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설교> 잠언 2:1-15/ 감추어진 보화
구약성경 <잠언>은 인생격언집의 형식으로 기록된 성경입니다. 매우 지혜롭다는 솔로몬이 저자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잠언>은 지혜를 가르치는 성경이고, 그 지혜의 근본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도 하나님을 경외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는 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배우는 것 역시 “지혜”입니다. 그 지혜는 신앙의 지혜이고 신앙인 삶의 지혜입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를 종종 <예수학교>라고 부릅니다.
세상의 학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졸업을 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합니다. 하지만 <예수학교>에는 졸업이 없습니다. 졸업하기에 충분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졸업을 못하고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이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준비도 안 되었는데, “나가라고”하면 낭패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세상에서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삽니다. 지식 가운데는 훌륭한 것도 많지만, 종종 간사한 지식이 있는데, 사람을 거짓과 불의의 길로 유혹하는 지식입니다. 겉보기에 얻을 이익이 많아 보여서 슬그머니 주워 담다보면, 어느새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하지만 <잠언>은 간사한 지식이 아니라, 올바른 지혜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알려줍니다.
<경외>란 두려워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유 없이 무서워서 공포에 떤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경외”란 항상 올바르게 하시는 절대자 앞에 섰을 때 느끼는 “두려움”과 “떨림”입니다. 절대자의 명령과 훈계를 따르는 사람이 그분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가르쳐주신 삶의 지혜를 깨닫고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경외심”입니다.
<잠언>은 우리 <예수학교>의 교과서 중의 하나입니다. 이 교과서에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지혜>는 귀로 듣는다고 쉽게 얻어지는 지혜가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귀를 기울여 애써 찾아야 발견할 수 있는 “숨겨진 지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눈과 귀는 이미 세상의 지식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지혜를 들어도 이것이 지혜인지 분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달콤한 말에 중독되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따끔하게 들리면, 듣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예수학교>에서도 “욕심 채우는 길”을 알려달라고 아우성치기도 합니다.
<잠언> 2장 4절에서 은을 구하듯이, 보화를 찾듯이 지혜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은과 보화는 상징어입니다. 여기서 보화는 맛모님(מַּטְמוֹנִ֥ים)이라고 하는데, “숨겨진 보화들”이라는 뜻입니다. 겉으로 보화처럼 보이는 것은 보화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지혜는 물질적인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오늘 저는 <잠언> 2장 1-15절에서 발견한 지혜의 보화를 다음 4가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첫째, 올바르게 사는 사람은 분별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올바르다는 것은 허리를 굽히지 않고 똑바르게 서는 것입니다. 바르면 굽신 거릴 이유가 없고, 바르지 못한 것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둘째, 올바름을 몸소 실천하고 사는 사람이 혹시라도 시련을 겪게 될 때 하나님이 직접 방패가 되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어떤 다른 세력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셋째, 공평과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의 앞길은 하나님이 보살펴주십니다. 공평과 정의로 번역된 말은 영어로 “just”입니다. “딱”, “꼭”이라고 번역됩니다. 맞습니다. “딱 그대로”라는 뜻입니다. 공정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사적인 이익에 치우치지 않는 것입니다.
넷째, 주님은 이렇게 주님께 충성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주십니다. 충성이란 신실함을 의미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의심하지 말고 거룩하신 하나님을 신뢰하라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거룩한 백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인을 성도라고 부르는 이유는 우리가 정말 거룩한 삶을 살고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믿고 의심 없이 신실하게 따르기 때문입니다. 신실하려면, 오래 가야합니다.
정직과 정의와 공평의 길을 걸으면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이 길을 걷는 사람은 그 영혼이 즐겁다고 합니다.(잠2:10) 불의한 세력이 득세하고, 더 잘 살고, 행복한 것 같이 보여도, 그런 삶에 우리의 마음이 흔들릴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숨겨진 보화를 발견한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신뢰하는 삶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