허.만공 등 한국불교사의 근간을 이룬 스님들이 들려주는 사자후다. 〈큰 스님 큰 가르침〉(문예출판사)은 윤청광 씨가 19명의 근.현대 고승들의 발자취를 모은 책이다. 일화 속에 담긴 이야기들이 던지는 교훈이 불자들의 가슴을 울린 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지식〉(홍법원)도 12명의 근.현대 고승의 법어를 모아 출간돼 관심을 끌었다.
● 성지순례기 잇따라 출간
부처님의 자취가 남아 있는 인도 성지 순례기는 부처님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올해는 안목 높은 인도성지 순례기가 다른 해에 비해 많이 출간됐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월주스님, 이상규 변호사, 김재영 동방불교대 교수, 이학종 법보신문사 사장 등이 인도 성지를 순례하면서 쓴 부처님 친견기를 잇따라 출간했다.
이상규 변호사가 쓴 〈경전과 함께 보는 붓다의 발자취〉(불광)는 아함경 등 초기경전의 내용과 성지와의 관계를 잘 정리했다. 이학종 법보신문사 사장의 〈인도에 가면 누구나 붓다가 된다〉(오래된 미래)는 기자의 안목으로 현장감 높은 설명이 돋보이는 순례기다. 동방불교대학 김재영 교수의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로 간다〉는 1976년 〈룸비니에서 쿠시나가라까지〉를 출간한 저자가 30년 만에 인도를 방문해 썼다. 평생을 포교 현장에서 지낸 필자가 부처님을 만나, 느낀 고민의 흔적을 알 수 있다.
종정예하 등 33분 스님의 법어 ‘쥐가 고양이 밥을 먹다’ 붐
초기 불교 ‘니까야’.한역 경전 ‘아함경’ 한글로 새롭게 선봬
● 불교 교리서 발간도 화제
무아와 윤회, 중론과 유식 등 불교교리 해설서의 출간도 관심을 모은 한 해다. 이화여대 한자경 교수가 올 6월 〈불교의 무아론〉을 펴냈다. 무아와 윤회가 모순 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까지 각종 논쟁들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한 교수는 이후 불광사와 불교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과학과 불교’ 특강에서 이 주제를 갖고 강의해 주목을 받았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행복한 숲)는 우탄 다잉 스님이 법문한 연기와 관련된 해설서로 연기와 무아, 무상을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동국대 박인성 교수의 〈아비달마구사론 계품〉(주민)도 대승불교 이해의 초석서로 평가받고 있다.
● ‘인도불교사’ 역작으로 평가
동국대 교수를 역임한 호진스님이 10년간의 기획과 번역을 거쳐 출간한 〈인도불교사〉(시공사)가 올 초 발간돼 관심을 모았다. 책은 학술번역서란 약점을 딛고 판매에서도 큰 호응을 받았다. 에띠엔 라모뜨의 〈인도불교사〉는 서구 불교학계에서도 ‘불교 연구의 이정표’란 높은 평가를 받은 책이다.
● 달라이라마.틱낫한 관련서 꾸준
달라이라마와 틱낫한스님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책도 올해 꾸준히 출간됐다. 그러나 판매에서는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틱낫한스님의 책으로는 〈기도〉(명진), 〈아미타경〉(미토스), 〈정(靜)〉(지식의 숲) 등이 올해 출간됐다. 〈마음을 비워 평온하라〉(눈과 마음)도 틱낫한스님이 전하는 마음의 평화 찾기다. 달라이라마 스님과 관련된 책으로는 〈하버드대 강의〉(작가정신), 〈비폭력 평화의 참 스승 달라이라마〉(문이당)가 있다. 〈달라이라마〉(즐거운 텍스트) 등도 출간됐으며, 원로 종교학자 황필호 교수가 쓴 〈황필호, 달라이라마를 만나다〉(운주사)도 출간됐다. 특히, 청전스님의 〈달라이라마와 함께 지낸 20년〉(지영사)과 〈달라이 라마의 깨달음에 이르는 길〉(하얀 연꽃)은 한국 불자의 체험기다.
● 경전 해설서 줄이어
〈금강경〉, 〈반야심경〉, 〈화엄경〉, 〈천수경〉 등 경전 해설서도 꾸준하게 출간됐다. 특히 강원에서 전통 교학을 전공한 스님부터 불교 언론인, 불교학자는 물론 회사원 등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안목으로 경전을 풀어썼다.
