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도 학업에 정진하느라 바쁜 아이를 보면 안쓰럽다. 여행이라도 가서 서로 속 깊은 얘기도 나누면 좋으련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잠시 일상을 벗어나 기분전환도 되고 이야기꽃도 피울 수 있는, 뭐 좋은 것 없을까? 좋은 영화 한 편은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주제나 내용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토론연습을 할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도 좋아하는 영화 세 편, 풍부한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들을 뽑아봤다. 방학 마지막 주말, 영화를 보며 편하게 수다떨듯 토론의 장으로 아이를 이끌어 보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도서 <영화가 나에게 하는 질문들>
이게 다 살인 줄 알지? 근육이다! 쿵푸팬더
여기 해당되면 모여! □ 코믹, 유쾌, 통쾌를 영화를 통해 경험하고 싶은 친구.
□ 작심삼일도 길다! 진정한 끈기가 무엇인지 간접 경험해보고 싶은 친구.
□ 평소 아이와 웃음의 공감대가 많지 않아 고민이었던 학부모.
□ 백 번의 잔소리보다 한 편의 영화로 자녀에게 큰 울림을 주고 싶은 학부모.
영화 소개 한 토막
평화의 계곡에서 아버지의 국수 가게를 돕고 있는 판다 포. 아버지는 아들 포에게 국수의 비법을 전수해 가업을 잇게 하고 싶지만 포의 관심사는 오로지 쿵푸 전사가 되는데 있다.
가게 일은 팽개치고 쿵푸 비법이 적힌 용문서의 전수자를 정하는 무적의 5인방 대결을 보러 제이드 궁전을 찾은 포는 수많은 방해물을 뚫고 궁전 잠입에 성공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그웨이 거북 사부가 포를 용문서의 전수자로 점지하는 이변이 일어난다. 용문서를 노리고 어둠의 감옥에서 탈출한 타이렁이 마을을 습격해오자 그를 막아야 하는 미션이 포에게 떨어진다.
NO.1 이 장면을 주목하라
영화에서 “우연은 없다(There are no accidents)”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용의 전사를 뽑는 자리에서 대사부 우그웨이는 누가 봐도 예정된 5인방이 아닌 갑자기 어디선가 떨어진 뚱뚱한 판다를 용의 전사로 낙점합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한 거죠. 이에 걱정과 한탄을 하는 시푸 사부에게 우그웨이는 “우연은 없다”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마주치는 방해물은 악(惡)인가 선(善)인가? 수많은 방해물 때문에 궁전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던 포. 간신히 성공했더니, 마침 용의 전사를 뽑는 순간이었어요. 제대로 된 시점에 그 지점에 떨어진 거죠, 하나의 우연에서 시작된 여러 우연과 사건들. 만약 수많은 방해물 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포는 용의 전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방해물들 덕분에 용의 전사가 된 포에게 방해물은 정말 방해물일 뿐이었을까요?
쉿! 토론 전 엄마만 예습
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막은 장애물들이 당장은 힘겹지만 지나고 나면 오히려 고마움으로 다가왔던 경우를 생각해보고 이야기 나눠보세요.
> 엄마의 어릴 적 이야기를 소재로 삼길 권합니다. 학창 시절 한자 공부를 엄하게 시켰던 선생님이 당시에는 너무 밉고 싫었는데 덕분에 지금까지 신문에 나온 한자를 막힘없이 읽는다 등의 예시를 들려줍니다.
② 방해물 덕분에 무엇인가를 이뤘다면 시각을 달리해 방해물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지 아이와 의견을 나눠보세요.
> 도움닫기, 디딤돌, 기회, 과정 등의 답변을 미리 준비해 대화를 유도해보세요.
NO.2 이 장면을 주목하라
타이렁이 쳐들어와 난리가 난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갑니다. 용의 전사 포는 이 난관을 극복하고자 사부로부터 쿵푸의 최고 비법이 적힌 용문서를 받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용문서를 열어본 포. 그것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자신의 얼굴만 비치는 헝겊 두루마리일 뿐이었습니다.
‘용문서’ 의 무한한 힘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익히는 순간 진정한 용의 전사가 된다는 용문서. 그 비밀을 아는 순간, 나비의 날갯짓 소리를 듣게 되고 우주가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을 느끼게 되며 무한한 힘의 비밀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용문서는 백지 상태. 왜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을까요? 몹시 낙담한 포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거위 아빠에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국수 국물의 ‘특별한 비법’을 듣는 순간 용문서가 백지인 이유를 깨닫게 되죠.
쉿! 토론 전 엄마만 예습
① 백지 용문서가 의미하는 바를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아이가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 힘들어한다면 준비한 예시를 들려줍니다.
> 판다 포가 아직 진정한 용의 전사가 되지 못했기 때문 아닐까?
>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일지도 모르지.
> 무한한 힘의 비밀 같은 건 애초에 없지 않았을까?
② 영화 속 ‘특별하다’의 의미, 무한한 힘의 비밀인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뜻하는 바에 대해 토론해보세요.
