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엘 다녀왔습니다.
친구 혼사엘 갔다가 일찍 마무리되어 바로 갔는데, 전시회장인 '순화동천'은 경찰청에서 이화ㆍ배재학당 가는 곳에 있었어요.
하석 박원규 선생님은 1947년 생으로 칠순을 넘기셨는데 작품에 힘이 느껴졌고, 대작이 많아 1~5천만 원을 호가하더군요. 언감생심이지만, 좋은 뜻의 글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습니다.
冊(책, 甲骨)
가장 컸던 작품이었고 가격도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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博觀而約取 厚積而薄發
두루 보되 요점을 취하며, 많이 쌓되 드러냄은 적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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券氣 서책의 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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黃券靑燈(황권청등) 노란 책과 파란 기름 등잔
어려움 속에서도 부지런히 밤에 책을 읽음을 이른다. 옛사람이 책을 베끼는 종이에 황벽나무즙을 물들여 좀을 방지해 책을 황권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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抱書眠(포서면). 책을 안고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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慧厪寂(혜근적). 지혜로움과 부지런함과 고요함. 학문의 세가지 요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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鑿壁(착벽). 벽을 뚫다. 벽을 뚫고 이웃집 불빛에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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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恭(경공). 삼가고 공손함. 왼쪽의 '경'자가 위 간략한 필획의 '경'자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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焚膏繼日(분고계일). 기름을 태워 불빛을 이어가다. 갑골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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敬時愛日(경시애일). 때를 공경하고 시간을 아끼다.
박원규 선생이 71세를 맞이하는 2018년 첫날 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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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書爲樂(관서위락). 글을 보는 즐거움. 박원규 선생은 전각(篆刻)에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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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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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心 내 뜻을 내려놓고 남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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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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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 말은 안중근 의사께서 중국의 여순감옥에 계실 때 붓글씨로 쓴 후 세상에 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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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소개글]
하석(何石) 박원규(朴元圭) 선생은 당대 최고의 서예가 중 한 사람이다.
서예평론가 김정환은 선생을 이렇게 말했다. "걸작이 사라졌다는 시대지만, 시대가 수천 번 바뀌어도 여전히 좋은 작품, 역사를 다시 쓴대도 경이로움을 주는 작품은 그대로 존재할 것이다. 인간 세계에도 그런 걸작 같은 인물이 있는 건 아닐까. 아무리 다시 봐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힘이 느껴지는 걸인(傑人)!"
하석의 최근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에서 열린다. 전시의 주제는 '책+독서'다. 선인들의 독서와 책에 관한 생각과 정신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선생의 작품은 한자의 뿌리인 갑골문과 전서가 주류다. 한눈에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한자는 표의문자라 유심히 바라보면 현대 한자의 뿌리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박원규 서예전은 순화동천에서 4월 30일까지 열린다. 박원규 선생은 개인전 입장료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번 전시회는 무료다. (최정동 기자, 중앙일보)