반산스님의 〈재미있는 금강경 강의〉(부다가야)는 전통 강원에서 공부한 스님이 금강경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쉽고 재미있게 썼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양범수 불교신문 전 편집국장은 〈금강경〉(일흥미디어)을 비롯해 5권의 경전을 읽기 쉽게 풀어써, 출간해 관심을 모았다. 특히 휴대하기 편한 포켓용으로도 제작한 기획력이 돋보였다. 성법스님이 쓴 〈마음, 깨달음 그리고 반야심경〉(민족사)은 반야심경 속에 녹아 있는 불교 사상을 현대의 언어로 썼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회사원인 황의현 씨가 쓴〈과학과 불교의 만남〉(하늘북)은 ‘현대인을 위한 금강경 해설서’다. 특히, 물리학, 천문학, 화학, 수학은 물론 현대물리학의 연구 성과와 금강경의 가르침을 대비해 분석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김호성 교수의 〈천수경과 관음신앙〉(동국대 출판부)과 김현준씨의 〈생활속의 반야심경〉(효림)도 올해 주목받은 책이다.
경전 해설서류에는 영암스님과 월운스님의 금강경과 화엄경을 번역한 책도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영암스님의 금강경 법문을 모은〈동쪽 산이 물위로 간다〉(화남)와 월운스님의〈화엄경〉(동국역경원)이 각각 출간됐다.
● 초기 불교서.한역 경전 역경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원음 그대로 전하고 있는 ‘니까야’ 시리즈의 번역, 출간도 주목받은 한해였다. 초기불전연구원이 〈디가니까야〉를 번역한 후 〈앙굿따라니까야〉를 잇따라 출간해 관심을 모았다. 동국역경원의 〈아함경〉 시리즈도 30년 만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 잔잔한 감동 묻어나는 에세이
스님들의 정갈한 수행의 삶이 묻어나는 책은 항상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그런 점에서 올해도 법정스님, 성전스님, 지수스님, 원성스님 등의 책이 출간돼 불교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다.
출가 50년을 맞은 법정스님이 그동안 썼던 산문 가운데 50편을 직접 가려 뽑은 산문선집(散文選集) 〈맑고 향기롭게〉(조화로운 삶)가 올해 초 출간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책에는 ‘새들이 떠나간 숲은 적막하다’ ‘청빈의 향기’ ‘무소유’ ‘산승의 편지’ 등 마음을 울리는 주옥같은 글 50편이 실려 있다. 올 초 출간된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조화로운 삶)도 주목을 받았다.
성전스님의 책도 주목받았다. 지난 연말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도솔)로 독자와 만난 스님이 올 초 잇따라 〈관심〉(랜덤하우스 중앙)을 펴냈다. 맛깔스러운 문체와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 있는 스님의 미소를 떠올릴 수 있는 책으로 평가받았다.
대흥사 관음암에서 수행의 향기를 담아 엮은 지수스님의 〈마음 탓이다〉(시공사)도 주목받았다. ‘동승’의 원성스님도 연말 책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꽃비〉(마음의 숲)는 원성스님이 4년 전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삼보일배 현장에서 정진의 마음을 담아 낸 글과 그림이다.
● 어린이.청소년 위한 불서도 증가
어린이 포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어린이 관련 서적의 출간도 늘었다. 〈만화 백유경〉(솔바람)은 백유경을 통해 어린이에게 지혜를 주는 책이다. 재미있는 만화와 간결한 문체가 돋보였다. 〈어린이 팔만대장경〉(현암사)은 팔만대장경 속에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내용들을 발췌한 책이다. 〈배낭속의 부처〉(솔바람)는 청소년들의 고민거리에 대해 부처님이 그 답을 설한 내용이다.
수행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조계종 불학연구소가 출간한 〈절 수행입문서〉도 독자들의 관심을 모은 책이다. 일연스님 탄신 800주년을 맞아 삼국유사 관련 책도 출간됐으며, 자녀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늘면서 〈붓다로부터 배우는 자녀교육의 지혜〉(운주사)도 출간됐다. 건강과 웰빙 관련 서적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출간됐다.
[불교신문] 박기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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