> 특별하다는 건 오직 나만을 가리키는 건 아닐 거야. 그 누구도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뜻이겠지? XX는 언제 자신이 특별한 존재하고 느꼈니? 엄마는 너를 낳은 그 순간이야.
세상에서 날 엄마로 부를 네 존재가 날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었지.
> 나 자신을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 내가 나의 가능성을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야 가능할 거야. 그 비밀을 푼 인물을 한 번 떠올려볼까? 소크라테스, 공자, 예수, 부처가 생각나네.
너무 웃긴데 눈물이 펑펑! 인생은 아름다워
여기 해당되면 모여!
□ 평소 전쟁사와 유럽사에 관심이 지대했던, 혹은 그 반대의 친구.
□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그 의미를 찾고 싶은 친구.
□ 평화의 소중함을 아픔의 역사를 통해 아이에게 간접 경험하게 하고픈 학부모.
□ 아이에게 평소 사랑한다는 표현이 어색한 학부모.
영화 소개 한 토막
로마에 갓 상경한 유태인 시골 총각 귀도는 운명처럼 만난 여인 도라에게 첫눈에 반한다. 넘치는 재치와 유머로 그녀를 사로잡은 귀도는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들 조수아를 얻는다.
조수아의 다섯 번째 생일날, 갑작스레 들이닥친 군인들은 귀도와 조수아를 수용소행 기차에 실어 어디론가 보내버리고, 소식을 들은 도라 역시 기차에 따라 오른다. 귀도는 행여나 아들이 공포 속에 있지 않을까 달래기 위해 무자비한 수용소 생활을 단체게임이라 속이고 1천 점을 따는 우승자에게는 진짜 탱크가 주어진다고 말한다.
NO.1 이 장면을 주목하라
“아빠, 왜 유태인과 개는 저 가게에 못 들어가?”
“왜냐하면, 저 사람들은 유태인하고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단다. 철물점 사람들도 스페인 사람이 말과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지. 그리고 캥거루를 가진 중국인 친구가 약국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해.”
“하지만 우리는 아무나 우리 가게에 들어올 수 있게 하잖아?”
“아니야, 우리도 이제 써붙일 거야. 거미와 고트인(독일인)은 출입금지로.”
영화의 제목은 왜 <인생은 아름다워>일까? 영화는 홀로코스트라는 아픈 역사를 소재로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아요. 한 유대인 남성이 아들을 지키려 수용소에서 고군분투합니다. 어린 아들과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 아버지는 아들의 수용소 생활을 끔찍한 기억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관객은 그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죠.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생, 정말로 아름다운가요?
쉿! 토론 전 엄마만 예습
① 유대인들이 박해를 받은 역사적 배경에 대해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세요.
>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국·프랑스·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독일을 완전히 짓밟아 버리려 했어.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도저히 갚을 길이 없던 독일은 결국 히틀러를 수장으로 해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야 말았지.
> 유대인은 당시 금융계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였어. 가난한 독일인에게 부자 유대인은 좋은 먹잇감이었지. 히틀러는 그 점을 노렸고 유대인을 공공의 적으로 만듦으로써 독일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단다.
② 행복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아이에게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물어보세요. 엄마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면 무뚝뚝한 아이도 마음의 문을 열 겁니다.
> 아름다운 인생과 행복한 인생이 동의어라 할 수 있을지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NO.2 이 장면을 주목하라
독일군 장교가 막사에 들어와 지켜야 할 지침을 하달할 때 독일어를 하나도 모르는 귀도는 통역을 자청해 전혀 틀리게 통역합니다. 이 모험은 오직 아들 조수아를 위한 것이지요. 험상궂게 생긴 독일군 장교가 “잼 샌드위치를 달라고 했다가 40점을 깎였다”라는 헛소리를 할 리 만무하지만 귀도의 오역은 완벽하게 보입니다. 물론 조수아는 아버지의 거짓말을 완전히 믿게 됩니다.
귀도의 ‘엉터리 통역’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귀도의 활약은 아들과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차에서부터 시작돼요. 끌려가는 입장이면서 아들에게 일부러 이 기차를 예약했고 재미있는 여행이 될 거라며 표정과 몸짓으로 아들을 안심시키죠. 수용소에 들어서면서도 지금 게임에 참가하는 거라고 말하고 1등을 하면 진짜 탱크를 상으로 받는다고 합니다. 특히 귀도가 수용소 규칙을 엉터리로 통역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입니다. 목숨을 건 엉터리 통역은 뭘 의미할까요?
쉿! 토론 전 엄마만 예습
① 엉터리 통역을 아빠가 전달한 게임 규칙으로 믿어버린 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용소는 어떤 곳이었을까요?
> ‘실재가 어떻든 그것은 해석하는 사람의 몫이다.’ 사람들은 같은 세상에 살지만 어쩌면 각자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을 아이에게 건네보세요.
> 인생이 힘들다고 느끼는 것과 인생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둘 사이의 차이에 대해 아이의 의견을 들어보세요.
② ‘( ) 인생은 아름다워’ 빈칸에 아이와 함께 단어를 채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아직은, 그럼에도, 나의’ 등을 채워 엄마가 시범을 보여주세요.
