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트피플
4월22일 토요일, 세시가 넘어 시청광장을 찾았다. 그곳에서 예정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유세가 궁금해서 들려본 것이다. 시간상 유세가 끝난 시점 같은데도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은 헤어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원진 후보의 의정활동을 비롯한 여러 영상들이 대형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는 것 외에는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그 광장은 지난 추운 겨울동안 태극기 집회로 열기가 넘치던 곳이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니 썰렁하기 짝이 없다. 광장가운데 의도적으로 심어 놓은 잔디와 여기저기 출입을 금하는 팻말이 유세장의 초라함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아 지난겨울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여기저기 기웃거려보았다. 후보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 홍준표는 흠이 많아 된다, 안 된다며 옥신각신 하는 모습, 대통령 선거가 성직자를 뽑는 선거냐? 빨갱이들한테 나라를 맡겨서야 되느냐? 는 등 울분을 토하는 모습 등 각양각색이다. 시청 정문 앞 나무그늘아래에 발길을 멈추었다. 70대 중반의 점잖아 보이는 신사분이 보수단일화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체격이 좋은 상대방이 불편한 심기로 심드렁하게 ‘누구로 단일화해요?’하고 묻는다. ‘홍준표로해야지요’하니 그것이 안 된다며 설명을 한다. ‘홍준표는 유승민과 단일화를 안 하려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유승민과 합치면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홍준표를 안 찍겠다고 해요. 마찬가지로 홍준표와 조원진이 단일화하면 나는 홍준표를 찍지 않을 거요. 태극기 세력들도 외면할 것이고요’ 하면서 엄청 불쾌해하는 표정이다. 노신사가 안타까워 ‘그러면 안 된다 보수가 공멸하는 것이다’라고 설득하자 ‘단일화하면 홍준표가 대통령이 된답니까?’ 하더니 ‘어차피 안 될 것 조원진이 홍준표만 이기면 되요’ 한다. 참으로 자조(自嘲)적이고 기막히는 패배주의다. 초라하고 저급하기 그지없다. 광장에 치솟던 그 기개(氣槪)와 애국의 열정은 어디로 다 사라져 버렸나? 계절은 봄인데 광장을 휩쓰는 스산함이 폐부를 찢어오는 듯하다. 자세히 보니 눈에 많이 익은 얼굴이다. 태극기 집회의 지도급이다. 말하자면 박사모의 중심인물이다.
한 바퀴를 휘~ 돌아보니 많은 태극기 세력들이 갈 곳을 몰라 헤매고 있는 모습들이다. 허탈한 모습으로 타고 가야할 배를 찾고 있었다. 모두를 태워줄 충분한 배를 찾고 있었다. 저 작은 배로는 침몰한다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지도급들은 우리만 살면 된다는 주장들을 고집하고 있는 듯 보였다. 시청 앞 광장에는 보트피플들이 갈 곳 몰라 애태우며 함께 탈 수 있는 배를 찾고 있었다. 2017. 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