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첫나들이
지난 4일부터 1박2일 여정으로 올가을 들어 첫나들이에 나섰다. 서울에서 오는 일행이 출발을 알린지 두 시간 만에 대전에 도착 합류해 차 한 잔을 나눈 뒤 10시 반경 행선지 부여로 향했다. 가는 길은 단조로운 고속도로를 피해 초가을 풍경을 즐기자며 국도를 이용했다.
대전권을 벗어나며 일행의 첫 눈길을 끌며 탄성을 자아내게 한 것은 해맑은 가을 햇볕 아래 이어지는 국도변 화단에 만개한 붉은 파초와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춤, 논을 가득 채우며 영그는 조생종 올벼와 만생종의 누런 물결의 손짓이었다.
부여읍에 들어서며 제일 먼저 찾은 곳은 국립부여박물관. 정문을 지나 매표소에 이르러 매표를 하려하나 매표할 필요가 없었다. 무료관람이 계속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매표소를 지나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것은 ‘백제의 미소’가 따스한 한 장의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 우리는 포스터 앞에 서서 백제의 미소를 마주하며 반기는 미소를 나누었다.
백제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사비시기의 수도, 부여에 위치하며 당시의 문화재를 연구조사하고 전시 교육하는 국립 부여박물관은 백제전문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국보 3점과 보물 5점 등 32000여점의 다양한 유물이 제1, 제2, 제3전시실과 박만식교수 기증실, 기획전시실과 문화전실로 나누어있어 훑어보는 관람에도 근 두 시간이 걸렸다.
특히 잊을 수 없는 것은 높이 21.1cm의 국보 제293호 금동관음보살입상과 높이 11.2cm의 금동보살입상이 머금고 있는 미소-백제의 미소였다. 특히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높이 61.8cm의 국보 제287 백제금동대향로는 많은 사람들의 발목과 눈길을 잡아 찬탄을 불러일으키며 화려하게 꽃피웠던 백제문화의 발자취와 숨결을 체험하게 했다.
일행은 박물관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을 둘러보고 부여읍 구교리 구드래 유람선 선착장 앞에 있는 이름난 메밀막국수와 편육의 집-**막국수를 찾았다. 시간도 정오가 조금 지난 점심대목시간이지만 참외 막을 연상하게 하는 식당은 방마다 손님으로 꽉 차 잠시나마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했다. 예약을 한 단체손님들이 많아 막국수집의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편육은 면으로 싸서 먹는 것이라는 식당 벽면 곳곳에 나붙은 안내대로 먹었더니 맛이 그럴싸했다. 자리에 앉아 백마강 시원한 강바람을 마시며 숨 좀 돌리고 싶었으나 ‘다 먹었으면 빨리 좀 일어나달라’는 여 주인의 눈치가 보여 털고 일어섰다.
다음 향한 곳은 백제역사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부여군 규암면 합평리 백제문로에 건립한 전통과 문화가 공존하는 한국 최대 규모의 역사테마파크-백제문화단지.
백제문화단지에는 백제왕궁을 재현한 사비궁과 대표적 사찰인 능사, 생활문화공간, 위례성, 고분공원, 백제역사문화관, 롯데부여리조트, 테마아울렛, 백제의 숲 등으로 조성되어있어 볼거리가 많았다.
2006년 개관한 백제역사문화관은 전국 유일의 백제역사전문박물관으로 백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보여주는 상설전시실을 비롯한 기획전시실 금동대향로 극장 i-백제체험장 등 다양한 전시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사비시대의 계층별 주거유형을 재현한 곳에서 군관주택(계백장군)을 둘러보고 국내 최초로 재현된 높이 38m의 백제시대 목탑, 삼국시대 중 왕궁의 모습을 최초로 재현한 사비궁을 둘러보고 고구려에서 남하한 온조왕이 터전으로 잡은 곳-백제 개국 초기 도읍이 재현된 위례성 성 밖에서 관람을 할 때 단지 안에 오후 6시면 단지 문을 닫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또한 이곳은 1400 전 대백제의 부활을 알리는 세계대백제전의 주 행사장이기도 하다.
백제문화단지를 두 시간여에 걸쳐 돌아본 일행은 숙소에 들러 삼겹살 로스로 상추 쌈밥을 즐기며 국립 부여박물관에서 본 백제의 미소를 떠올렸다. 백제의 미소는 부처님의 미소, 부처님의 미소는 자비의 미소, 자비의 미소는 사랑의 미소가 아니겠느냐며 모두 함께 미소 지었다.
백제문화단지 내 숙소에서 백제의 하룻밤을 잔 일행은 다음 날 아침 서둘러 숙소를 나와 돌아오는 길에 있는 부소산성에 올랐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과 백제의 향기가 어우러진 초가을 햇살이 퍼지는 부소산성 서늘한 나무 그늘 아래를 여유롭게 걸어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낙화암 머리에 서있는 백화정에 닿았다.
백제사비성이 나당 연합군에게 유린될 때 사비성내에 살던 궁녀와 여인 등 백제여인들이 무너지는 국운과 함께 목숨을 깨끗이 버리는 길을 택했던 충절과 숭고한 넋이 서린 유적지-낙화암이 더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10월이 되면 몰려드는 수학여행 오는 학생들 때문에 발길을 들여놓을 틈이 없을 텐데 일찍 잘 오셨다’는 청소 아주머니의 말을 뒤로 하고 부소산성을 내려와 귀로에 오르며 백제여인들의 숭고한 충절의 넋이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1. 09. 13.)
첫댓글 천규 글을 보니 부여에 새로 생긴 역사 문화 시설이 많아진 것 같군. 우리는 오래전에 몇번 가보앗지만 끽해야 백마강과 낙화암밖에모르고 돌아왔는데. 초가을 나들이 멋지고 보람차게 하고 돌아왔군...그런데 **막국수집의 편육을 곁들여 막걸리 한잔 생각나는데...언제 부여를 지나게 되면 그 집을 꼭 찾아봐야겠군..부여에 대한 여러 가지 기초 지식을 알려주어 고맙소.
붉은 파초, 조생종, 만생종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코스모스가 하늘거리는 영상은 확연하군. 한현일 친구 생각 처럼 새로은 시설들이 많이 생긴 것같아 호기심이 도는 구려.
백제 문화 단지가 매우 짜임세 있게 잘 꾸며저 있구나 생각이 들어가네 기회를 내어 들러 보아야 겠네.좋은 정보 주어서 고맙네. 천규는 휴일을 뜻있게 잘 보내고 있구나 생각하네 나처럼 T/V 나 보면서 딩굴거리지 않고.
...물어보자 낙화 삼천 간 곳이 어디냐. 김정구가 부른 낙화삼천은 이렇게 구슬프게 끝나지...이제 백제문화단지가 잘 조성 되었다하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