> ‘인생은 ( )’로 문제를 변형시켜 채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나도 내 머릿속이 궁금해~ 인사이드 아웃
여기 해당되면 모여!
□ 전두엽 공사로 사춘기의 절정을 맞은 친구.
□ 자신도 모르게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며 감정 기복이 심한 친구.
□ 도대체 이 아이가 어릴 적 내가 키우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은 학부모.
□ 아이와 자신의 감정 리더가 궁금한 학부모.
영화 소개 한 토막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그곳에는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일하는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라 불리는 다섯 감정들이 있다. 원치 않던 새로운 환경으로 옮겨져 사랑하는 친구들과 헤어지고 적응해야 하는 라일리. 다섯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감정의 신호를 컨트롤해 라일리의 기분을 돌리려 애쓴다.
우연한 실수로 기쁨이와 슬픔이가 본부를 이탈하게 되고 라일리의 마음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라일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기쁨이와 슬픔이가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야만 한다.
NO.1 이 장면을 주목하라
라일리의 전학 첫날, 기쁨이는 다른 감정들과 함께 학교 갈 준비를 서두른다. 라일리를 위해 기쁨이는 슬픔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고, 라일리는 흥분과 불안을 안고 학교로 출발한다. 하지만 라일리는 자기소개를 하던 중 기뻤던 기억이 슬프게 느껴진다. 슬픔이가 기억을 만졌기 때문. 기쁨이와 다른 감정들은 기억이 슬퍼지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지만 바로 그때 슬픔이가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핵심 기억에 슬픈 감정이 들어오게 된다.
다섯 감정은 나에게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종종 감정을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으로 나누곤 합니다. 기쁨은 좋은 마음이지만 슬픔은 좋지 않다는 식이죠. 영화에서 기쁨이는 늘 행복을 느끼게 하기 위해 생각을 전환하거나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슬픔이는 슬픈 감정을 제대로 직면함으로써 다음 감정으로 넘어가는 디딤돌 역할을 합니다. 다른 감정들은 어떨까요? 자신이 생각하는 각 감정들의 고유의 특징을 한 번 말해볼까요?
쉿! 토론 전 엄마만 예습
① ‘다섯 감정들은 나를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세요.
> 기쁨이 : 인생에 즐거움을 부여하며 긍정 마인드로 슬픔으로부터 나를 보호한다 등
> 슬픔이 : 자기 자신을 위로해주며 아픔을 극복할 힘을 준다 등
> 까칠이 : 어떤 일에 불만과 비판을 가하게 함으로써 확실한 의견을 표출해 방향성을 잃지 않게 해준다 등
> 버럭이 : 자신이 생각보다 약한 존재가 아님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등
> 소심이 : 생각을 더 신중하고 깊이 할 수 있도록 도와 실수를 줄여준다 등
②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현명한 방법에 대해 아이와 의견을 나눠보세요.
> 화가 났을 때 상대방에게 소리 지르면 안 돼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엄마 생각에는 그건 오직 내 감정만이 소중하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인 것 같아.
> 감정의 전달은 나와 타인의 연결고리래. 엄마와 너의 연결고리는 탄탄한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NO.2 이 장면을 주목하라
빙봉(라일리의 어린 시절 상상 속 친구)과 쓰레기장에 떨어진 기쁨이는 수레를 이용해 탈출하려 합니다. 날아오르는 순간 빙봉이 스스로 수레에서 뛰어내리며 무게를 줄여주는 덕에 기쁨이는 탈출에 성공하죠. 기쁨이는 사라져가는 빙봉을 잊지 않겠다며 슬픔을 느낍니다. 기쁨이는 이 일로 삶에는 기쁨만 필요한 것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나의 감정 리더는 무엇일까? 라일리의 감정 리더는 기쁨입니다. 기쁨이는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슬픔이를 계속해서 밀어냅니다. 그러나 결국 라일리의 행복을 위해 슬픔이가 필요한 존재임을 받아들이죠. 가출을 했던 라일리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와 그동안 참아온 눈물을 터뜨리고 평안을 얻습니다. 자녀와 함께 서로의 감정 리더가 무엇일까 질문해보세요. 다섯 감정 중 나의 감정 리더 1순위를 골라보는 거죠. 그 어떤 것도 답이 될 수 있지만 또 그것이 정답은 아님을 아이에게 알려주도록 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그 감정을 1순위로 생각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는 것이니까요.
쉿! 토론 전 엄마만 예습
① 엄마가 생각하는 자녀의 감정 순위, 자녀가 생각하는 엄마의 감정 순위도 이야기 나눠보세요.
> 1순위를 소심이로 뽑았다면 ‘나는 소심해’로 끝낼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다’라는 ‘신중’의 키워드로 발전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유도합니다.
> 감정 리더를 생각해보는 것은 자신과 상대방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기회임을 주지시켜주세요.
② <인사이드 아웃>의 감독은 버럭이 캐릭터를 가장 아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자신과 닮은 부분이 많고 버럭이가 ‘기대고 싶은 친구’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아이와 함께 자신이 기대고 싶은 감정을 생각해보고 이유를 설명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