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 후의 하나인 동지.
우리네 세시 풍속 중의 하나인 동지.
이 날은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 날의 시기는 보통 양력으로 12월 22일경이며, 2004년인 올해는 21일인 오늘이 동짓날이다.
하지로부터 차츰 낮이 짧아지고 밤이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날에 이르러 극에 도달하고,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축제를 벌여 태양신에 대한 제사를 올렸다.
중국 주(周)나라에서 동지를 설로 삼은 것도 이날을 생명력과 광명의 부활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며, 역경의 복 괘(復卦)를 11월, 즉 자월(子月)이라 해서 동짓달부터 시작한 것도 동지와 부활이 같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24절기를 쓰고 외울 때는 동지로부터 시작한다.
[ 동지 소한 대한 / 입춘 우수 경칩 / 춘분 청명 곡우 / 입하 소만 망종 / 하지 소서 대서 / 입추 처서 백로 / 추분 한로 상강 / 입동 소설 대설 ]
'동지를 지나야 '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살 더 먹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으로 보면 될 것이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짓날을 ‘아세 (亞歲)’라 했고,
민간에서는 흔히 ‘작은 설’이라 하였다고 한다.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설 다음 가는 작은 설의 대접을 받은 것이다.
동짓날에는 동지팥죽을 먹는 오랜 관습이 있는데, 팥을 푹 고아서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만들어 넣어 끓인다. 이 단자를 우리는 어릴 때 새알이라고 불렀다.
크기와 모양이 새알과 비슷하기에 새알 또는 ‘새알심’이라고 한 듯하다.
팥죽을 다 만들면 먼저 사당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등 집안의 여러 곳에 담아 놓았다가 식은 다음에 식구들이 모여서 먹는다.
동짓날의 팥죽은 오래도록 우리 생활 속에서 민간 신앙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즉, 팥죽에는 잡된 귀신을 쫓아 버리는 축귀(逐鬼)기능이 있다고 보았으니, 집안의 여러 곳에 놓는 것은 집안에 나쁜 잡귀나 악귀를 모조리 쫓아내기 위한 것이고, 사당에 놓는 것은 천신(薦新)의 뜻이 있다.
팥은 색이 붉어 양색(陽色)이므로 음귀(陰鬼)를 쫓는 데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으며 민속적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하며
사람이 죽으면 팥죽을 쑤어 상가에 보내는 관습이 있는데 이는 상가에서 악귀를 쫓기 위한
것이며,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근처의 벽에 뿌리는 것 역시
악귀를 쫓는 주술행위의 일종이다.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재앙이 있을 때에도 팥죽, 팥떡, 팥밥을 하는 것은 모두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동짓날에도 애기동지(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 동지, 중순에 들면 중 동지, 그믐께 들면 노 동지라고 한다.
애동지 때에는 팥죽 대신에 시루팥떡을 해먹는다.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의 《형초세시기 荊楚歲時記》에 의하면, 공공씨(共工氏)의 망나니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서 역신(疫神)이 되었다고 한다.
그 아들이 평상시에 팥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역신을 쫓기 위하여 동짓날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는 것이다.
또한, 동짓날에는
관상감(觀象監)에서 새해의 달력을 만들어 궁에 바치면 나라에서는 ‘동문지보’라는
어새(御璽: 옥새)를 찍어 백관에게 나누어주었다.
각사(各司)의 관리들은 서로 달력을 선물하였으며,
이조(吏曹)에서는 지방 수령들에게 표지가 파란 달력을 선사하였다.
동짓날이 부흥을 뜻하고 이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 달력을 만들어 가졌던 것이다.
동짓날 부적으로 ‘뱀 사(蛇)’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이면 악귀가 들어오지 못한다고도 전해지고 있으며,
이 날의 날씨와 관련해서는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해에 질병이 많아 사람이 죽는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전한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그냥 무심코 넘겼던 동지를 챙겨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왠지 이제부터는 그냥 넘기지 말고 우리의 풍습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늘 부모님께서 끓여주시던 동지를 먹기만 하다가 올해는 직접 동지를 끓이면서 동지에 관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를 느꼈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동지의 의미가 한 해의 첫발자국 같아서 새로운 기운을 느껴본다.
시장의 떡집에서 빚어놓은 새알을 한 봉지 사왔더니 편함을 추구하는 나를 탓하고자 했을까? 찹쌀이 많이 든 새알들이 서로 엉겨 붙어서 도루묵이 되어있었다.
압력솥에 팥이 끓을 동안에 큰 쟁반 위에 한 알씩, 두 알씩 새알을 새로 빚으면서 어릴 때 큰 가마솥에 하루 종일 팥죽을 끓이려고 준비하시던 정다운 어머니의 모습과 추운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서 강아지 마냥 뛰어 놀던 우리들의 모습이 겹쳐져 왔다.
팥죽이 눌어붙을 까봐 연신 저어대는 남편과 함께 우리 어릴 때에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이에 하얗게 둥실둥실 떠오르는 새알처럼 잊어 버렸던 추억들도 두둥실 떠오른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동지팥죽을 끓여서 이웃에 돌려가며 서로 나눠먹기도 했다.
팥죽이 잔병을 없애고 건강해지며 액을 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두둥실 '떠오르는 하얀 새알처럼 우리네 생활도 새하얀 희망들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동짓날인 오늘은 마침 날씨가 춥다.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든다는 말처럼 새해에는 모든 것이 풍성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첫댓글 좋은글 잘 읽었네....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아님은 아는겄도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